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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전세 사기로 탄생한 '빌라왕' 그리고 세입자의 눈물

"보증금 회수 힘들어" 정부 차원 과감한 개혁 필요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2.12.28 19:18:11

갭투자로 인한 전세 사기로 수많은 세입자가 극심한 피해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빌라와 오피스텔의 무차별적 매입 이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사망한 '빌라왕'으로 인한 피해가 전국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갭투자 방식으로 자산 증식을 꾀하던 빌라왕들은 최근 고금리 등으로 증가한 금융 부담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해 엄청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빌라왕 사태' 시발점을 부동산 '갭투자'로 지적하고 있다. 

사실 갭투자는 국내 주택시장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주거 형태 '전세' 때문에 확대되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적은 주택을 매입, 단기간 전세가를 올려 이에 따른 매매가 상승에서 얻는 시세 차익을 꾀하는 것이다. 

문제는 갭투자가 국내 부동산 투자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지역 주택 구입 형태 가운데 갭투자 비율이 2020년 12월 43.3%에서 2021년 4월 52%까지 늘었다. 올해 1∼8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 주택 매매 중 갭투자 비율(31.7%) 역시 상당히 높은 수치다. 

하지만 갭투자는 하락장에서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한다. 현재와 같이 고금리나 전셋값 하락 등 상황이 발생할시 갭투자한 집주인은 엄청난 금융 부담을 감수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고스란히 피해는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논란의 '빌라왕'이 갭투자한 부동산은 무려 1139채.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의무 가입을 요하는 정식 임대사업자임에도, 정작 실제 가입은 44채에 불과하다.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및 서울보증보험 전세금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는 614명이다. 

즉, 세입자 약 480명은 보증보험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하지만 전세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도 HUG로부터의 보증금 반환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다. '구상권 청구 대상자' 빌라왕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임대차 계약 해지 통보 사유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614명) 중에서도 대위변제를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은 세입자가 전체(1139채) 10%를 간신히 넘는 139명에 그치고 있는 이유다.  

반면 보증보험 미가입 세입자들은 주택 경매를 거쳐 보증금을 회수해야 하는 만큼 피해는 더욱 극심하다. 주택 경매시 통상 낮은 가격에 거래되며, 세금 등이 우선 변제되기에 온전한 보증금 회수는 쉽지 않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빌라왕 사태를 시작으로 유사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최근 주택 수십가구를 보유한 또 다른 '빌라왕' 송씨가 돌연 사망, 이로 인한 57여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이외에도 아파트나 빌라 등 주택 2700가구를 차명으로 보유해 260여억원을 가로챈 '건축왕'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건축왕의 경우 주택을 '바지 임대업자' 명의로 돌려 피해자를 양산, 건물 준공시 이를 담보로 주담대를 받았다"라며 "동시에 전세를 놓으면서 다수 주택을 확보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던 중 건축왕이 고금리로 인해 늘어나는 금융 부담을 해소하지 못하자 이를 고스란히 세입자 300여명이 책임지게 된 상황"이라며 "빌라왕이나 건축왕, 송씨 사태 등은 결국 '갭투자'라는 점에서 이런 사례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전세 사기'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자 정부 당국도 재발 방지 차원에서 대응책을 펼칠 조짐이다.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턴 세입자가 임대인 동의 없이 집주인 세금체납 여부(일정 보증금 이하 제외)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주택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갈 경우 체납 세금에 앞서 보증금을 우선 변제하는 관련 법안도 처리됐다. 

국토부도 전세 사기 전담 대응 조직을 출범, 피해 임차인이 보증금을 우선 회수할 수 있도록 관련 인력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주택 상승 기조에 갭투자가 무차별적으로 이뤄졌지만, 올해 금리 인상 등 여파로 부담이 가중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라며 "이번 사태로 법적 문제가 드러난 만큼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 조치가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물론 나름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보다 확실하고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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