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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P의 오경제] "내 돈이면 그 돈 주고 안 사" 장관님 제 말이 그말입니다.

서민은 공공요금 폭탄 맞는데…LH, 강북 미분양 수십채 '분양가 90% 이상' 보전해 매입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23.01.30 16:10:57































[프라임경제] "내 돈이면 그 돈 주고 안 산다."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 실권자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날카로운 일침을 날렸습니다. LH가 최근 서울 강북 일대에서 200억원 상당을 주고 사들인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두고 한 말입니다.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은 전국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쓰자는 제안을 한 바 있습니다. 때마침 LH가 서울 일대에서 소형 아파트와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을 연달아 산 것이 알려지면서 주목받았죠. 

문제는 악성 재고 물건들을 LH가 분양 원가를 거의 다 주고 산 정황이 나왔다는 겁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LH가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터무니없는 고가로 떠안아준 것이 확인됐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는데요. 

LH는 지난달 서울 강북구 소재 '칸타빌 수유팰리스' 36가구를 79억4950만원에 사들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분양가보다 15% 할인받았다고 전해졌지만 사실은 좀 달랐습니다. 

LH가 산 건 전용면적 △19㎡(원룸형·25채) △20㎡(9채) △24㎡(2채) 등입니다. 

이 중 24㎡는 최초 분양가 2억7000만원에서 불과 4.1% 할인된 2억5900만원에 샀죠. 20㎡도 분양가 대비 할인율이 10%에 그쳤고 그나마 가장 매물이 많은 19㎡는 분양가의 86%가 넘는 2억1600만원 줬습니다.

처음 알려졌던 '15% 할인 구매'는 없었던 일이라는 얘깁니다.

정부가 활용하는 매입임대의 경우 분양가 또는 시세 대비 30% 정도는 저렴해야 시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악성 재고를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준다면 부작용은 명확합니다. 시장 논리에 따라 싸져야 할 분양가를 세금으로 떠받치는 꼴이라 건설사의 배짱 분양을 부추길 수 있으니까요. 

아울러 LH는 지난해 한국전력공사(한전)과 함께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돼 현재 221%인 부채를 3년 안에 207%까지 낮추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곳입니다. 그런데도 건설사의 악성 미분양을 후한 값에 사들인 셈이 됐습니다. 

현 정부 들어 공기업 정상화를 이유로 가스,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된 상황과 비교하면 사뭇 결이 다른 진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LH는 왜 재고 아파트를 굳이 제값(에 가까운)을 주고 샀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가격 산정 근거인 감정평가보고서에 있었습니다. 

김병기 의원실이 공개한 해당 감정평가보고서를 보면 시세 자료로 '인근 거래사례'가 제시돼 있는데요. 이게 실은 해당 주택의 분양가를 그대로 적은 것이었습니다. 근처 다른 집들 실거래가나 비슷한 상황의 할인 분양 사례를 찾아 매입 단가를 더 낮출 수 있었음에도 손을 놓은 겁니다. 

김병기 의원은 "주변 아파트의 실제 거래가격을 분석해 매입 가격을 산출했어야 하는데, LH가 분양가를 그대로 기준가격 삼아 터무니없는 고가 매입을 자초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대해 LH는 원룸형 등 소형주택은 애초에 할인 분양 대상이 아니며 근거에 따라 적정 매입 가격을 산정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지시한 미분양 매입 활용 검토안과는 무관하게 LH 자체적으로 매년 진행하는 매입임대사업의 방식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편 LH는 이곳 말고도 비슷한 시기에 서울에서만 200억원 상당의 미분양 매물을 샀는데요. 업계 등에 따르면 작년 12월 서울 광진구 화양동 소재 '더메종' 도시형생활주택 44가구를 LH가 매입했습니다. 

2020년 분양을 시작해 작년 3월 사용승인을 받은 이 단지는 전체 99세대 중 절반이 LH에 넘어간 셈입니다. 

가구당 매입 가격은 1억8400만~2억6500만원씩 총 98억2600만원이 들었는데요. 이 단지 분양가는 2억4630만~2억8800만원, 최고가 타입 기준 할인율은 8%에 그칩니다.

역시 작년 7월 사용승인을 받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 소재 오피스텔 '광진 안틸리아(안틸리아 자양)'는 7평 남짓한 전용면적 20~25㎡의 분양가가 6억원이 넘어 실수요자들을 기함하게 했는데요. 전체 68세대 전체가 악성 미분양으로 남았다는 후문이 돌 정도로 분양성적이 처참했습니다. 

LH는 이 중 28세대(1.5룸형)를 3억4200만~3억5700만원, 총 98억500만원에 매입했는데요. 앞서 아파트인 수유팰리스에 비하면 원룸형 오피스텔을 무려 9000만원 이상 비싸게 산 것이라 뒷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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