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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효선 로터스갤러리 관장…'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만든 미술관'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3.06.01 09:24:02

권효선 로터스갤러리 관장이 개관 기념 초대전에서 선보인 서숙양 전속작가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갤러리라는 말은 원래 회랑, 즉 폭이 좁고 길이가 긴 복도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걸어서 그냥 오가다 보면 심심하고 다소 지루할 수 있어 벽에 인테리어 용도로 그림을 장식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에 미술관이라는 의미로 변했다. 이제는 미술품을 전시 및 판매하는 곳이며 화랑이라고도 한다.    

지난달 28일 로터스 갤러리가 부산 해운대에서 개관했다. 이곳 갤러리에 권효선 관장은 복합공간 디자인회사로 알려진 '로터스 인테리어'에 대표이사다.

권 관장은 지난 27년간 국내 현대미술작품과 다양한 공간형 콘텐츠를 연출한 경험이 많다. 이미 5성급호텔, 백화점, 고급주상복합 등에서 디자인 실력은 입소문이 난 터라 개관 전부터 부산지역 화랑가에 이목이 쏠렸다. 

그간 여러 면세점 매장·가구 디자인을 비롯해 △아르마니 / CASA DOSI GALLERY 전시회(패브릭 디스플레이) △부산 (구)신세계백화점 / 대전 SAY 백화점 MAXMARA, Elégance △대구백화점 MAX & Co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 Façade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이 밖에도 △부산 포스코 아델리스 △부산 두산 위브 포세이돈 △부산 대우 트럼프 월드 등에 내부 인테리어를 맡아 시공했다.

관장은 소위 잘나가는 인테리어회사 경영자 출신. 그는 미술갤러리가 일부 특권층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 속에 예술의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 그가 주택가를 찾아 갤러리를 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갤러리를 연 배경은  

단지 좋아해서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여러 작품을 수집해 왔다. 그림은 제게 쉼과 평온을 주는 안식처와 같다. 몇 해 전에 유방암 4기 판정을 받고 죽음의 문턱에서 서서 절망에 떨며 내 몸에 퍼져 있는 암덩이와 싸워야 했다. 성공적인 수술로 지금은 표적 항암치료를 마치고 완치된 상태지만 간혹 또다시 재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곤 한다. 그런 제게 그림은 기쁘면 웃어 주고 일에 지쳐 울적할 땐 그저 보기만 해도 치유되는 그런 존재다. 

- 로터스 갤러리를 개관하게 된 소감은

지난 4월28일 오픈했다. 로터스 갤러리가 추구하는 목적은 '생활 속에 스며드는 예술 공간'이다.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한 작가들과 미적 체험을 공유하고,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소통공간이 되길 바란다. 

개관 기념 초대전에는 서숙양 전속작가와 함께 '희망의 빛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문을 열었다, 스스로 삶에 주체가 되어 고난과 역경이 닥쳐도 희망으로 삶을 이어간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서 작가는 24K 순금 금박 긁어내기 기법으로 미술계에서 화제를 모은 화가다. 전시 기간 한 달여 동안 방문한 고객들로부터 "강렬한 색채의 향연에 매료되는 신비로운 경험이었다"라는 과분한 평가를 받았다.

박철환 작가의 개인 초대전이 6월 로터스갤러리에서 진행된다. ⓒ프라임경제

-올해 준비 중인 갤러리 스케줄은 

먼저 박철환 작가의 개인 초대전이 6월에 열린다. 박 작가는 현실을 그대로 완벽하게 그려내는 포토리얼리즘(Photorealism, 극사실주의)에 대가로 손꼽는다. 7월에는 실력파 작가 5인(강선미, 김옥희, 박상희, 박한지, 서소영)이 참여하는 기획전 '다섯색의 설레임'을 선보인다. 

뒤이어 △8월 썬키 (Ssunki) △9월 정관호 △10월 mehong(홍) △11월 brian kims(브라이언킴스) △12월 연말 작가 단체전 등이 예정돼 있다.

국내 외에서 개최되는 주요 전시회에도 참가한다. 먼저 신라호텔 페어(서울, 6월30~7월2일) △뱅크아트 페어(서울, 8월10일~13일) △대구국제블루아트페어(8월24일~27일)△오사카 아트페어(일본, 9월15일~17일) △울산국제아트페어(10월19일~22일) △서울아트쇼(12월 미정) 등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갤러리 문턱을 낮춰 부담 없이 찾도록 하고 싶다. 유명 작가들의 초대전을 비롯해 신예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한 점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작품도 있지만 100만 원대 이하이면서 미래 가치가 높은 작품들도 엄선해서 전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술품은 비싸야 잘 팔린다'라는 공식이 깨지길 바란다. 

