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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뻥 뚫린 항공보안, 국가 공권력의 남용

 

황호현 교수 | press@newsprime.co.kr | 2023.04.03 11:07:22
[프라임경제]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 거부된 외국인은 강제 출국하기 전까지 출국대기실에서 대기해야 한다. 한때 송환 대기자들은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출국 대기실에서의 인권침해가 사회 문제되기도 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을 관리하는 인천공항 항공사운영위원회(AOC)는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어서 신변 안전이 위협되는 상황임에도 이들의 난동과 폭행의 제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하여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출국대기실을 국가가 직접 운영하도록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했고, 나아가 운수업자에게 책임이 없는 경우는 외국인의 출국 시까지 발생하는 관리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게 하는 등 국가의 임무를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렇듯 입국 불허 외국인이 머무는 출국대기실의 운영 주체를 민간에서 국가로 변경하는 법이 시행되었지만, 법무부가 여전히 '대기실 입실 전후 인솔 업무는 민간 운수업자 관할'이라는 입장으로 개정 취지와 전혀 다른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출국대기실을 민간이 운영함에 따라 발생하는 외국인의 인권침해 및 민간인 신분의 근무자가 송환대기자의 폭언과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 취지를 무시한 것이다. 

법무부가 송환대기자 관리, 감독 업무 일체를 담당해야 함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단순히 관리비용 문제로 접근하는 책임 회피 법무부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급기야 최근 입국 불허자에 대한 법무부의 관리 소홀로 인해 공항을 이탈하는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9년 7만3020명에 달했던 입국 불허자가 코로나로 여객이 급감하면서 줄었지만, 앞으로는 다시 급속하게 증가할 것이기에 철저한 대책이 요구된다. 이번 사건에는 공항경찰단도 한몫을 톡톡히 하였다. 사실 국가 주요방어 시설인 공항에서의 최종적인 보안 책임은 국가경찰이 담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천국제공항 경찰대를 경찰단으로 격상해 일반 경찰서의 절반도 안되는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단장의 계급은 오히려 높은 직급으로 보하는 등 인천국제공항 치안 유지에 많은 기대를 하였으니, 이제 그동안 확대된 위상에 걸맞는 어떤 실질적인 보안 활동을 해왔는지를 점검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실탄 발견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지휘를 받는 항공보안검색요원을 입건하는 등 책임지는 자세보다는 오히려 민간 기관에게 잘못을 추궁하려는 듯한 태도는 실로 실망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당사자의 중과실이나 고의는 검토해야 하겠지만 신중함 없이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에서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하는 항공보안검색요원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등 득보다는 실이 많은 수사를 섣불리 감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와 민간이 애매하게 섞인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공무원 신분인 교통안전국(TSA)이 항공보안을 담당한다. 우리가 당장 그런 제도를 도입하지는 못하더라도 법무부의 미온적인 대처와 경찰의 안이함이 야기한 이번 송환 대기자 탈출 사건을 계기로 항공보안 현장에서의 보다 책임감 있는 국가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황호원 교수 (한국항공대학교/항공보안학회 회장/한국항공우주정책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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