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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키즈존' 보다 더 시급한 보호 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 아이들

 

강나경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3.05.09 10:18:11
[프라임경제] 5월 4일 용혜인 의원에 의해 잊혀가던, 아니 정착된 노키즈존이 다시 논쟁의 중심에 올랐다. 용 의원은 "노키즈 대한민국이 '퍼스트 키즈' 대한민국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맞다. 우리 아이들에게 '퍼스트 키즈' 대한민국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변화해야 하고, 국가정책 방향과 사회 인식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현재 한국은 저출산을 넘어 초저출산 국가에 접어들었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출산율을 우려하고 있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즉 아이들 한 명 한 명 소중히 이 사회가 키워야 하고 이 땅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모두 도태되지 않고 보호받으며 자라야 한다. 그러나 사회 현상이 발생하면 그 발생이 원인이 분명히 있고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한다.

노키즈존의 계기는 2011년 한 식당에서 뜨거운 물이 담긴 그릇을 들고 가던 종업원과 부딪힌 10세 어린이가 화상을 입으면서 업주와 종업원에게 배상 판결이 내려지면서다. 법원은 10세 어린이 부모에게 30%, 업주와 종업원에게 70%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 후 우리 사회에 '노키즈존'이 조심스럽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 노키즈존과 함께 언급된 단어는 '맘충'이었다. 카페에서 아이들의 똥 기저귀를 갈고 아무렇지 않게 던져 놓고 나간 부모, 카페에서 식당에서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러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 부모, 식당에서 기어 다니며 종업원들을 아슬아슬하게 만들지만 아무 조치 없이 식사하던 부모, 심지어 커피숍 컵에 남자아이의 오줌을 받아 옆에 놓아둔 부모 등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무분별한 아이들의 행동을 자제시키지 않는 그 부모들의 태도로 인해 보는 사람도 아이들을 접하는 종업원들도 불안하고 불쾌한 많은 경험이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맘충'이라는 혐오단어도 생겨났다. 즉 '노키즈존'은 아이들 때문이 아닌 무분별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부모들 때문에 생겨난 단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아이들이 자제력이 없다는 건 어른들은 다 알고 있다. 다만 자제력 없는 아이들을 대하는 부모의 모습에서 다른 시선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장시간 비행기를 탔던 날 앞자리에 이제 갓 돌이 넘은 아이가 탔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아이의 부모는 당황하며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아이의 부모는 비행기 통로를 다니며 아이를 달래고 재우려 노력했다. 

누구라도 불편하고 짜증이 날 상황이지만, 아이 부모의 노력을 본 승객들은 아이가 다시 울어도 짜증 내지 않았던 것을 지켜봤다. 승객들 그 나이의 아이가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무엇보다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인정해서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자제력을 부모로부터 배우게 된다. 공공질서도 기다림도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교육은 부모의 몫이다. 그런데 그 부모의 몫을 하지 않는 무분별한 부모들의 모습이 노키즈존을 불러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비상식적인 부모보다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부모들이 많아서 '노키즈존'에 대한 논의는 다시 시작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공기관의 16세 이하 출입 금지에 대한 부분은 동의한다. 공공기관이라는 것은 개인의 업장과는 다른 공간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입장 가능해야 한다.

노키즈존을 논 할 수 있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그래도 행복한 아이들이다. 어린이날이지만 그날마저 일하러 나가야 하는 노동자를 부모로 둔 아이들, 부모가 없는 아이들, 학대받는 아이들에게 어린이날은 그저 다른 날과 다를 것도 없는 슬픈 날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디지털 성 착취의 피해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있다. 디지털 성 착취 피해자 연령이 평균 14.2세라는 것은 국제사회에서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수준이다.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은 2020년 기준 한국이 국제입양국 3위이다. 1위 중국과 인구 대비 비교한다면 중국은 천 명당 0.14명이지만 한국은 0.99명으로 국제입양국 1위 중국보다 7배나 높은 수치이다. 저출산국인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우리 사회가 품지 않고 외국으로 보내지고 있다.

매년 3천여 명의 보호 종료 아동들은 60% 이상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살아가야 하고, 정부에서 지급해주는 500만 원으로 혼자서 자립을 준비해야 한다. 부모의 학대로 보호조치 아동이 되는 비율은 2021년 기준 48.3%이며 베이비박스에 유기된 아동의 97%가 보호시설로 보내지고 있다. 한국에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들은 2천595명에 달한다. 

우리 사회에 어린이날의 존재도 알지 못하고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어린이날은 이 땅에 존재하는 아이들이 하루라도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휴일이 되었다. 그러나 어린이날에도 여전히 상처받고 외롭게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이 많다.

5월 4일 두 살 아이를 안고 '노키즈존 폐지'를 말하는 엄마보다 어린이날마저도 소외되고 상처받는 이 땅의 많은 아이를 보호할 제도의 문제점과 변화를 말하는 국회의원을 국민은 원하지 않을까? 

 강나경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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