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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효과 없다" 증시 전문가들, 체면 구겼다

부정적 전망 내놓은 기관, 역으로 지수상승 투자해 수익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3.02.03 10:18:19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장 대비 24.72p(1.02%) 상승한 2449.80으로 마감한 모습. = 이정훈 기자

[프라임경제] "(주식시장의) '1월 효과'는 투자자들의 희망이 반영된 편견이다. 1월에는 오히려 작년 12월 수급 측면의 부메랑을 걱정해야 한다."

올해 초 한 증권업계 전문가의 분석이다. 그를 포함한 다수 전문가들도 1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무색하게도 이런 전망은 크게 빗나갔다. 결국 이들의 말을 믿고 지수 하락에 두배로 베팅한 개미들만 또 발등을 찍혔다. 반면 효과가 없다고 말한 전문가가 소속된 기관들은 지수 상승에 투자해 수익률을 챙겼다. 자칭 전문가라는 이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1월 효과는 새해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적인 전망이 반영돼 다른 달보다 1월의 주가가 많이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다음해인 1998년 1월(385.49→567.38) 코스피 지수가 무려 47.1% 상승하는 기염을 토해 1월 효과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코스피, 1월 11% '껑충'…G20 국가 중 3위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국내증시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기에 올해 1월에 대한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으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여파와 기업들의 실적 둔화로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면서 코스피 지수가 2100∼2400대에서 등락할 것으로 입을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전망을 벗어났다. 지난달 2일부터 27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무려 11.6% 뛰었다. 물론 1월 마지막 2거래일은 흔들렸지만, 한달 기준으로 봤을 땐 코스피 상승률이 22년(2001년 22.45%)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월 코스피 강세 요인은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덕분이다. 외국인은 1월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6조9410억원을 사들였다. 이는 2013년 9월(8조4790억원) 이후 9년4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외국인이 국내증시에 다시 유입된 것은 '킹달러(달러 강세)'가 약세로 돌아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31.9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9월28일 기록한 연중 최고치(종가 기준 1439.9원)와 비교하면 4개월 만에 200원이나 떨어졌다. 올해 글로벌 통화긴축 현상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도 코스피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1월 기준 코스피 지수는 미국 S&P500지수(6.18%)를 비롯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6.07%), 일본 닛케이225지수(6.40%) 등 주요국 증시의 두배 가까운 수익률을 냈다. 같은 기간 주요 20개국(G20)으로는 아르헨티나(MERVAL·26.29%), 멕시코(IPC·12.60%)에 이어 코스피가 3위였다.

예년 1월 상승폭과 비교하면 더욱 눈에 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월에 13차례 상승했다. 평균 수익률은 0.9%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1월 코스피 상승률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 말 믿은 개미는 지수하락, 기관은 지수상승…엇갈린 喜悲

문제는 약세장을 보일 것이란 전문가의 전망을 믿고 지수 하락에 베팅한 개미들만 손실을 입었다는 점이다. 반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기관은 아이러니하게도 지수 상승에 두배로 베팅하는 상품을 통해 수익을 얻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개인 순매수액 1위는 '코덱스(KODEX)200 선물인버스2X'으로 7108억원이 몰렸다. 하지만 코덱스200 선물인버스2X에 투자한 개미들은 울상이다. 해당 상품은 기초지수인 코스피200지수가 1% 하락 시 2% 상승하는 구조다. 이를 '곱버스'라고 부르는 데, 쉽게 말해 지수 하락에 두배로 베팅하는 상품이다.

즉 코스피 200지수가 지난해 말 291.10에서 지난달 27일 327.98까지 상승해 손실을 떠안게 됐다. 결국 1월 효과가 없다는 전문가의 전망을 믿은 개미들만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KODEX200 선물인버스2X의 평균수익률을 -4.5%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1월 기관투자가의 경우 순매수 1위는 'KODEX 레버리지'다. 이 상품은 기초지수인 KOSPI200지수가 1% 상승 시 2% 상승을 추구한다. 평균 수익률은 4.4%에 달했다. 정작 기관은 지수 상승에 투자해 수익을 얻었다는 얘기다. 전문가를 향한 개미들의 따가운 눈총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익명을 요구한 주식투자자 A씨는 "투자의 선택은 개인의 몫이라지만, 적어도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았다면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다"며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이들에게 책임소재가 없을뿐더러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들고 있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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