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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비싸게 더 비싸게' 역풍 맞은 후분양 눈물의 땡처리

고분양가 콧대 높이다 선착순 '줍줍'도 외면...서울 후분양 대어도 초긴장

선우영,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23.02.07 15:59:24


































[프라임경제] 완공이 가까운 집을 실물로 직접 보고 빠른 입주가 가능하다는 장점에 각광 받던 후분양 아파트가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입니다. 

청약 열기가 싸늘하게 식으면서 미분양 단지들이 전국적으로 속출하는데다, 고금리 여파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후분양 단지들이 외면당하고 있는 겁니다.

작년 12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 정부가 위험수위로 보는 6만2000가구를 훌쩍 넘겼습니다. 특히 전월 대비로는 17.4%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그중에서도 악성 재고로 치는 '준공 후 미분양'도 7518가구나 되죠. 

올해 들어 상황은 더 심각해졌습니다. 1순위 청약을 진행한 단지 11곳 중 8곳이 미달됐을 정도니까요. 

실제 지난달 1순위 청약에 나선 충남 '서산 해미 이아에듀타운'은 80가구 모집에 1명, 2순위 접수자는 2명에 그쳤습니다. 인천 '송도역 경남아너스빌' 은 1순위 청약 경쟁률이 0.2:1로 처참합니다. 

건설사들은 서둘러 시장에 풀려던 분양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데요. 이달 전국 분양 예정 물량은 임대 포함해 1만2881가구로 지난달 예상치인 2만5620가구의 반토막으로 줄었습니다. 

정부의 1.3 대책이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시그널을 밝혔지만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실패한 셈입니다.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수요가 받아주지 못하는 상황인거죠.

이런 가운데 공정률이 80% 이상 진행된 후분양 단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시장이 좋을 때야 정부 규제를 피해 높은 분양가에도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정당계약 직후 곧바로 악성 미분양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표적인 후분양 단지인 서울 마포더클래시는 일반분양 53가구 중 27가구가 계약을 포기해 비상이 걸렸습니다. 다행히 최근 무순위 청약을 거쳐 20대 1의 경쟁률로 자존심을 세웠지만 살 떨리는 한 달을 보낸 셈이죠.    

반면 경기 안양 평촌센텀퍼스트는 지난달 1150가구 모집에 겨우 350명만 지원해 평균 경쟁률 0.3:1이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당초 3.3㎡ 당 1810만원이던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후분양(3211만원)으로 급선회한 것이 독이 됐는데요. 지금은 조합원들이 뜻을 모아 분양가 10% '눈물의 할인'이 진행 중입니다.

부산 재건축 대어로 통했던 남천자이는 일반분양 물량 116가구 중 73가구가 미계약으로 남아 최후의 보루인 선착순 계약까지 넘어가는 굴욕을 겪었습니다. 서울 강동구 더샵 파크솔레이유도 무순위 '줍줍'으로 미계약 매물을 털었습니다.

참고로 일반분양에서 1, 2순위까지 계약이 완료되지 않으면 무순위, 선착순분양을 추가로 진행하는데요. 무순위청약은 타지역 거주자, 부적격자, 유주택자 등을 제한하지만 선착순분양은 이런 제한조차 없습니다. 

최근 후분양 단지의 몰락 이유는 명확합니다. 주변 집값은 속속 하락하고 있는데 대출 끼고 사기에는 분양가 자체가 너무 비쌉니다. 여기에 곧 입주가 닥치는 만큼 잔금까지 서둘러 마련해야 하죠. 지금으로서는 소수의 현금부자들이 아주 확실한 입지를 골라 입성할 수 있는 '좁은 문'인 셈입니다. 

올해 서울에서 후분양 대어들이 대거 출시될 예정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아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영등포구 '브라이튼 여의도'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등이 꼽히는데요.

계약금 정액제나 중도금 이자 지원, 옵션 무상제공 같은 마케팅이 가능한 선분양과 달리 후분양은 분양가 할인이 유일한, 그리고 가장 확실한 흥행수단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사업비 회수가 절실한 시공사가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게 사실. 또 대부분 재건축 단지들인 탓에 조합과의 복잡한 이해관계도 넘어야할 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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