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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육아휴직이 '여전히' 죄가 되는 대한민국

 

강나경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3.04.24 10:57:20
[프라임경제] 네이버에 재직했던 워킹맘의 극단적인 선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 다시 한 번 여성의 사회활동과 양육에 대한 화두가 던져졌다.

사회가 변화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여성들의 출산과 육아, 양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여전히 미흡하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양육과정 전반에 남성들의 참여는 현저히 부족하고 여성들에게 할당되는 아이들에 대한 다양한 생애주기별 노동은 고스란히 여성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육아는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서 행해지는 노동 중 희생과 정성이 가장 필요한 일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심리적, 경제적, 육체적인 모든 노력과 고통이 수반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료 그리고 조직, 더 나아가 이 사회에서 여성들의 돌봄 노동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재한 인식이 법적근거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육아휴직과 양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워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저출산 국가로 한국의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여성들에게 부과되는 일과 양육에 대한 부담은 결혼기피현상과 더불어 출산기피현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출산으로 인해 여성이 감수해야 하는 부당함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여성의 학력은 선진국에 뒤지지 않을 만큼 고학력이다. 고학력에 따른 사회 진출은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있으나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경력단절과 뒤처지는 승진, 조직 내 도태는 여성들에게 부담을 넘어 불합리한 상황이다.

우리 사회는 양육으로 인한 조직 내 불편함은 진행형인 것이다. 그 불편한 진행형은 누구의 책임일까? 극단적 선택을 한 네이버 직원의 말처럼 육아휴직은 죄인 것인가?

법적으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는 보장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법에 보장 된 대로 활용할 수 없는 이유는 완벽한 대체인력이 배치되지 않는 이상 주변 동료에게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아휴직을 하는 당사자도 그 당사자의 동료들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인 것이다. 또한 법적인 근거로 육아휴직을 인정받고자 하지만 그것을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조치 역시 부실한 탓이다.

법에 따라 출산휴가를 부여하지 않은 사용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의 벌금, 육아휴직을 부여하지 않은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지고,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문제가 발생해도 적절한 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22년 고용부가 996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성차별 방지를 위한 스마트 근로감독 결과를 보면 위반건수는 4362건에 달하지만 이중 22건만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단1건만 사법처리 되었다. 
이게 우리 사회의 현실인 것이다.

육아휴직에 대한 조직 내 갈등은 결국 직원 간 불협화음으로 연결되고 결국 조직 내 따돌림으로 변질 된다는 것을 네이버 여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알 수 있다. 육아휴직은 당사자의 권리가 아닌 주변 동료의 희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도 우리 사회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이런 죽음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직속으로 저출산․고령화 위원회를 설치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자체에서도 정부 정책과 별개로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출산율은 높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태가 유지 된다면 2075년에는 경제적 규모가 필리핀보다도 작아 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책과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젊은 MZ세대들에게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지 오래다. 출산 또한 그렇다. 그들이 당연시 되어 왔던 결혼과 출산을 선택으로 바꾼 것은 다변화된 사회의 영향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출산과 양육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만 지어주기 때문이다. 이제 자녀가 두 명만 되어도 다자녀로 표현하는 시대가 되었다. ‘꼰대’라고 불리는 기성세대가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국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는데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지원하는 것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 지원의 실효성을 높여야 하고, 사회의 인식 전환도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육아와 양육에 대한 여성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법 제도의 적극적인 조치와 부족한 정책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출산과 양육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부여되는 현 사회 구조를 변화하는데 이 사회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만이 가능하다.

특히 법과 제도가 마련되었다고 저출산, 육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일차원적인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육아휴직이 동료에게 피해가 주는 ‘죄’가 되는 현실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뿐만 아니라 공공과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도 진정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만들어나가야 할 시점이다. 더 이상 늦추면 국가경쟁력을 더 높이는 기회도 상실되고,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요소인 국민 감소를 방지할 타이밍도 놓칠 것이기 때문이다.

강나경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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