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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철강업계, 후판 값 협상 눈치 싸움

인상 불가피 vs 실적 개선 어렵다…공방 장기화 예상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3.03.17 13:17:49
[프라임경제] 국내 철강사와 조선사 간 상반기 조선용 후판가격 협상을 두고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철강업계는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후판 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적자 늪에 빠진 조선업계는 원가절감을 통한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조선업계는 지난해 수주호황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조선사들이 적자를 기록했다. 후판 값 인상에 대한 부담이 어느 때 못지않게 높은 이유다. 상반기 후판 값이 인상된다면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통상 조선 전체 선박 건조 비용 중 조선용 후판 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수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조선업계가 후판가격 인하로 약 5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상반기 후판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된다면 이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에서 생산된 반제품 슬라브. ⓒ 포스코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제조 원가 중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 협상 결과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어느 정도 경영 정상화가 이뤄져야 국산 후판 값을 적정 수준으로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인하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합 수준은 유지돼야 주목할 만한 실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조선해양을 제외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수주목표 초과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흑자 전환까지 바라봤던 삼성중공업은 8544억원의 영업손실을, 대우조선해양은 1조613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철강업계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최근 중국 리오프닝 기조로 시황이 점진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안심하기는 이르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로 인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근 철광석 가격도 급등하면서 안개 속에 빠졌기 때문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 출선 모습. ⓒ 포스코


철강업계는 조선용 후판 값에 제대로 된 물가 반영이 이뤄지지 않아 경영에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한다. 정부가 나서서 후판 값을 억누르고 있어서다. 이에 업계 내부에서는 조선용 후판 사업은 자선 사업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조선용 후판은 철강사 제조 물량의 2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상당하다.

실제로 철광석 가격은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14일 중국 철광석(Fe 62%) 수입 가격은 CFR(운임포함) 톤당 133.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31일 79.4달러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67.5% 오른 수치다. 중국의 조강생산량은 앞으로 최소 5월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타이트한 수급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조선용 후판가격은 톤당 11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65만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량 뛰었지만, 철강업계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당시도 조선업계가 불황이었던 만큼 제대로 된 가격 책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사와 조선사들은 개별적으로 후판 값 협상을 진행하는 만큼 영업이익률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물가 반영률보다 낮은 가격으로 조선용 후판을 공급하고 있다"며 "상반기 후판 값이 동결된다면 팔수록 손해 보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올해는 양쪽 간 후판 가격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도 후판 값을 둘러싼 공방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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