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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영의 lAW포유] 생환 광부 그리고 산재

 

김찬영 변호사·공인노무사 | press@newsprime.co.kr | 2022.12.29 16:59:46
[프라임경제] 경북 봉화의 아연 광산 매몰사고로 인해 갱도 속에 고립됐던 2명의 광부가 극적으로 생환했다는 안타까우면서도 기쁜 소식이 있었다. 구조 작업이 10일째 넘어갈 무렵에 두 광부가 제 발로 걸어 나오던 순간은 그의 동료, 가족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희망을 줬다.

지난 10월26일 아연 광산에서 작업 중이던 두 광부는 매몰사고로 갱도 내에 갇히게 되면서 세상과 단절된 221시간을 보냈다. 긴 시간 동안 두 광부가 강인하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베테랑 광부였으며 해당 광산에서 오랜 근무한 경험이 가장 컸으리라 생각된다. 

밀려오는 추위에 저체온증을 이겨내기 위해서 갱도 내에서 비닐 조각을 모아 추위를 막았고, 모닥불을 피워 온기를 유지했다. 배고픔은 갖고 있던 커피믹스를 차가운 물에 타 먹으며 해결했다고 한다. 끝까지 구조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괭이 등을 이용해 굴진 작업을 통해 10m가량 공간까지 확보했었다는 사실과 생존에 대한 대처능력은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매몰 광부는 건강히 생환했다고 하나, 사고를 겪은 광부의 삶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매몰사고를 겪은 광부는 그로 인한 후유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 매몰됐던 광부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을까? 

사고로 인해 갑자기 오랜 기간 어두운 곳에 갇힌 광부는 시야가 급격히 저하될 가능성이 크며 분진이 많은 밀폐된 갱도 내에서 24시간이 훌쩍 넘는 약 200시간 이상을 갇혀있었으므로 폐 질환이 생기거나 악화할 수 있다. 

매몰사고로 인해서 더욱 공기가 통하지 않아 고농도의 분진을 그대로 흡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이로 인해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진폐증이 발생하거나 원래 있어서 폐 상태가 좋지 않았더라도 보다 크게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원래 해당 상병으로 인해 산재 장해등급을 받는 분이라면 등급의 상향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또한 매몰사고로 인해 근육의 긴장 및 악화로 목과 허리 등 신체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사고로 인해 다친 부위가 있거나 신체에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근골격계 질환으로 산재 신청을 고려해 봐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를 겪은 광부들의 정신적 충격이라고 생각한다. 신체에 가해진 부담도 분명히 컸을 것이지만 긴 시간 동안 사고를 당하고 생존을 위해 외롭게 싸워야 했던 광부에게는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남겨졌을 것이다. 

많은 매몰 광부들이 다시 광부로 돌아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고의 충격으로 인해 발생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고를 겪은 두 광부도 모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았다고 한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란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된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는 질병을 말한다. 

매몰 광부의 경우에는 본인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큰 사고를 직접 겪은 당사자이므로 사고에 대한 충격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리라 생각된다. 사고 이후 일상생활에 대한 회복을 위해서라도 꼭 진단을 받아 치료를 계속해 나가야 하며, 정신 질병 산재를 진행해봐야 한다.  

광부들의 무사 생환은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사고 방지책이 마련돼 있었다면 어땠을지 아쉬운 점이 남는다. 이번 사고는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컸다. 

이는 해당 광산만의 문제가 아닌 다른 광산도 해당할 수 있는 문제이다. 작업하는 광부들에게 광산이 무너질 경우를 대비해 위험성을 인식시키고 생존을 위한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를 기점으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다른 탄광 및 비슷한 사업장에서도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성 평가 및 안전보건체계의 구축을 통해 실질적인 이행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찬영 변호사·공인노무사 /스마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대한진폐보호자협회 자문변호사 / 서울특별시 노동권리보호관 / 한국폴리텍대학교 자문위원 / 양천구 노동복지센터 자문변호사/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산업안전보건과 의료 고위과정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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