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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경의 문해력 칼럼] 맹점을 확보하라

 

이가경 문해력 스피치 융고 대표 | bonicastle@naver.com | 2023.03.17 15:10:47
[프라임경제] 우리는 어떤 문제에 직면하거나 책을 읽다가도 완전한 맥락을 서둘러 파악하길 원한다. 그래서 지혜를 갈구하고 지식을 확보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찾아 헤맨다. 행여 본질 속에서 놓치는 게 있다면 그 안의 맥락을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퍼즐 몇 조각을 잃어버린 채로 판을 맞추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기도 하다. 

완전한 맥락을 파악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어림잡아 헤아려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짐작은 불완전하며 지극히 주관적인 경향을 띤다. 

말과 글에도 그만의 짐작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는가에 따라 구분지어 판단된다. 불완전하거나 불분명하고 예측에 의존한 어떤 생각이 말과 글로 표현되면 상대방은 언어의 맥락을 온전히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와 같은 언어를 접하기라도 하면 나만의 짐작으로 맥락을 판단하는 게 당연하다. 결국 가늠의 언어만 난무하는 의문투성인 관계에서는 자꾸만 불통이 연속된다. 

우리가 무엇을 이해했다는 것은 짐작할 겨를 없는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단서를 갖고 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그럼으로써 완전한 맥락을 파악하게 되는데, 문해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맥을 파악하려면 위에서 언급한 퍼즐조각, 즉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활자의 단서가 필요하다. 그 유무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에 관한 맹점의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맹점의 질문은 첫째, 무엇을 보았는가? 그것을 보는 대신 무엇을 보지 않았는가? 둘째, 무엇을 가졌는가? 그것을 가진 대신 무엇을 버렸는가? 셋째, 무엇을 알았는가? 그것이 전체이고 전부라고 생각하는가? 위와 같은 세 가지 질문은 맹점을 파악하는 간단한 시도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문제는 보고도 못 본 듯, 알고도 잘 알지 못하는 데에서 파생되기 때문이다. 

맹시로 인한 맹점은 일상에서도 흔하게 일어난다. 우리는 신체 특성상 시야에 들어오는 전부를 동시에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나를 직시하는 순간 소외된 다른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만다. 존재하는 진짜의 사실들이 한순간 부재나 거짓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처럼 맹점이 낳은 결점은 어느 순간 어느 상황에서 불현 듯 예상치 못한 영향을 나에게 혹은 남에게 끼칠 수 있다. 

특히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 나갈 때의 맹점은 큰 결함으로 작용될 수 있다. 자신의 예측을 근거로 섣부른 판단을 하거니와, 하나의 관점만 고수하면서 전체를 이해하는 편이 부족한 시간을 사용하는 합리적인 처사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위한 말과 글만을 다루고, 그것을 주축으로 관계를 다져나가는 식이다. 본인이 아니고서야 그 누가 자신의 말과 글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있을까. 말과 글은 자신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나 아닌 상대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도구다. 

불행히도 사람은 언제나 맹점을 안고 살아간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맹점이 있다는 사실조차 외면해버리는 사람들에게 있다. 맹점이 없다는 전제로는 문해력의 수준을 가늠할 수도 끌어올릴 수도 없다. 맹점이야말로 이해력, 인지력, 문해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얼마큼 맹점을 확보하는지에 따라 세 가지 능력(이해력·인지력·문해력)은 확연히 달라진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고 듣고, 말하고 쓰는 행위를 위해서 제 맹점을 최대한 확보하자는 주장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것이 없다.


이가경 문해력 스피치 융고 대표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마흔의 온도> 저자, 필명 이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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