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정유사는 죄인이 아니다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3.02.03 14:02:48
[프라임경제] 국내 정유사가 죄인 취급받고 있다. 지난해 높은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정유 4사(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GS칼텍스·SK이노베이션)가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내자, 정부와 국회가 '정유사 때리기'에 나섰다. 

국회는 정유사에 징벌적 과세 성격의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외치고, 정부는 석유가격 공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마치 정유사가 얻은 이익을 '불로소득'으로 규정, 적폐로 몰아가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회의 횡재세 도입 논의는 업계 실상을 간과하는 행위다. 정유사들은 2020년만 해도 5조원 넘는 적자를 떠안았을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정유업계는 특성상 업황 등락이 커 호황기에 번 돈으로 보릿고개를 감내해야 한다. 횡재세가 부과된다면 경영 환경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는 원유를 시추하고 생산하는 '업스트림(upstream)' 업체에게 횡재세를 부과한다. 원유 시추에 들어가는 비용이 동일한 만큼 유가가 상승하면 이윤이 늘어나는 구조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온다. 운송비 등 유가상승에 따른 비용도 늘어나 글로벌 유가에 따라 매출이 결정된다. 해외 횡재세를 국내에 적용하기에는 수익구조부터가 다르다. 

석유가격 공개 법안도 영업비밀 침해 소지가 커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 법안이 추진된다면 영업비밀과 전략이 노출돼 업계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

오히려 기름 가격이 올라 주유소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성과급 지급도 기업이 얻은 이익을 구성원과 공유한다는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회사가 실현한 이익을 구성원에게 배분하는 것은 내수 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판이 이어진다면 자칫 기업의 이익 재분배 의지마저 꺾을 수 있다. 

결국 정부의 과도한 규제는 정유사의 투자 의지만 꺾을 뿐이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석유기업 BP(British Petroleum)를 대상으로 초과이윤세 부과를 결정하자, BP는 기존 28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 재검토에 나섰다. 

정유사의 투자 의지 저하는 곧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실물경제 악화를 초래한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은 새로운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골든타임에 접어들었다. 탄소감축 기조와 불황에 대비해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인 시설투자가 필요해 오히려 정부 지원과 인센티브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수 없다. 

규제가 지나치면 기업의 사기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는 결국 기업 환경을 저해하는 족쇄로 작용해 경제를 망가트린다.

오히려 기업이 자발적으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업은 규제와 탄압의 대상이 아니다.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삼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