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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린이날,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대한민국을 안겨줬을까?

 

강나경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3.05.03 17:33:30
[프라임경제] "73명의 미성년 피해자, 미성년 성 착취물 3200개 이상 제작·미성년자 2명 성폭행·유포물 피해자 3명 협박·범죄 기간 4년…형량은 '고작 16년'."

재판부는 채팅앱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접근해 디지털 성 착취 범죄를 저지른 전 육군 장교에게 16년 형을 선고했다. 73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디지털 성 착취물을 무려 3200개 이상을 제작하고 16세 미만 미성년자 2명을 성폭행했다. 그리고 제작한 디지털 성 착취물을 빌미로 3명의 피해자에게 협박까지 하며 4년 동안 범죄를 지속한 이 범죄자에게 선고 된 형량은 '고작 16년'이다.

이때 떠오르는 말이 있다. '만약 미국이었다면…' 

미국은 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소지만 해도 5년 10개월이다. 73명의 피해자와 미성년자 2명을 성폭행까지 했다면 당연히 범죄자 얼굴 공개가 함께 이루어졌을 것이고 종신형은 당연했을 것이다. 이렇듯 미국의 소지 혐의로만 계산해 봐도 최소 400년의 형을 받게 될 범죄자가 우리나라에서는 다수의 피해자에게 온갖 성범죄를 짓고도 고작 16년형을 '조용히' 받았다. 

그래서 우리는 늘 이런 빈약한 형량을 들을 때마다 '미국이었다면…'을 내뱉게 된다. 이것은 국가별 법과 제도를 떠나 양형 기준을 마련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이를 가능케 하는 모든 여건이 아직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아님을 성토하는 것이다.

2022년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불법 촬영물 검거율이 2020년 80.5%, 2021년 73.3%, 2022년 8월까지 64.3%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한 여성가족부 2022년 보고서 자료를 보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착취물 제작·판매.소지 등의 피해자는 2021년보다 79.6% 증가했다고 한다. 즉, 범죄는 증가하고 검거율은 낮아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재판부는 이런 범죄자에게 피해회복을 위해 공탁을 한 점과 초범이라는 점을 내세워 양형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은 공탁이 피해자를 위한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을까? 또한 처벌 전력이 없었던 것이 과연 양형의 이유가 되어야 할까? 범죄 기간 4년·피해자는 무려 73명이다. 그런데 처벌 전력을 운운하며 양형을 받았다.

디지털 성범죄는 드러나지 않고 반복되는 범죄이다. 즉 전과의 유무로 결정되기엔 그 횟수와 피해자가 많다는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 범죄행위가 추가 되었기에 다른 일반적인 범죄처럼 초범이 양형의 이유로 거론되기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디지털 성범죄의 무거움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재판부는 디지털 성범죄는 촬영 영상을 완벽하게 삭제하는 것이 쉽지 않고 언제라도 쉽게 복제·생성될 수 있어 죄질이 나쁘다고 판시했다.

정확하게 디지털 성범죄의 문제를 짚었다. 영상을 완벽하게 삭제하기 어렵고 쉽게 복제·생성이 가능하기에 영원히 피해자들은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나 문제는 재판부가 답이 맞았는지에 대해서는 이 사회가 동그라미 대신 빨간펜을 잡은 것이다.

미성년자인 피해자들은 18년도 채 살지 않았다. 100세 시대인 지금 피해자들은 언제 자신들의 모습이 담긴 불법 촬영물이 재생산될지 두려움에 떨며 수십 년을 살아갈 것이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될 우려도 감출 수 없다. 

실제로 디지털 성범죄로 인한 피해자들의 자살률이 높다. 그러나 성 착취 피해자들이 드러나길 원치 않아 그 통계는 정확히 잡을 수도 없다. 이렇게 피해자들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낼 텐데, 범죄자는 16년 후 당당히 이 사회의 일원이 된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일까? 

미국에서는 아동을 성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법을 상세하게 만들어 법관과 검사의 재량을 줄였다고 한다. 예를 들면 단순 소지의 경우 기본 형량 범위가 41개월에서 51개월로 정해져 있고 피해 아동의 나이 인터넷 유통·유포 여부·영상의 개수 등에 따라 형을 더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용어 사용과 처벌 규정에서 '불법 촬영'과 '불법 유포'를 구별해 각각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영국의 경우 양형기준법을 새로 만들어 양형 합리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가해자 처벌외 피해 차단을 위해 게시물 삭제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법원 금지명령에 의한 영구삭제 명령을 명문화했다. 

또한 민사상 피해자 구제제도 중 동의받지 않은 성적영상물의 유포는 개인의 사적 정보 남용으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북아일랜드의 경우도 민사상의 구제 수단으로 불법행위법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 학대 금지법에서도 법률 위한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및 피해자가 학대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있으면 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성적사진이나 필름·동영상 파일 등의 유출을 막거나 형사 기소에서의 증거 수집을 위한 법원의 금지명령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여러 국가들이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범죄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조치로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곧 5월5일 어린이날이다. 이제부터라도 빈약한 법·제도가 아동·청소년들에게 행해지는 범죄율을 더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사회는 깊이 있는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강나경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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