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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어닝쇼크' 국내 기업들, 아지노모토 '혁신·탐구' 교훈 새겨야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3.02.02 19:06:14
[프라임경제] "꽤 멋지다. MSG 조미료 회사로 유명한 아지노모토가 아미노산의 특성을 활용해 반도체 절연 소재 제조의 선두 업체가 됐다. 올해 주가는 21%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눈길이 일본의 인공조미료(MSG) 회사 아지노모토에 쏠리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아지노모토 주가는 강세를 보이며 '승자'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회사들이 주목하는 아지노모토의 비결은 무엇일까. 아지노모토는 MSG 발명으로 유명한 기업이지만, 지금 이 회사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효자 산업은 '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ABF)'이다. 

MSG 업계 선두를 달리는 아지노모토는 1909년 창사 이래 조미료를 앞세워 전세계에 감칠맛이라는 인간의 기본 미각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1970년대부터 전자 재료 연구를 시작했다. 해당 분야 막강 1위에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 경영'의 고된 길로 뛰어든 것이다. 그 결과 기존의 아미노산 사업에서 파생한 필름 형태의 절연재료(ABF)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ABF는 반도체에 들어가 회로 간 간섭 없이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마이크로 절연 필름이다. ABF는 잉크 형태의 절연재료에 비해 회로 간섭 문제를 효율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었고, 1990년대 고성능 PC의 보급과 노트북 시장의 확대 등으로 수요가 급증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또한, 기존 기판에서 ABF필름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프리프레그(탄소/유리섬유와 같은 섬유 강화재에 액상 합성수지를 침투시킨 시트형태의 중간재)의 약점을 보완하며, FC-BGA기판이 ABF기판이라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소재가 되었다. 

아지노모토는 아미노산 관련 기술을 활용해 의료 기술에까지 넓히고 있다. '아미노인덱스'라는 암 조기진단 기술을 이용해 5ml의 혈액 시료로 췌장암 등의 발암 리스크를 분석한다. PC의 CPU용 절연시트에도 아지노모토의 아미노산 기술이 적용된다.

현재 ABF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일본 아지노모토가 사실상 독과점이다. 시장점유율 98% 이상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최근 BT(Bismaleimide Triazine) 레진을 사용하는 BT 계열 기판보다 ABF 계열 기판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아지노모토 위상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인공지능(AI), 전기차 시장 확대로 데이터양이 급증하면서 고성능 컴퓨팅(HPC) 반도체 수요공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공급부족 상황에 국내 기업뿐 아니라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관심이 아지노모토에 쏠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반도체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조미료 기업 아지노모토의 여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회사는 기존의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전혀 다른 산업에 진출해 독보적인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불가능한 소재, 장비, 부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커져가는 전방 산업의 생산능력 싸움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면서도, 신규 경쟁자의 진입도 쉽지 않아 장기적인 계획도 가능하다.

인공조미료의 개발부터 마이크로 절연 필름까지. 아지노모토는 놀랍도록 잘되고 있는 본업(조미료)에도 불구하고 확장된 사고로 독보적인 파생상품을 만들어 냈다.  

우울한 경기 전망에도 아지노모토가 빛날 수 있는 이유는 혁신과 탐구의 지속성에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 및 부품, 소재 등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국내 기업들에게 아지노모토의 혁신과 탐구의 정신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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