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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고 보자' 저가수주…구인난‧서비스 하락 '악순환'

기술평가 기준 높여야…"상담사 서비스 품질 높이는 방안 우선돼야"

김이래 기자 | kir2@newsprime.co.kr | 2023.04.18 13:58:12

[프라임경제] 콜센터업계가 '저가입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로 더 낮은 가격으로 입찰가를 제시하는 출혈경쟁으로 오히려 적자를 키운다는 비판이다. 

'저가입찰'은 수익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도 발생시킨다. 서비스 질과 원청사 이미지 하락 등인데, 시급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한 공공기관의 콜센터에서 상담사들이 전화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입찰에서 '가격'은 업체를 선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가격 비중은 10%에서 많게는 50~60% 가까이 차지한다. 가격점수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업의 전문성보다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기업이 더 유리해지는 구조라는 게 문제다. 

때문에 아웃소싱기업들은 사업규모에 관계없이 일단 무조건 가격을 낮게 제시한다. '따고 보자는 식'이다. 

콜센터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 민간 기업이 가격점수 50점, 기술점수 50점으로 입찰공고 했는데 이건 다른 건 보지 않고 '가격'만 보겠다는 뜻이다"라면서 "제일 낮게 쓴 기업이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보니 사업이윤이 0%라도 최저가를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컨택센터업계에서는 "가격점수가 20% 이상이면 오로지 가격만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경쟁업체가 많아질수록 눈치 게임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기술 점수에 해당하는 회사소개, 콜센터 운영 방법, 인력 채용 노하우 등에서 큰 변별력이 없다 보니 가격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같은 저가수주 경쟁이 아웃소싱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적정이윤을 확보할 수 없어 실제 운영을 하더라도 사업이윤이 0% 이거나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제대로 된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또 다른 콜센터업계 관계자는 "저가 수주 사업은 허리띠를 졸라매 타이트하게 운영된다"면서 "구체적으로 직원들의 복리후생비, 생산성 향상을 위한 프로모션 비용 등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렇게 복리후생비와 프로모션비가 줄어들면 최저임금과 맞닿아 있는 콜센터 상담사 급여는 더 줄어든다. 결국 낮은 임금체계와 감정노동이라는 프레임에 구직자들이 상담사 지원을 꺼리면서 콜센터업계의 채용난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상담인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않다 보니 콜 생산성이나 서비스 품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메이저급 아웃소싱사들은 채용을 위한 광고비만 매년 수십억원을 쏟아 붓고 있지만, 여전히 '상담사 모시기'는 난제로 남아 있다. 저가입찰로 시작된 상담사의 낮은 급여, 복리후생비 삭감, 서비스 품질 하락 등 후폭풍으로 컨택센터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는 저가입찰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원청사의 노력이 함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현실적인 사업비 산정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처럼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도급비를 책정하면 사업비는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위탁 비용의 원가를 산정하고, 아웃소싱업체가 충분한 사업 대가가 보장되도록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기본임금 외 복지 및 제비용을 기준으로 산정하되 그밖에 고용유지지원금 등 기타 비용은 원청사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가격에 대한 점수보다 기술에 대한 평가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아웃소싱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입찰방식처럼 가격을 우선시 보기보다는, 가장 운영을 잘할 업체를 찾고 그 후에 적당한 가격이 얼마인지 검토하는 프로세스 변경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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