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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현실판 학교폭력, '더글로리'에서만 가능한 피해자 복수

 

강나경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3.03.17 13:23:19
[프라임경제] 경찰을 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취임하기 하루 전 사의를 표명한 정순신 변호사. 그의 사임과 임용취소 이유는 아들의 학교폭력 때문이었다. 

물론 학교폭력 가해자인 아들이 원인이긴 했지만 그 이후 학교폭력위원회의 결정을 미루며 대법원까지 갔던 긴 시간의 싸움을 가해자 부모인 정순신 변호사가 이어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더 자극했다. 그 긴 법정 싸움의 결과로 학교폭력 가해자인 정순신 아들은 수개월 동안 피해자를 괴롭히고도 서울대에 입학했고, 피해자는 학업을 지속할 수 없을 만큼 피폐한 시간을 보내야했다.

정순신 아들의 스토리야말로 영화에 주로 등장하던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전형인 캐릭터이자 스케일이다. 학교폭력 가해자들(가족포함)의 행태는 더글로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듯하지만 피해자들의 현실은 드라마처럼 시원하지 못하다. 

사태 후 가해자가 긴 시간 동안 법적인 싸움을 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으나 그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필자는 기대가 없다.

기본적으로 학교폭력심의위는 학생선도라는 명분하에 징계보다는 계도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지우개 한 개가 책상에 넘어 갔다는 이유만으로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시대다.

정순신 아들 학교폭력사건으로 정부는 대대적으로 제2의 정순신 아들을 만들지 못하도록 법 개정을 한다고 해 대책을 보고자 했다.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을까? 역시나 대책이 또 대책으로만 남는 건 아닐까하는 우려도 생긴다.

학교폭력은 단순한 듯 하면서도 굉장히 복잡하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할 때는 피해자의 외적폭력에서부터 심리적 폭력까지 판단되어야 하고, 쌍방폭력의 경우 누가 먼저 어떤 방식으로 가해를 했는지 또한, 가해를 방어하기 위해 어떻게 쌍방 가해를 했는지 그것을 모두 명확하게 파악되어야 한다. 그러나 파악이 되었다하여도 현실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못한다. 

#남자 중학교에서 반 교체 수업으로 다른 반으로 간 A는 책상에 책을 먼저 두고 잠시 자리를 비운 후 돌아와 보니 그 책상에 B 학생이 앉아 있었다. A는 자신의 책이라고 자리를 비껴주길 요청하였으나 B는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고 전학생인 A에게 "찐따라서 전학 당했냐는" B의 빈정거림을 들어야 했다. A는 B의 교과를 밀쳤고 B는 A의 뺨을 때렸다. A는 결국 참지 못하고 B를 주먹으로 얼굴을 치면서 싸움이 됐다. B는 안와골절이 되어 전치 4주의 상해진단을 받았다. 그 자리에는 4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었다. 학생들은 A에게 쌍방폭력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결과는 A는 출석정지 5일, B는 심리치료, 요양이 결정되었다. 그 결정에 놀라워 한 사람은 그 과정을 지켜보았던 학생들이었다.

그 상황을 본 학생들은 억울한 쌍방폭행, 그 자리에 없던 학폭위위원들은 일방폭행으로 출석정지 5일.

#남고생 A가 학교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다 빤히 쳐다보는 B를 향해 왜 쳐다보냐고 물었고 B는 재미있게 생겨서 쳐다봤다고 히죽거렸다. 그리고 B는 패드립을 했고 A는 패드립을 들으며 말싸움을 주고받는 중 B 친구 C가 A의 바로 얼굴 앞에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A의 친구들은 2명, B 친구들의 5명이었다. 서로 그렇게 기 싸움을 하던 중 싸우자는 동의에 A는 응했고 2~3대 주먹으로 휘두른 후 C는 A의 머리를 가격하고 얼굴을 무릎으로 때려 의식을 잃어가는 A의 몸에 올라타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여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혔다. 그 과정에 B, C 친구들이 "엘보로 얼굴을 쳐라" "배를 쳐라" 하며 소리친 것을 A가 들어 관련 진술하였다.

학교폭력위 진술에서 B,C의 친구이지만 그 상황에서 떨어져 있던 D가 학폭위에서 "엘보로 얼굴을 쳐라"는 말은 들었다고 진술하였으나 그게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누군가는 폭력을 지시했지만, 누가 그 말을 했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폭력을 지시하고 그 폭력행위를 방관한 나머지 학생들에게는 징계없음으로 마무리되었다.

이게 현재 우리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심의되는 결과들이다. 이렇듯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의 학교폭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법을 개정하는 것 보다 우리 사회가 갖는 폭력에 대한 민감함 또한 그 폭력이 방치·방관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 큰 문제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가해자 조치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수단 중 하나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순신 아들의 학교폭력 사례처럼 가해자의 지속적인 괴롭힘일 경우 더욱 그렇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일단 가해자와의 분리가 우선이 되고, 그 이후 징계가 이루어진다면 긴 법정 싸움이 있더라도 피해자는 가해자와 한 공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버틸 수 있게 된다. 

즉 '지속성이 확인 된 폭력 가해자'에 대해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인지 즉시 '가해자 분리 의무(학폭위 심의결정이 되기 전 학교등교제한 후 전학조치: 등교는 하지 않아도 가정 내 자율수업으로 대체)'를 개정안에 포함시키기를 바란다. 이처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명확한 규정 없이는 법에 익숙한 법조인들은 또 다른 법의 맹점을 찾아 가해자들을 변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폭력은 이제 어른들의 싸움이 되었다. 그래서 보다 명확한 피해자 보호조치 없이는 '제2의 정순신 아들 학폭사건'을 우리는 또 보게 될 것이다.

강나경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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