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현장] 커피향 솔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경영대회' 가보니

제니엘플러스, 헤이듀 커피 4개 매장 8명 경연

김이래 기자 | kir2@newsprime.co.kr | 2023.04.21 11:19:39
[프라임경제] 많은 직장인들이 바쁜 출근길에 발길을 멈췄다. 커피향 솔솔 풍기며 사람들이 모여있는 이곳은 발달장애인들이 만든 커피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다.

20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헤이듀 커피에서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무료 커피시음 행사를 진행했다. = 김이래 기자


어제의 피로를 씻어줄 뜻밖의 커피 한잔을 손에 쥔 사람들은 잊지 않고 '감사하다'는 말로 답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바리스타 경영대회' 준비가 한창이다.

이 대회는 20일, 제니엘플러스가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립한 표준사업장인 헤이듀 커피에서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진행됐다. 헤이듀 커피는 영등포 구청점, 선유점, 부천점, 가산점 등 총 4개 매장에서 100여 명이 넘는 장애인들이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이날 헤이듀 커피 영등포 구청점에서는 각 지점 대표 바리스타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대회로 열정적인 분위기였다.

헤이듀 커피 영등포구청점, 선유점, 부천점, 가산점 각각 매장을 대표하는 바리스타 2명이 경영대회에 참여했다. = 김이래 기자


이 자리에는 남석현 제니엘플러스 대표를 비롯해, 박중석 서울남부발달장애인훈련센터 센터장과 각 매장에서 뽑힌 2명의 바리스타와 부모님들 30여 명이 카페를 가득 채웠다.

먼저 인사말에서 남석현 제니엘플러스 대표는 "오늘 장애인의 날 행사는 우리 카페 취지를 이해하고 헤이듀 커피를 찾아주는 고객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준비했다"면서 "이번 바리스타 경진대회는 카페 운영 노하우를 함께 공유해 직원들이 헤이듀 점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회가 시작됨과 동시에 각 팀당 1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 시간 동안 바리스타들은 벚꽃라떼 1잔과 아메리카노 다크, 마일드, 1리터 (다크+마일드) 총 3잔을 만들어 신속하게 심사위원에게 전해졌다. 심사위원들은 커피 한 모금을 입에 물고 가글을 하듯 진지하게 음미한 뒤 물로 입을 헹구기를 반복하면서 공정한 평가를 이어갔다.

심동선 헤이듀 커피 부천점 바리스타가 커피 원두를 추출하고 있다. = 김이래 기자


대회에 참가한 바리스타들은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동안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한잔의 커피를 내리기 위해 커피가 내려오는 동안 숨죽여 기다렸다가 얼음컵으로 에스프레스를 시원하게 쏟아부으며 환하게 웃었다. 마치 프로의 바리스타 모습처럼 말이다.

헤이듀 카페만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벚꽃라떼'는 봄날의 벚꽃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것처럼 예뻐서 인기가 많은 메뉴 중 하나로 꼽힌다. = 김이래 기자

순식간에 4개의 팀이 커피와 벚꽃라떼를 만들었고 심사는 자세, 맛, 협동심, 조화 이렇게 4가지로 평가됐다. 그 결과 △팀워크 바리스타상에는 가산점 신승연, 지영무 △스마일 바리스타상에는 선유점 한지은, 조연아 △아트 바리스타 상에는 영등포 구청점 김현희, 진요셉 △골드 바리스타상에는 부천점 김근호, 심동선이 수상했다.

골드 바리스타상을 수상한 심동선 바리스타는 "부모님이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2년 동안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실패도 맛봤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한 결과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수료했다"고 말했다.

또 김근호 바리스타는 어렸을 때부터 후각이 예민해 바리스타와 소믈리에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저의 꿈은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누구나 한번 오면 계속 카페를 찾도록 단골을 만들어 자신의 이름을 딴 '김근호 카페'를 창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명의 심사위원들은 바리스타들이 커피 3종과 벚꽃라떼를 만들고 자리에 갖다 놓는 과정을 꼼꼼히 심사했다. = 김이래 기자

40여 분 동안 진지하게 심사를 진행한 심사위원은 "가장 중요한 자세는 청결함을 우선으로 봤고, 맛은 얼마나 맛 표현을 잘했는지 그리고 3잔의 커피를 뽑는 시간이 얼마나 일관됐는지, 협동심과 조화로움 등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헤이듀 커피에서 열린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바리스타 경영대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 김이래 기자


이어진 시상식에는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하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 기념 촬영으로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장애인 바리스타를 대견하게 바라보는 부모님들의 표정이다. 

이번 대회를 지켜본 한 학부모는 "하루에 3~4시간 정도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사회성을 길러나가고 있어 대견하다"고 말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