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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건설 결산] 불황에도 여전히 뜨거운 도시정비…해외사업도 '기지개'

중대재해처벌법 '사활'…시장 침체 따른 각종 부도설까지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2.12.16 17:13:51
[프라임경제] 2022년 건설·부동산 시장은 때 아닌 고금리, 집값 고점 인식 등 여파로 지난해까지 치솟던 집값 흐름이 갑작스레 역행하는, 여느 때와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실제 뚜렷하게 나타나는 주택 거래량 감소와 더불어 관망세로 돌아선 수요자들 때문에 저조한 청약 경쟁률이 지속되는 그야말로 주택시장 빙하기가 도래했다. 여기에 원자재값 상승과 레고랜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가 시나브로 저물고 있다. 

현재 건설업계는 국내 대규모 도시정비사업과 해외 시장 진출 등 사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본지는 올해도 바람 잘 날 없었던 건설업계의 주요 이슈들을 알아봤다.

◆HDC현산이 쏘아 올린 공에 건설업계 "안전 또 안전" 

임인년(壬寅年) 건설업계 시작을 알린 건 1월11일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294870)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다. 이로 인해 당시 작업하던 인부 6명이 잔해에 깔려 실종, 결국 모두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안전사고 여파에 다방면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던 HDC현산에게 있어 해당 사고는 이미지 실추를 피할 수 없었다. 

이에 HDC현산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 책임을 지고 단지 8개동을 모두 철거, 전면 재시공을 발표하는 동시에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안전 경영'을 위한 전사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5월부터 안전보건 경영 핵심 역량 강화를 위한 'HDC SAFETY-I ACADEMY'를 운영, 본사 및 현장 안전보건경영 시스템 체계적 운영과 임직원 역량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또 현장 안전관리 우수사례와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안전 경진대회 'With SAFETY CHALLENGE'도 개최하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 8월에는 안전·품질·기술경쟁력 쇄신을 위해 시공혁신단을 출범했으며, 아이파크 입주민을 위한 편의 서비스 '컨시어지 서비스'와 '아이파크홈'을 통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이미지 쇄신을 다하고 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현장. ⓒ 연합뉴스


이런 안전경영은 단지 사고 당사자인 HDC현산에 그치지 않고, 국내 모든 건설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현장 안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1월27일)을 앞두고 이견이 갈리기도 했지만 '화정 아이파크 사고' 이후 건설사들을 향한 부정적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전사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삼성물산(028260) 건설부문은 안전·보건 담당 조직을 확대하면서 선제 대응에 돌입했다. 여기에 안전보건 경영시스템 'OHSMS'를 적용해 보다 체계적으로 안전에 집중하고 있다. 

이외에도 △CSO(최고안전관리책임자) 신규 선임 △'건설안전연구소'와 '안전보건자문위원회' 신설 △Safety Academy 운영 △중대재해 모니터링 확대 △협력회사 안전관리 역량 강화 및 교육 시행 등을 통한 '중대재해 제로(0)'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S건설(006360) 역시 안전소장제도를 도입하고 안전한 일터를 위한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를 구축했다. 통신이 힘든 환경에서도 실시간으로 안전점검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문제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여기에 드론을 비롯해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도 현장에 투입해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GS건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 GS건설


포스코건설의 경우 △현장 중심 안전 실천 문화 조성 △스마트 세이프티 솔루션 적용 △안전신문고 제도 및 작업거부권 행사 등을 실천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임원진을 중심으로 안전사고 예방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특히 △안전보건부문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 △사업본부 내 안전팀 신설 △예산 확대 △SMART 안전보건 기술 확대 등을 통해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 

한편 업계 특성상 사건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좀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인 3분기까지 건설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53명에 달할 정도로 건설 현장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현장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법"이라며 "현장 사고 발생시 수백 개 사업지를 책임지는 본사 대표에게만 책임을 묻는 법 자체가 문제가 있다"라고 비난했다. 

◆'역대 최고 수주 달성' 올해에도 도시정비 활황

지난해 열기를 이어받은 올해 도시정비사업은 더욱 불타올랐으며, 특히 대형사들의 경우 역대 수주 신기록을 달성하는 등 규모 측면에서도 대폭 증가했다. 2년 이상 계속된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진출 등 사업 다각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히려 도시정비사업 인기가 가속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16일 기준)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 건설사는 총 9조3395억원 수주를 이뤄낸 현대건설(000720)이다. 이는 '3년 연속 신규 수주 신기록'인 동시에 '4년 연속 1위'라는 쾌거다. 무엇보다 수주액은 역대 국내 도시정비사업 중 최대 규모라는 평가다. 

지난 1월 대구 봉덕1동 우리재개발로 시작된 현대건설 도시정비사업은 △2월 이촌 강촌 리모델링·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 △4월 강동 선사현대 리모델링·과천 과천주공8·9단지 재건축 △5월 광주 광천동 재개발 △6월 대전 도마변동5구역 재개발·이문4구역 재정비촉진구역 등 총 14개 사업지에서 수주를 따내면서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압도적으로 벌렸다. 

