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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 단지' 높은 분양가 논란…"기름 붓나?"

미분양 속출, 정부 대책·건설사 자구 노력 등 필요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3.02.06 15:41:41

미분양 사태가 후분양 단지에도 번지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부동산 가치가 날로 상승하던 시기, 정부 규제를 피해 높은 분양가를 꾀했던 '후분양' 단지들이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 여파와 치솟는 분양가로 매수심리가 위축,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도래하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지난해 12월 기준)은 총 6만8107가구에 달한다. 전월(5만8027가구) 대비 17.4% 증가한 수치다.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 역시 7518가구로 5.7% 늘어났다. 올해 1순위 청약을 실시한 아파트 총 11곳 중 무려 8곳이 청약 미달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은 얼어붙었다.

실제 지난달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충남 '서산 해미 이아에듀타운'은 80가구 모집에 단 1명만 신청했다. 2순위에도 2명만 접수했다. 뿐만 아니라 전북 '익산 부송 데시앙'과 인천 '송도역 경남아너스빌' 역시 각각 1순위 청약 경쟁률 0.2대 1에 그쳤다. 

결국 주택 공급자들은 분양 시기 조절에 돌입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월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은 1만2881가구(임대 포함)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말 조사 당시 예상치(2만5620가구) 대비 확연히 감소한 수치다. 1월의 경우 전국 2만1989가구 물량이 출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시장에 나온 물량은 1만5가구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불구, 미분양 물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상황 악화시 수요를 늘리기 위한 정부 추가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 속, 최근 수요자 외면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후분양 단지'에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후분양은 선분양과 달리 대부분 시공이 완료된 상태(공정률 80%)에서 분양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계약 미달시 곧바로 '악성 미분양'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시장 침체기에 '기름 붓는다'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후분양 방식은 윤석열 정부 이전, 많은 인기를 끌었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치솟는 집값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시기로 건설사들은 '고수익' 기대감에 보다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는 후분양을 택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 보증에서 제외돼 고분양가 심사도 필요 없다. 더군다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분양 가격 산정에 반영되는 택지비·공사비는 지속 상승하는 만큼 선분양 대비 높은 분양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건설사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후분양 방식은 기대와 달리 불과 1년여만에 부동산 시장이 역행하면서 오히려 '역풍'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인 집값 상승이 전망됐던 만큼 '시세 차익'을 노리는 수요자들로부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작 분양 시기에 시장이 냉각기에 돌입해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의하면, 후분양 단지 서울 '마포더클래시'는 일반분양 53가구 중 27가구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9.4대 1의 양호한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완판 기대감이 컸던 단지다. 다행히 최근 무순위 청약에서는 20대 1의 경쟁률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경기 안양 '평촌센텀퍼스트'도 1월 실시한 청약 결과 1150가구 모집에 고작 350명만 지원했다. 평균 경쟁률 0.3대 1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다. 해당 단지는 2020년 10월 선분양(3.3㎡ 당 1810만원)이 예정됐지만, 높은 분양가를 책정받기 위해 후분양(3211만원)으로 선회했다. 현재 분양가를 10% 낮추는 초강수를 두면서 미분양 털기에 나섰다. 

이외에도 두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부산 '남천자이'의 경우 당시 일반 공급 73가구(총 116가구)가 미계약 물량으로 남아 선착순 계약을 진행한 바 있다. 서울 강동구 '더샵 파크솔레이유(195가구)' 역시 저조한 성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후분양 단지 참패 이유로 고금리, 그리고 무엇보다 집값 하락 기조에 대비되는 높은 분양가를 꼽고 있다. 선분양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되는 만큼 현재 부동산 상황에서 서민들은 망설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치솟는 금리로 인한 이자를 감당하기는 더욱 어렵다.   

뿐만 아니라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만만치 않은 규모의 잔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결국 현재 후분양 단지 접근은 대부분 수요층인 '서민'이 아닌 '현금부자'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문 정부 당시에는 집값 상승 기조가 지속됐던 만큼 후분양으로 인한 리스크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 시공사가 많았을 것"이라며 "현재 짧은 시간 내에 금액(잔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 탓에 인기가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연내 출격을 앞둔 후분양 단지들의 '청약 참패'도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만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를 비롯해 △영등포구 '브라이튼 여의도'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등이 후분양으로 모습을 드러낼 채비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를 대규모 해제한 상황에서도 미계약이 지속된다면 침체 장기화는 불가피하다"라며 "특히 금융 마케팅(계약금 축소, 중도금 이자 후불제 등)을 이용해 미분양 가구를 줄이는 것이 가능한 선분양과 달리 후분양은 분양가 할인 외에는 방법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불구, 후분양은 그에 맞는 사업비를 회수해야 하는 만큼 시공사 입장에선 분양가 할인조차 쉽지 않다"라며 "이로 인해 '악성 미분양'이 속출한다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건설사 부도 리스크도 가중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향후 모습을 드러내는 후분양 단지들은 분양가를 어떻게 책정하느냐가 흥행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며 "결국 수요자가 외면하는 이유는 높은 분양가가 원인인 만큼 정부 대책을 비롯해 분양가 할인과 같은 건설사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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