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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엔씨소프트② 외형 성장 여전히 '잰걸음'

넥슨과 불붙은 경영권 다툼…지분 투자 이후 협력은 '제로'

김소미 기자 | som22@newsprime.co.kr | 2023.05.27 16:30:46
[프라임경제] 1990년대 MMORPG 장르 서막을 알린 '리니지(Lineage)'는 그야말로 국내 게임업계 시장 판도에 혁신을 불러온 장본인이다. 자유로운 '혈맹'과 시대에 앞선 오픈 월드 방식 등은 이후 등장한 국내 게임 트렌드를 견인하기에 충분했다. 

리니지를 앞세운 엔씨소프트는 업계 선구자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고공성장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나아가 경쟁사와의 혈맹은 물론, 게임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등 끊임없는 외형 성장을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늦어지는 신작 출시와 경영권 논란 등 게임 명가에 흠집이 나기 시작했다.

◆'EA 인수' 넥슨과의 혈맹, 경영권 방어로 끝난 혈전

호사다마(好事多魔)일까. 좋은 의도로 시작된 인연이 악연으로 바꼈다. 시발점은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2012년 미국 최대 게임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이하 EA)의 경영권 인수에 참여하면서다. EA를 인수하기 위해 이들은 의기투합하기로 했고, 넥슨 일본법인이 김택진 대표가 보유하던 엔씨소프트의 지분 중 14.7%를 인수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게임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힘을 합치면 시너지효과가 일어날 것은 분명하지만, 전략적 제휴가 아닌 김택진 대표가 자신의 지분 3분의 2를 매각한 것에 대한 의문이 상당했다.

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 엔씨소프트


그때부터 잡음이 일었다.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에 오른 넥슨이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김택진 대표의 은퇴설이 돌았다. 나아가 당시 엔씨는 내부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었고, 이로 인해 '김택진'이라는 인물을 바라보고 엔씨소프트에 입사했던 많은 개발자들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이후 EA 경영권 인수에 실패한 것을 비롯해 여러 합작 프로젝트들까지 무산되면서,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다. 

특히 2014년 10월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0.4% 추가로 매입해 엔씨소프트를 인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건(지분 15.08% 보유)을 갖추면서, 둘의 악감정은 절정에 이른다. 

넥슨은 곧바로 2015년 자신들의 엔씨소프트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공정거래법상 다른 회사의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후 해당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

즉각 반발에 나선 엔씨소프트는 넷마블의 힘을 빌려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넥슨은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를 포기하는 동시에 보유 지분도 그해 10월 전량 매각했다. 

이번 결정으로 출혈은 컸다. 엔씨소프트는 협력을 위해 넷마블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2만9214주(9.8%)를 3800억원에 인수했다. 넷마블 기업가치를 약 4조원으로 평가한 것. 현재 넷마블의 기업가치는 2조원 남짓이다. 즉, 두 배가량 비싸게 구입한 셈이다.

또 절대 외부와 공유하지 않았던 엔씨소프트의 IP(지적재산권)를 넷마블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엔씨소프트의 IP는 최대 주주 넥슨과도 공유하지 않았던 핵심 자산이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많은 것을 잃고 얻어낸 승리였다.

◆"본업 집중" 내실과 실적, 두 마리 토끼 잡나?

이후 엔씨소프트는 메타버스 및 신작 출시 등 영역 확대를 통해 외형 성장을 노렸지만, 얼어붙은 메타버스 열풍과 신작 출시 지연으로 여전히 '잰걸음'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당시 김택진 대표가 '미래 먹거리'라고 장담했던 K-POP(팬덤) 플랫폼 유니버스 사업조차 불과 2년 만에 철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사 상품 '위버스'와 '버블'에 이은 후발주자인 만큼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았고, 메타버스 열풍이 주춤하는 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나아가 회사 주력인 게임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미비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사업 정리에 대해 "게임 사업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 사업을 정리했다"며 "올해는 신작 출시를 통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영역 확장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엔씨소프트


첫 메타버스 플랫폼인 유니버스는 매각했지만, 관련 투자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에는 신규 메타버스 플랫폼 '미니버스(miniverse)'를 선보이기도 했다. 미니버스는 아바타를 통해 3D 공간에서 다양한 온라인 모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지난해 신입사원 공개채용 설명회를 통해 최초 공개됐다. 다만 구체적인 메타버스 형태나 서비스 방향성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와 함께 올해도 비용 효율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돌입한 내실 다지기에 불구,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에 그쳤던 만큼 보다 소극적 채용과 함께 마케팅비 집행을 꼼꼼하게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지난 1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는 전반적으로 비용 효율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인력 증가폭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숫자로 말씀드리면 임직원 증가 비율이 2020년엔 13%, 2021년엔 9%, 2022년엔 2%로 떨어졌다. 올해도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올해 PC·콘솔 신작 쓰론앤리버티(TL)를 포함해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BSS' △난투형 대전액션 게임 '배틀 크러쉬' △퍼즐 게임 '퍼즈업' △'프로젝트G' 등 다양한 장르의 신규 IP를 연내 순차적으로 출시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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