향후 더 넓은 공간으로 자릴 옮긴다면 아이들은 잔디에서 뛰어놀고 어른들은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는 갤러리에서 책 보고 차 마시며 여가를 즐기는 문화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돈을 좀 벌어야 할 것 같다.(웃음)

권 대표는 당분간 갤러리 운영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에 공간인테리어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이제는 공사현장을 떠나 작가들과 호흡하며 예술혼 깃든 미술관 관장이라는 새로 얻은 타이틀로 '인생 2막'에 삶이 채워지길 꿈꾸고 있다

권효선 관장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가장 최근에 공사를 끝낸 울산 간절곶에 한 오션카페 내부 전경이다. ⓒ 로터스인테리어

-인테리어 디자인에 매력은 

인테리어는 상상력이 빚어낸 공간 디자인이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의 경우 바닥과 마감재 비롯해 조명 방향과 조도 밝기에 따라 갖가지 공간 연출이 가능해진다. 또 선반, 가드레일의 높낮이 조절만으로도 색다른 분위기를 꾀할 수 있다. 

내가 원하던 만큼 상상의 그림을 완성했을 때 그 쾌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열로 다가온다. 모든 공사를 끝낸 뒤 조명에 불을 탁 켜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내 몸을 감싸며 솟구쳐 오르는 기분을 체험하게 된다.

-대기업들이 실내인테리어 시장에 진출하면서 낳게 된 문제점은 

창작적 열정이 점차 사라지는게 안타깝다. 마치 공장에서 기계로 같은 제품을 찍어 낸 것처럼 과정이 매뉴얼화 되면서 인테리어 디자인이 획일화되고 있다.

특히 대형쇼핑몰과 브랜드 매장 등은 일이 쉽고, 손이 빠른 인력을 선호한다. 공사는 발주처에서 설계하고 대량 생산된 자재를 받아 조립하듯 시공하고 있다. 공사는 짧으면 하루며, 길어야 사흘을 못 넘긴다. 서둘러 쳐내기 바쁜 일정 탓에 저마다 지닌 기량을 충분히 펼치기 힘든 여건이다. 간혹 비용 절감을 놓고 담당 직원과 견적마진율 몇 %에 실랑이 벌일 때면 자괴감에 빠져들곤 해 이곳 일을 손 놓은 지 오래되었다. 더 솔직히 말해 OEM(주문자상표) 취급받는 게 싫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창조적 예술에 결합체라고 보는 이유는 

물론 연출자의 완성도를 높이 평가하는 공사도 있다. 주로 특급호텔, 백화점 명품관, 고급주택 등 개성과 품격을 중시하는 경우이다. 여기서는 소품용 테이블 한 개도 주문제작 해 사용한다. 단순한 데코레이팅일지라도 공간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장에서는 판에 박힌 듯한 기성 제품을 찾아보긴 쉽지 않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창조적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 도면을 기본으로 설계하고 벽, 천장, 바닥 등 구조체를 포함해 재료, 가구와 장식물을 동선에 따라 배치한다. 고객들의 니즈(욕구, 만족)는 설계자의 감성과 상상력을 통해 구현된다고 믿고 있다. 인테리어는 예술작품과 마찬가지로 미적 체험을 통해 창작해 내고 생산하는 활동이다. 로터스 갤러리를 개관하게 된 이유일 수도 있다.

그는 인테리어 업계가 처한 냉혹한 현실에도 이 분야에 테크놀러지스트로서 자존심을 지키려 나름 노력했다. 가장 최근에 끝낸 인테리어는 울산 간절곶에 깊고 푸른 바다를 도화지 삼아 그려낸 오션카페다. 이번 현장을 마지막으로 갤러리 일에만 전념하고 싶다고 한다. 다만 추후 차기작에 대한 물음에는 손사래 치며 말을 아꼈지만, 카페 분위기를 전하는 그의 들뜬 어조와 만족스러운 표정에서 미뤄 짐작건대 본업인 인테리어를 완전히 손 놓기는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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