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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모호' 콜센터 도급 과업지시서, 업계 "고충 가중"

글로벌 기준과 다른 국내 기업…"악순환 관행 고리 끊어야"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3.03.02 16:24:16
[프라임경제] 콜센터 아웃소싱 업계가 8조원 시장으로 성장함에도 도급계약 관련 서류는 주먹구구식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도급계약 과업지시서(SOW, Statement of Work)로 불리는데, 문제 발생에 대한 책임소재가 모호해 하청업체(아웃소싱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은 서비스 제공부터 인력관리 방식까지 꼼꼼하게 기재돼 있는 반면 국내 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공공기관까지 관행으로 치부하고 있어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관행' 아웃소싱사 책임

도급계약 과업지시서는 원청사가 우월한 위치를 남용해 계약자유 원칙을 저해하는 것을 방지하고, 원청사와 아웃소싱사가 구체적 준수사항을 포함한 공정한 계약조건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이 유독 국내 기업이나 공공기관에는 적용이 안 되고 있다. 

상세 사항 계약들이 미비해 책임 대부분을 아웃소싱사가 관행적으로 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반면 글로벌 기업과의 도급 과업지시서는 다르다. 

글로벌 기업의 콜센터 과업지시서는 서비스 제공부터 인력관리 방식까지 꼼꼼하게 기재돼 있다. 실무상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상세히 기재됐다. 서류 서식을 제외한 분량만해도 각각 200페이지, 60페이지에 이른다. ⓒ 프라임경제


글로벌 기업인 A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국내 콜센터 도급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서비스의 범위와 업무 형태, 성과보고 등 개별 사례에 대한 지침이 상세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아울러 '인력관리 방식'을 중심으로 실무상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꼼꼼히 기재된다. 분량만 해도 200페이지에 이른다. 또 다른 글로벌 기업인 B사의 과업지시서도 60여장이 넘는다.

반면 국내 모 공공기관의 콜센터 도급계약 과업지시서는 단 17쪽에 그친다. 조달청에 올라오는 대다수의 콜센터 도급계약 과업지시서 분량도 별도 구비서류 서식을 제외하면 30장에 그친다.  

국내 도급계약 과업지시서는 다양한 변수에 대한 대비책도 부족하다. 문제 발생 시, 해당 책임을 원청사와 아웃소싱사 간 상호협의에 의해 진행된다고 명시된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을의 처지인 아웃소싱사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의를 제기하기도 모호하다. ⓒ 프라임경제


문제는 분량이 짧은 만큼 항목별 지시사항과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게 많다는 점이다. 확인되지 않은 사항은 통상 '관례'에 의해 진행된다. 채용 퇴직금, 복지후생 부담은 상담원 관리라는 카테고리 안에 뭉뚱그려 놨다.

다양한 변수에 대한 대비책도 부족하다. 문제 발생 시, 해당 책임을 원청사와 아웃소싱사 간 상호협의에 의해 진행된다고 명시된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을의 처지인 아웃소싱사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의를 제기하기도 모호하다. 을의 처지인 아웃소싱사는 갑인 원청사의 조건을 대부분 따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웃소싱업체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까지 비용을 감수하는 고충을 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콜센터 도급계약 대부분이 파견계약서와 같은 짧은 계약서를 쓴다. 관행적으로 선임자가 했던 정도에 그친다"며 "대표적인 예가 교육비다. 이 외에도 경조사비, 유급 휴가비 등 책임 소재가 필요한 부분들이 명시되지 않아 아웃소싱사들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도급계약서에는 사규에 따른 경조사비 등 도급비 명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 반면, 국내 계약서에는 규정조차 없다"며 "이로 인해 청구조차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시장 영세 영향…'원청사 눈치'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을 두고 국내 대다수 콜센터 운영업체가 영세한 것과 갑을 관계에서 비롯된 악순환이라고 분석했다. 

관계자는 "컨택센터 분야는 과거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실태조사를 진행했을 뿐 산업 규모나 중대함이 조명되지 않은 상태"라며 "3~4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수익 70%를 가져가고 나머지는 영세한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올바른 기준 정립에 대한 목소리를 낼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업지시서를 상세하게 규정하지 않는 것은 항의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지 않으려는 원청사의 의도일 수 있다"며 "대다수 콜센터 운영업체가 해당 소지를 문제 삼기보다는 원청사 눈치 보기에 바빠 허리띠만 졸라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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