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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적 제재 논란과 '모범택시'의 높은 시청률

 

강나경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3.06.08 10:35:54
[프라임경제] 드라마 '모범택시2'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21%로 마의 시청률20%를 넘어섰다. 이제 모범택시는 시즌3에 대한 기대와 함께 시즌제로 자리 잡았다. 사적복수대행 드라마 '모범택시'는 선과 악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악을 철저하게 응징한다. 그리고 범죄자의 처절한 추락은 시청률을 끌어 올렸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피해자의 인권보다 범죄자의 인권이 우선시 되는 나라라며 웃픈 소리를 할 정도이다. 잔혹한 살인자가 머리로 커튼을 만들어 얼굴을 가려도 우리 법은 얼굴을 드러내게 강제할 수 없고, 강력범의 얼굴을 사진으로 찍은 머그샷도 범죄자들의 동의 없이는 배포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교도소의 좁은 면적으로 범죄자들의 생활공간이 좁아져 불편함이 커졌다고 기사화까지 되니 범죄자들의 생활공간까지 고려해줘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들은 어떠한가. 범죄자들의 위협에서 안전하지 못해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미성년자 성폭행범인 조두순은 범죄 후에도 자기의 생활권을 떠나지 않았지만 그 피해자 가족은 조두순의 석방 후 이사를 하며 정신적, 경제적, 육체적인 추가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폭력 사실을 알리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가해자들에게 고소장을 받고, 민사소송 시 기재하게 되어 있는 피해자의 신상정보는 고스란히 범죄자가 확인할 수 있어 ‘공탁제도’로 인한 2차 피해도 예견되어 있다. 

'공탁제도'는 피의자가 피해자와 합의가 되지 않을 때 일정 금액을 법원에 맡겨 피해변제 노력을 증명하는 제도이다. 성범죄를 비롯한 형사소송에서는 피해자 측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가해자가 신상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어 공탁이 불가능한 반면, 민사소송에서는 피해자의 동의없이 신상정보를 확보하고 공탁을 할 수 있다. 이것 때문에 성범죄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듯 피해자의 정보공개보다 가해자의 정보공개가 더 높은 벽처럼 느껴지고 그에 따른 적절한 법적 조치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서 피해자들의 사적 제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우리 사회문제를 논쟁의 탁자 위에 올려놓은 사건이 있다.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으로 표현되는 폭행사건이다. 이 사건은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을 돌려차기로 머리를 가격해 의식을 잃게 만들고 쓰러진 상태에서도 발로 머리를 수차례 밟았다. 그리고 쓰러진 피해자를 어깨에 들쳐 업고 cctv사각지대로 이동 후 7분 후 오피스텔을 혼자 빠져 나갔다. 피해자는 뇌신경까지 손상돼 오른쪽 다리가 마비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을 정도의 심각한 폭행을 당했고, 해리성 기억상실장애를 앓고 있다. 그런데 복역 중인 가해자가 탈출하거나 출소하면 피해자를 죽여버리겠다는 범죄자의 복수가 알려졌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우울증과 불안장애까지 동반하여 예전의 일상으로 온전히 돌아갈 수 없음을 예견하고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가해자의 신상공개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법 테두리를 넘어선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이에 사건사고 유튜버는 해당 사건의 가해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무단으로 유포하게 되었다. 전과 18범인 가해자의 이름, 얼굴사진, 생년월일, 키, 혈액형과 신체의 특징까지 설명했다. 해당 유튜버는 법적인 문제와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있으나 피해자의 적극적인 요청에 응한 것은 나름의 공익을 고려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영상의 조회 수는 500만회를 넘어섰다. 우려와 응원이 뒤섞인 500만 조회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조회 수로 보여준 것이 아닐까.  

이 사건 이전에 사적 제재에 의한 개인 신상정보로 문제가 된 사례는 있다. N번방 사건 이후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170여 차례 업로드 했지만 정확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사이트 디지털교도소. 이에 가해자로 지목된 대학생이 본인의 개인정보를 삭제해 줄 것을 요청을 했지만 받아드려지지 않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자살하면서 운영자가 검거되었다. 현재 사이트는 차단됐다.

그리고 양육비 미지급을 한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한 '배드파더스'는 신상공개에 대해 재판부도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아이들의 생존권과 관계된 공적사안으로 판단해 1심 무죄, 2심 벌금100만원형 선고 유예, 현재는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올해 최고의 이슈인 전세금 사기사건으로 인해 나쁜 집주인의 신상을 공개한 사이트가 등장하였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역시 '안심전세 앱'을 통해 악성임대인의 정보를 9월부터 제공하게 된다. 

국가가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범죄자에게 단호한 법 집행을 하고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 한 앞으로 이런 사적 게재에 의한 범죄자들의 개인신상공개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상공개의 조건은 
1.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것 
2. 피의자가 그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3.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것.
4.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제2조 제1호의 청소년에 하당하지 아니 할 것. 

위 신상공개조건으로 미뤄볼 때 '부산 돌려치기 범죄자'는 4가지 모두 포함된다. 현재는 위법성을 가진 신상공개로 인해 국민들이 우려와 지지라는 상반된 두 가지 마음을 모두 갖게 되었지만, 현실에서도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명쾌한 범죄자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진다면 국민들은 더 깊은 신뢰로 수사기관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가 파악되어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고도 다른 정치적 사안에 밀려 시간이 지나면 조용히 폐기되어 버리는 많은 피해자 보호 관련법들이 더 이상 회기 마다 폐기를 반복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강나경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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