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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년' 이복현 금감원장, 엇갈린 성적표

사상 첫 검사출신 최연소 원장…"주가조작·불공정 거래에 책임 통감…지난 1년 50점" 자평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3.06.02 08:56:33
[프라임경제]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오는 7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972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원장이다. 금감원 설립 이래 첫 검사 출신이라는 특별한 이력으로 취임 초부터 주목받았다. 

특히 검사 출신임에도 공인회계사 시험에도 합격해 기업·금융범죄 전문인 특수통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금감원 사상 전례 없는 경력을 지닌 만큼 금융현안 이해도에 대한 의문도 상존했다. 그의 1년간 행보에 대해 명과 암이 확연히 갈리는 분위기다.

◆"발로 뛰는 행보" 긍정 평가에…'자기 정치' 비판도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은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여의도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년간의 업무 성적에 대해 자평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부족한 것들을 어떻게든 챙겨 평균은 하려고 노력해왔던 것 같다"며 "시장 이슈에 대해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기에 공부도 많이 하고 노력했다. 조심스럽지만 50점 정도는 맞은 것 같다"고 지난 1년을 회고했다.

이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나 금융회사 내부의 탈법 행위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남은 임기 불공정거래를 엄단할 수 있는 법 제도와 관련 시스템 정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 1년을 앞두고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개최했다. ⓒ 금융감독원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 후 기존 금감원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금감원 소관 영역을 벗어나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개선 △성과급 체계 개편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발언해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형 금융사 CEO들과 해외 IR 출장을 동행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금감원장이 해외 IR 동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국내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금융정책은 금융위원회가 관장한다. 금감원장이 해외 투자사를 만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이처럼 기존 금감원장이 맡았던 역할에서 벗어나 타 기관의 소관 영역을 넘나들면서 발로 뛰는 모습이다. 취임 1년간 금융권 및 유관기관 간담회를 78회나 소화하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현장경영에 주력하면서 혁신을 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 원장은 4대 시중은행(하나·국민·신한·우리)을 모두 돌았을 뿐만 아니라 3대 지방은행(부산·대구·광주)과 인터넷은행 및 핀테크 기업까지 방문하면서 상생 금융을 강조해왔다.

이 원장은 "은행권이 국민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부정적 여론에 귀를 귀울여야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고통을 덜기 위한 은행권의 자발적인 동참이 절실하다"는 등 은행의 자발적 개혁을 바라는 메세지를 끊임없이 던졌다.

하지만 이러한 이 원장의 행동을 두고 '자기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 원장이 상생금융을 강요하자, 은행권이 △신규 가계대출 금리 △중소기업 대출 금리 △소상공인 대출 금리를 일부 인하했는데,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금리에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관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존재감을 키운 뒤 올해 7월께 퇴임할 것이란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이 원장은 감독 당국 수장이라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면서 즉답을 피했지만, 올해 퇴임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지배구조 개선 유도 vs 관치금융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 회장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이슈를 주도하면서 금융지주 회장들의 반응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와 민간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평이 대립하고 있다.

취임 후 이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집권 체제 종료를 유도하는데 주력했다. 실제로 이 원장은 라임펀드 사태 관련 불완전판매 책임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았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퇴임을 종용하는 듯한 메세지를 던졌다.

지난 3월 상생금융 간담회'에 참여한 이복현 금감원장(오른쪽)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왼쪽). ⓒ 신한은행


아울러 지난해 12월 세번째 연임을 포기한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시는 것을 보니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고 말하는 등 장기집권에 반대하는 듯한 입장을 내비치면서 금융권을 압박했다.

현재 △신한금융지주 △BNK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회장들이 용퇴하거나 회장직에서 물러난 상황인데, 금감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금감원이 민간기업의 대표 선출과정에 과도하게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표 선출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관치금융과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 지배구조 개선 등 일부 혁신 분야는 금융위원회와 충분한 협의가 필요했는데 이 원장의 의욕이 너무 앞섰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원장의 성적표를 두고 상반된 평가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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