현대건설이 지난 5월 수주한 광주 광천동 재개발은 1조7660억원 규모 매머드급 프로젝트다. ⓒ 현대건설


현대건설 뒤를 잇는 건 GS건설이다. 1월 용산 이촌한강맨션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시작으로 11월 성남 신흥1구역 재개발까지 도시정비사업 총 15건 누적 수주액 6조3492억원으로 '2위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사업비 1333억원 규모 충주 교현주공아파트 재건축과 2000억원 상당 송파 가락 상아1차아파트 재건축 등 막바지 수주까지 기대되고 있어 '7조 클럽'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5월 서울 신길우성2차 재건축을 필두로 올해 도시정비사업을 시작한 대우건설(047040)의 경우 총 15곳 사업지 수주액 5조2763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DL이앤씨(375500)는 13곳 4조8943억원 실적을 달성,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면 포스코건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4조5892억원 가운데 리모델링 사업으로 66%(3조111억원)를 확보해 '리모델링 강자'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더불어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도 출시한 만큼 내년 도시정비사업에 호성적이 기대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은 건설사들에게 있어 국내 중요 먹거리라는 점에서 주요 사업지는 내년에도 꾸준한 인기를 얻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부동산 침체와 함께 자금 유동화 문제 장기화시 도시정비사업 침체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금리부터 PF 사태까지…건설업계 부도설 대두

지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국내 미분양 공포 및 집값 하락에 힘겨워하던 건설업계에 또 다른 난관에 직면했다. 이는 바로 레고랜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로,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의 줄도산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실 코로나 직후 호황을 누리던 국내 주택시장은 최근 고금리 기조로 미분양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대비 13.5% 상승한 총 4만7217가구다. 지난해 10~11월 최저치 1만4000가구를 기록한 후 △올해 1월 2만가구 △7월 3만가구 등 미분양 가구가 급등하고 있다. 

특히 향후 '분양시장 바로미터'로 꼽히는 올림픽파크 포레온 역시 저조한 성적에 그치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도되는 추세다. 실제 1·2순위 청약에서 3695가구 모집에 2만153명이 지원, 평균 청약 경쟁률 5.5대 1에 그치고 말았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투시도. ⓒ 현대건설


이런 상황에 불거진 부동산 PF 사태로 인한 자금경색은 건설사들에게 최악의 상황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아파트 등 주택 '시공사'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계약률을 기록해야 공사비 충당 및 PF 대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미분양 사태 등 시장 침체 장기화시 PF 대출 상환에 문제가 발생한다. 

더군다나 고금리 기조로 사업비 조달 자체가 어려워지기에 자금난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장 전반에 가해질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에 자금 유동성에 취약한 중소건설사들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0.5%p 추가 인상한 만큼 이로 인한 업계 분위기는 더욱 냉각될 것"이라며 "현재 부동산 PF마저도 중단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침체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내년 건설사 도미노 부도설은 현실화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국내 시장 빙하기에 "또 다시 해외로"

이처럼 국내 시장 빙하기가 도래하자 건설사들은 또 다시 해외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추진하는 660조원 규모 인프라 사업 '네옴시티'를 비롯해 글로벌 프로젝트들이 차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등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향후 해외 사업은 더욱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해외 수주액(16일 기준)은 전년(242억9384만달러)대비 12.26% 늘어난 272억7422만달러(35조3610억원)다. 수주 건수도 26.7% 증가한 536건에 달한다. 

우선 삼성물산은 △사우디 네옴 터널 △베트남 년짝 3·4호기 복합화력발전 △카타르 태양광발전소 △미국 테일러 반도체 공장 수주 등 주요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올해 해외 수주 실적 49억547만달러(6조4085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국내 건설사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 17.9% 수준이다. 

삼성물산이 수주한 베트남 년짝 3·4호기 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 조감도. ⓒ 삼성물산


현대엔지니어링도 현재까지 27억1540만달러(3조5609억원) 규모 해외 수주를 이뤄냈다. 이는 건설사 2위(전체 3위) 성적이며, 지난해 해외 실적(3조4665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1조원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뉴 에틸렌 석유화학단지'가 대표 프로젝트다. 

현대건설 역시 사우디 네옴시티 터널 공사를 포함해 △카타르 △쿠웨이트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에서 다수 프로젝트 수주를 따내며 26억9505만달러(3조4927억원)를 기록했다. 

롯데건설의 경우 1월 사업비 1조8895억원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초대형 석유화학 플랜트 단지 '라인 프로젝트'를 수주해 해외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현대건설 및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9조2580억원 규모 '샤힌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비롯해 △이라크 바그다드 해수처리시설 △카타르 LNG 개발 프로젝트 등 글로벌 시장 수주가 기대된다"라며 "다만 이에 따른 국내 건설사들의 경쟁력 확보도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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