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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수 환영 외치던 HD현대, 사라진 대승적 자세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3.04.10 09:20:16
[프라임경제] "시장에서 제대로 돈을 벌어 회사를 성장시키고 직원들도 넉넉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가수주 관행도 사라져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지난 1월 CES2023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환영의 뜻을 가감 없이 밝힌 것이다.

그러나 정기선 대표의 말과는 달리 조직의 움직임은 상반된 모습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후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 관련해 지속적으로 공정위에 민원을 신청,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2월19일 한화의 기업결합 신고 이후 네 차례나 이의제기를 신청했다. 함정 부품과 함정 간 수직결합이 이뤄질 경우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건데, 사실상 설득력이 떨어진다.

함정사업은 해군과 방사청 통합사업관리팀(IPT)에 의해 △선박 건조 △전투체계 △소나체계 △무기체계를 따로 분리해 발주하기 때문이다. 타 산업 대비 경쟁 제한 문제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 관련 분야별 업체들끼리만 경쟁하면 되는 시스템으로 계열사 기술 정보 공유나 가격 할인 등의 특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해외 경쟁당국이 이미 기업결합을 승인한 상황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희박함에도, 반복되는 이의신청으로 인해 인수가 지연되고 있다는 날선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심사를 서두르겠단 입장이지만, 여전히 결정 시점을 구체화하지 못했다.

이에 한화그룹의 투자 계획도 늦춰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 1분기 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특수선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다. 

구체적으로 대형 크레인 도입과 도크 보수, 각종 의장작업을 위한 샵 증축 등 특수선 건조시설 현대화 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인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조선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HD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과의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심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거진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에 인수돼 정상화 궤도에 오르게 되면 수주전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와 관련 HD현대중공업은 동종업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과정에 응했을 뿐이고, 기업결합 심사의 통상적인 절차라고 주장한다. 수직계열화에 대한 우려가 거론되는 것도 사실이니, 심사도 자연스레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쨌건 심사가 늦어질수록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는 늦춰진다. 대우조선해양은 12조원이 넘는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곳이다. 어느 기업보다 정상화가 절실하다.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저임금 구조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조선사간 경쟁력 제고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경쟁은 상호 기술력 제고라는 선순환 효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불필요한 경쟁은 업계에 상흔만을 남길 뿐이다.

HD현대중공업은 2000년대 중후반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저가수주까지 빚었던 과거를 곱씹어 봐야 한다. 업계 1위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대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정기선 사장의 바람대로 건강한 경쟁구도로 이어질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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