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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품발품] '슬럼가' 용산 서계동, 꼬리표 떼고 '가치 선봉장' 자리매김할까

수차례 개발 좌초 끝 '2차 신통기획' 선정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3.01.08 11:08:50
[프라임경제] 서울 '슬럼가' 용산 서계동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2차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도전을 감행 '후보지 선정 위원회'로부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것이다. 그간 수차례 개발 좌초로 인한 아픔을 겪었던 만큼 현지 주민들 역시 이번 발표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방문한 서계동 일대는 서울 중심 입지가 무색할 정도로 낙후된 환경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더군다나 인근 고층건물로 인한 대조적인 풍경은 서계동 일대 열악함을 더욱 부각하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급경사 지형인 데다 차량 한 대 통행조차 힘든 골목들뿐. 주차시설도 미비해 곳곳에 불법 주차 때문에 골목은 더욱 좁게만 느껴진다. 이에 당연히 경찰차나 소방차, 구급차 등 진입 자체가 쉽지 않아 안전사고에도 노출된 상황이다. 

건물 크랙은 물론, 갈라진 틈을 메우기 위한 시멘트 자국이 오히려 흉물스러울 정도. 다 떨어진 지붕과 관리되지 않는 폐가도 눈에 띈다. 

"서계동은 구릉지에 오래된 주택들이 오목조목 붙어 있는 전형적 '달동네' 구조다. 겨울철 수도관 동파는 일상일 만큼 심각한 건물 노후화를 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반지하 주택이 즐비해 여름 폭우시 침수 위험도 만만치 않다. 녹물 및 화장실 역류는 물론 일부 주민들의 경우 화장실과 상하수도 시설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 서계동 일대 주민 A씨(64세, 여)

서계동에서 발견할 수 있는 화장실. ⓒ 주민 제공


서계동 주민들은 이런 주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과거부터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런 노력의 결실이 바로 '신통기획'이다. 

◆수차례 도전 끝 이뤄낸 '쾌거' 주거 환경 개선 시동

'서울 최중심이라는 우수한 입지적 강점을 갖췄지만, 극심한 노후화로 마치 1970년대를 연상하는 슬럼가'

이는 서계동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로, 개발을 통한 주거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서계동 일대는 2007년 뉴타운 후보지 지정으로 재개발이라는 '희망의 바람'이 잠시 불기도 했다. 다만 故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직후 돌연 뉴타운 해제(2012년)라는 시련에 직면했다. 이후에도 '개발이 아닌, 보존'에 집중된 도시재생사업지(2017년)로 선정되면서 사실상 개발의 시계는 고장 났다. 

서계동 주민은 "도시재생사업지 선정과 함께 개발은 좌초, 이로 인한 주민들 불만은 극에 달했다"라며 "이런 열악한 환경을 보존하겠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많은 혈세가 투입됐음에도 불구, 노후도만 점차 가중된 채 근본적 환경 개선 없이 지분 쪼개기 또는 의미 없는 벽화 그리기 수준에 그쳤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 역시 "서울 중심 동네라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는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개발이 이뤄지길 기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계동 일대. ⓒ 프라임경제


이런 주민들의 염원을 담아 서계동은 이후에도 △공공재개발(2020년) △신통기획(2021년) 등 연달아 시도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재차 이어지는 '탈락의 고지서'일 뿐.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지속적으로 공공재개발을 추진했지만, 그때마다 도시재생사업지 이유로 탈락이 불가피했다"라며 "노후도를 고려해 옛 주거환경 개선지구를 제외하고 48% 동의율로 1차 신통기획을 공모했지만, 이조차도 탈락하고 말았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서계동 1차 신통기획 탈락 사유로 재개발에 대한 주민 의견 대립을 꼽았다.  실제 구역 제외‧편입 요청 민원이나 후보지 선정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 등 사업 추진을 두고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다수 현금청산 세대수가 확인된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계동 주민들의 개발을 향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1차 탈락을 거름 삼아 개발 방식을 두고 나뉜 △재개발 공모 추진준비위 △통합구역 추진준비위를 통합한 '통합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 추진준비위)'를 출범, 2차 신통기획 공모에 도전했다. 

통합 추진준비위 관계자는 "1차 탈락 사유를 인식하고 주변 여건과 민원 소거, 구릉지형 등을 검토해 실현 가능성이 있는 통합구역계를 선정했다"라며 "이를 통해 마침내 지난해 12월 2차 신통기획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이번 접수에 있어 주거환경 개선지구와 청파동 일부 지역도 포함시켰다"라며 "강력한 주민 의지도 빛을 발휘해 당시 동의율은 68.3%를 기록할 정도"라고 첨언했다. 

통합 추진준비위가 그리는 미래 모습은 △서계동 33번지 일대 △옛 주거환경 개선지구 △청파동1가 1번지 일대 용적률 250%를 적용한 총 2500여가구(소유주 1800여가구) 규모다. 
 

서계동 일대. ⓒ 프라임경제

통합 추진준비위 관계자는 "이번 후보지 선정을 발판 삼아 지자체 및 주민과의 적극적 소통 및 협의를 통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주거 환경을 꼭 개선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다만 최근 사업지 내 지분 쪼개기가 왕성해 향후 개발 여건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라며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된 만큼 사업을 해치는 행위들이 더 이상 이뤄지지 않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최중심' 입지…대형 브랜드 단지 이상 가치 예고

서계동 재개발 사업지는 서울 중심에 위치한 만큼 뛰어난 입지 조건도 갖췄다는 평가다.

서울 지하철 서울역(1호선‧4호선‧공항철도‧KTX‧경의중앙선‧ITX-새마을)과 인접한 '초역세권' 입지로 서울 전역을 비롯해 지방 곳곳으로 이동이 수월하다. 여기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A‧B노선과 △신안산선 △신분당선 △수색광명고속철도까지 예정된 만큼 우수한 '교통 호재'마저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청파초를 포함해 △소의초 △봉래초 △배문고 △환일고가 위치해 학군도 준수한 편이며, 다수 편의시설도 분포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계획과 용산국제업무지구, 용산민족공원 등 직‧간접 수혜도 만끽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런 강점들을 확보한 서계동 재개발은 사업 완료시 주변 브랜드 단지 이상의 '미래 가치'가 기대되고 있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인근 서울 센트럴 자이(전용 85㎡)는 지난해 12월 1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역 한라비발디 센트럴(95㎡)과 삼성 래미안 공덕2차(80㎡)의 경우 각각 14억3000만원, 13억5000만원에 달하는 호가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실거래는 없지만, 입지적 장점을 바탕으로 만만치 않은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서울역 인근은 여러 호재가 예고된 만큼 향후 대표 도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라며 "현재 주변 단지 가치가 이를 입증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위치한 서계동 개발이 마무리된다면 일대 가치를 견인하는 '선봉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슬럼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만큼 열악한 환경을 가진 서계동 일대가 마침내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과연 신통기획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서울 '최중심 대표 단지'로 거듭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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