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칼럼] 공기청정기보다 리더 회복 프로젝트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 press@newsprime.co.kr | 2023.02.24 17:35:18
[프라임경제] 근무환경을 쾌적하게 하기 위해 물리적 공기만 청정하게 유지하면 안된다. 정신적 공기가 청정한지 점검해야 한다. 그 중심에 리더가 있다. 조직의 정신 건강 상태의 탐침봉은 리더의 정신 건강 상태다. 리더가 화났거나 지쳤거나 무기력하면 조직 전체의 공기가 머지않아 그렇게 바뀐다.

요즘 컨택센터는 격랑의 파도 그 중심에 있다. 신입을 채용하기도 어렵지만 기존에 있던 구성원들도 가파른 변화에 멀미가 난다. 코로나로 업무 공백도 많았는데다 새롭게 도입한 AI 기술팀에게 상담지식 데이터를 정리해서 보내야 하고, 챗봇 등 AI 기술로 대체된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른 상담업무를 새롭게 론칭해야 한다. 

게다가 아직 똑똑하지 못한 챗봇에 화가 난 고객을 위로해야 하고 , 어설픈 AI기술이 벌려놓은 문제를 수습해야 한다. 실로 그 어느때보다 손과 귀가 바빠졌고 정신이 고단해졌다. 팬믹 이후 사회 전반에 일어나고 있는 자발적 퇴사 움직임인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와 '조용한 그만두기(Quiet Quitting)' 그리고 '번아웃(Burn Out)'까지 더해져 컨택센터는 요즘 가장 어려운 시험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조직이 과도하게 빠른 변화에 맞닥뜨렸을 때 구성원들에게 약속 이상의 헌신과 몰입을 이끌어내는 주역은 누구일까? 바로 리더다. 회사가 사옥을 사서 사세를 넓힌다 한들, 업무성과 실적이 높아져 인센티브를 준다 한들, 복리후생조건을 갑자기 좋게 한들, 심오하고 진정한 몰입은 일어나지 않는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 하는 것이지 조건과 논리가 하지 못한다. 구성원 마음의 중심에 가장 가까이 가 닿을 수 있는 존재는 리더다.

그렇다면 요즘 컨택센터 리더는 안녕하신가? 그렇지 않다. 싸움닭 아니면 병든 닭 같다. 냉혈한 처럼 실적만 쫓는 리더가 되었거나 구성원 눈치를 보느라 쩔쩔 매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리더와 맞먹는 경력을 가진 고연령 상담사가 반이 있고, 나머지 반은 신입상담사가 얼굴 익히기도 전에 들고 빠진다. 연령과 경력의 비율이 극단적으로 포진되어있는 센터의 모습과 리더의 양극화된 증상은 닮아 있다.

컨택센터 리더들과 인터뷰를 하면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일이 너무 많고 바빠서 구성원들을 일일히 챙길 수가 없어요, 우선 결과를 만들어야 하니 원칙대로 공지하고 일부터 해치웁니다"

"리더가 말 조심을 해야 해요, 노무이슈도 많고 구성원들이 예민해서 말실수 하지 않도록 가능한한 말을 하지 않아요. 요즘은 시스템이 자동으로 다 점검되니 웬만하면 터치하지 않고 알아서 하게 놔둡니다"

"회사에서는 변화를 촉구하는데 구성원들은 안 따라오고, 모두들 저만 공격하는 것 같아요. 회사입장을 이야기하면 구성원이 항의하고, 구성원 입장을 이야기 하면 회사가 리더답지 못하다고 나무라요. 제가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매일 터진 일들을 수습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가요.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모른 채 그냥 반응하듯 일해요, 하던대로 하고 생각 없이 해요. 이렇게 일을 하다보니 보람도 성취감도 없어요. 일 자체가 힘든 것보다 일하는 방식 때문에 무기력해지고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느낌이예요"

리더의 환경은 척박하고 산소는 희박하다. 빛나는 자리일 줄 알았는데 암울한 처지가 되어가고 있다. 상담사가 상전이고 관리자는 괄시받는다. 그래서 아무도 리더 되기를 원치 않고 승진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리더는 원더우먼이 아니고 슈퍼맨이 아니다. 리더를 도와야 한다. 리더에게 숨 쉴 시간과 공간이 루틴하게 있어야 한다. 상담사에게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것처럼 감정노동으로서 리더의 책무를 인정하고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인디안들은 말을 타고 달리는 중간중간에 달리는 말에서 내려 멈추어 서서 뒤를 돌아보는 오래된 의식이 있단다. 지쳐서 쉬려는게 아니라 영혼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란다. 몸의 속도만큼 영혼이 따라올 수 있도록 숨을 고른단다. 

컨택센터 리더에게도 이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리더로서 잘 하고 있는지, 다른 리더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언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업무외적 대화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 같은 처지의 리더 동료 그룹과 함께 경험을 나누고 실수를 성찰하는 시간, 새로운 방안을 질문하고 탐구하는 시간,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인정하는 시간, 지금 리더에게 이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은 센터장 회의나 임원 간담회와는 다르다. 그 시간은 업무의 연장선상이고, 어떤 이야기를 해도 업무의 일환으로 듣게 된다. 말은 무슨 말을 하느냐보다 어떤 맥락에서 누가 어떻게 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업무 보고회의, 상사와의 식사시간은 되돌아보는 시간이 아니라 업무하는 시간이다. 불안할 때는 생존이 목표이기 때문에 성찰이나 배움은 일어날 수 없다. 자신의 취약점이 드러나도 손해가 염려되지 않는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어야 한다.

시간은 조직의 한정된 자원이다. 그래서 소중히 쓰여져야 한다. 특히 리더의 시간은 매우 소중하다.

15명을 관리하는 리더의 10분은 150분과 같다. 하지만 리더의 시간 못지 않게 리더의 정신과 에너지, 공기가 청정하지 않으면 조직 전체에 영향을 준다. 바로 리더가 숨쉴 겨를이 있어야 조직이 숨을 쉴 수 있다. 리더의 정신을 숨쉬게 하는 시간은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

일시적으로 두꺼운 방석에 앉아 눈을 감고 명상을 하게 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향을 태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명강사가 와서 리더십을 교육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리더십은 누군가의 방법을 배우는게 아니라 스스로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 그래서 스스로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리더의 그릇 크기 만큼 조직은 큰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