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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사 주지 탄원스님, "MZ세대 마음 위해 절문 활짝 열었다"

- 청소년 조선팝밴드 결성 등 MZ세대 포교에 앞장

김진호 기자 | kjh@newsprime.co.kr | 2023.03.31 13:35:18

지난 28일 포항 보경사 경내에서 인터뷰를 진행중인 탄원스님 모습. =김진호 기자


‘사찰’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산속에서 스님들이 수행하는 곳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나이깨나 있는 사람들이 이따금 찾아 번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심신을 달래기에 절만큼 좋은 곳도 없다.

하지만 반면 젊은 세대의 생각은 다르다. 속세에서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 모든 종교가 겪는 현상이지만 불교도 종단마다 젊은 층 포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1,400여년의 고요에서 깨어나 미래와 청년 속으로 향하는 도량(道場)이 있어 화제다. 포항시 북구 송라면에 있는 고찰(古刹) 보경사다.

빼어난 풍광으로 경북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내연산 입구에 자리한 이 절은 유서 깊은 고찰이다. 602년 신라 진평왕 때 지명법사가 창건했다.

수려한 계곡과 경북 3경의 하나로 꼽히는 12폭포에서 내려오는 물이 사시사철 등산로를 따라 이어진다. 많은 보물과 문화재를 보유해 경북 뿐 아니라 동해안 일대를 통틀어 가장 크고 유명한 고찰로 꼽힌다.

주지 탄원 스님은 ‘서울 토박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33·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을 은사로 모셨다.

2021년 9월 주지로 부임한 탄원 스님이 무엇보다 강조하는 건 청소년 포교다. 청소년이 강건해야 불교는 물론 나라의 미래도 밝아진다는 신념에서다.

“아이들에게 불교를 전법하려면 사찰을 찾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됩니다. 그런 점에서 템플스테이를 통해 접근성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MZ세대에겐 그들 눈높이에 맞게 부처님 법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놀이공간과 문화예술이 많아야 합니다. 특히 다문화 가정 등 지역 소외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을 많이 만들 계획입니다. 그 일환으로 청소년 조선팝 밴드 결성을 할 생각입니다.”

탄원 스님은 보경사를 과감하게 개방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절 뒤편 솔숲 4km 구간에 탐방로 조성공사는 이미 진행 중이다. 경관조명도 설치, 야간에도 개방해 아이들이 부모 손잡고 산책을 즐기도록 할 예정이다.

일주문 왼편 2만여 평 부지에 체험학습장 조성을 위한 현상변경도 최근 완료했다. 올 가을엔 포항지역 10대 청소년들을 위한 MZ음악회도 준비하고 있다.

보경사는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내연산과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등산객과 관람객, 신도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따라서 오는 5월 문화재 관람료 무료화가 시행되면 방문객이 급증해 심각한 주차난이 예상된다. 사찰 후문 쪽 700여평 부지를 주차장으로 만들 계획이지만 주차난 해소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4월 영천 은해사는 무료입장을 시행하면서 방문객이 3배 가까이 급증했어요. 보경사는 연간 20만~30만 명이 찾는데 무료 개방이 시행되면 향후 100만 명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등산객과 관광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주말과 휴일엔 주차난이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여 걱정입니다.”

보경사는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포항시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상가 입구에 있는 공영주차장 확대를 위해 지자체의 요청이 있으면 인접한 사찰 소유 토지를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국비 예산이 필요하다. 당장은 실현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행히 포항시가 긍정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어 조만간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탄원 스님은 지난해 9월부터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문화부는 종단을 홍보하고 연등회, 축제, 미술대전, 불교문화대전 등 각종 행사를 담당하는 등 불교문화를 알리는 얼굴과도 같은 곳이다. 주말이면 포항과 서울을 수시로 왕래하느라 힘들고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 그보다 더 힘든 건 신도들을 자주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늘 미안한 마음이다.

피곤한 몸과 미안한 마음에도 탄원 스님은 희망의 에너지가 넘치는 인상을 풍긴다.

일이 많은 겸직도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천행이라고 생각한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자리가 문화재의 보고인 보경사와 연관된 업무가 많아 사찰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된다.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면이 넓어지고 친분이 쌓이다 보니 종단의 각종 현안사업 추진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탄원 스님은 보경사 괘불탱화(보물 제1609호)를 국보(國寶)로 승격시키기 위해 추진하고 있으며, 빠르면 내년 중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괘불탱화가 국보로 승격되면 보경사는 포항지역에서 국보를 보유한 유일한 사찰로서 지역민의 자긍심이 고양될 것임은 말할 나위 없다.

사천왕문의 보물 지정 여부도 주목된다. 보물은 도 문화재 등록 후 승격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지정 문화재인 사천왕문 보물 지정 추진은 그만큼 문화재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탄원 스님은 조계종 미래본부 ‘천년을 세우다’의 종책사업인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세우기 추진단장도 겸하고 있다.

2007년 발견 당시부터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용역발주와 연구가 진행됐지만 번번이 좌절한 사업. 마애불이 새겨진 길이 6m, 무게 80t 이상 나가는 엄청난 크기의 바위를 들어올리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손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과거 천년을 세워 미래 천년을 여는 의미가 담긴 과업으로 불자를 넘어 모든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 국민 모두 어려운 때인데 (마애)부처님을 세움으로써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용역 결과가 빠르면 오는 6월, 늦어도 8월에 나올 예정인데, 용역 결과에 따라서 내년 모의시험 진행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탄원 스님은 한국 불교에 대해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불교는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사찰에는 MZ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조건들이 많다. 템플스테이가 그렇고 사찰음식이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이들이 한 번 절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포교하는데 그리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템플스테이, 사찰음식 등은 직접 오지 않고는 체험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사찰에 와서 이것을 한 번 경험해본 청소년들은 너무 좋다면서 또다시 오게 돼요. 심지어 사찰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싶다는 청소년들까지 있어요. MZ세대들은 자아탐구에 관한 욕구가 높아서 사찰에 오면 나를 돌아볼 수 있고 거기다 훌륭한 풍경과 몸에 좋은 음식까지 제공되니 그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죠.”

탄원 스님은 ‘욕심꾸러기’다.

무욕(無慾)과 무소유(無所有)는 스님들이 실천해야 할 중요한 덕목이지만 그에게는 그럴 여유마저 없다. 세상은 넓고 포교해야 할 청소년들은 많기 때문이다. 2021년 9월에 보경사 주지로 부임했으니 절반 남짓 임기가 남아 있다. 이 기간 동안 보경사가 조금이라도 더 지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각종 불사(佛事)를 추진하고 있다.

보경사 위상에 걸맞은 일주문과 괘불탱화를 비롯한 유서깊은 문화재를 전시·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개방형 수장고)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또 공양간을 후문 주차장 쪽으로 확대·이전해 방문객들이 건강한 사찰음식을 맛볼 기회를 제공하며, 내연산 등산객 편의를 위해 등산로에 화장실도 포항시와 협의해 설치할 계획이다.

보경사는 더이상 속세와 동떨어진 고즈넉한 산사(山寺)가 아니다.

1,400년이란 묵언수행을 끝내고 산속에서 나와 대중 속으로, 청년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다.

불교 신도든 아니든 종교에 구애됨이 없이 자유로이 드나들며 여가를 즐기는 곳, 청소년들이 각종 문화예술을 즐기며 마음껏 질풍노도를 발산하는 곳, 보경사 주지 탄원 스님이 꿈꾸는 보경사의 미래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많은 사부대중들이 미래 천년 보경사의 변신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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