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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공사비 증액 없인 입주 불가" 조합과의 갈등은 이제 시작

자재 가격 20% 이상 급증…마진 10% 불과 "감당 수준 벗어나"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3.03.21 16:19:15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은 지난해 4월15일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시공사와 재건축 조합간 공사비 증액 관련 갈등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사상 초유 공사 중단' 둔촌주공 사태 이후 공사 지연 사례가 늘어나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제때 입주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4월15일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사상 초유 공사 전면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공사 중단 요인은 바로 공사비 증액 관련 갈등 때문이다. 다만 이외에도 상가 분쟁 및 조합 집행부와의 갈등 등 여러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공사 중단 약 4개월 만에 조합과 시공사간 합의를 이끌어낸 둔촌주공 사업은 공사를 재개한 이후 현재 진행되는 무순위 계약을 통해 사실상 완판에 이뤄낼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 바라본 둔촌주공 공사 중단 사태는 최근 '공사비 증액을 위한 공사 중단' 시초이자 시발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둔촌주공 사태 이전에는 시공사가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 보상금 등과 함께 '조합과의 갈등으로 공사를 중단한 시공사' 꼬리표 탓에 실제 공사 중단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라며 "하지만 사태 이후 원자재 인상 등을 이유로 다수 시공사들이 공사 중단을 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내 재건축 사업에 있어 공사비 증액 관련 조합과 시공사간 심화된 갈등 탓에 공사 중단은 물론, 유치권을 행사하며 입주 거부 움직임까지 보이는 실정이다. 이런 대표 사업지가 바로 서울 양천구 '신목동파라곤(신월4구역 재개발)'이다. 

해당 단지는 '시공사' 동양건설산업이 지난달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이유로 100억원 상당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이로 인해 1인당 8000만원을 추가 분담해야 하는 조합은 거부했다. 이에 시공사는 아파트 입구를 컨테이너와 차량 등으로 가로막고 유치권을 행사, 지난 1일부터 예정된 일반 분양자 입주까지 막고 있다. 

오는 5월 말 입주 예정인 강남 대치푸르지오써밋 역시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이다. 시공사 대우건설이 공사비(903억원) 미입금에 따른 연체 이자와 원자재 상승분을 반영한 공사비를 합한 670억원 증액을 요구했지만 조합은 거부하고 있다. 

물론 통상 재개발 사업에 있어 '실착공 이후 물가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 없음'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값 등 공사비 상승세가 시공사가 감당할 수준을 벗어났다는 점이 문제다. 때문에 기존 계약대로는 도저히 사업을 진행할 수 없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게 건설업계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020년 전후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건축자재 가격이 급증했다"라며 "여기에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와 인건비 급증 등 공사비 인상 폭이 시공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라고 설명했다. 

신목동 파라곤은 공사비 분담 문제로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해 입주를 막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건설공사에 쓰이는 핵심 자재인 시멘트와 고장력 철근 가격(1분기 기준)은 2020년과 비교해 각각 54.6%, 63.4% 상승했다. 여기에 주택 건설에 투입되는 원자재 및 인건비 변동을 반영하는 건설 분야 물가지수 '건설공사비지수'도 2020년 1월 118.30 이후 △2021년 124.12 △2022년 141.91 △2023 150.87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면 통상 시공사 마진은 많아야 10% 내외. 즉 마진을 포기하더라도 치솟은 공사비 탓에 증액 없인 과도한 손실은 피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게 건설업계 설명이다. 

법원 역시 공사비 증액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는 분위기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김우현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신월4구역 조합이 시공사 상대로 낸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시공사 유치권 행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라고 기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공사비 증액에 대해 "양측 의견 차이가 있으나, 소비자물가지수 변동 경과 등에 비춰볼 때 상당한 정도의 추가 공사비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타당성을 인정했다.

나아가 건설업계는 향후 소비자물가지수가 아닌, 건설공사비지수를 기준으로 공사비 증액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갈등을 빚는 사업지 대다수가 원자재 가격 상승률이 높지 않았던 2021년 계약을 체결했다"라며 "당시 계약에 반영했던 소비자물가지수가 건설공사비지수와의 격차가 커지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초기 당시 확진자로 인한 현장 출입 통제 등 강력한 거리두기 여파로 계약 기간 내 완공은 힘들 뿐만 아니라 올해 분양 물량도 많아 유사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주택 시장은 지속되는 고금리 등 악재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시공사들은 공사비 증액 등을 이유로 조합과의 갈등이 피하지 않다. 과연 이런 갈등이 향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련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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