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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라면값 내려" 경제부총리 발언, 아쉬운 이유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3.06.21 17:44:15
[프라임경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라면 가격 인하 압박에 업계 관계자들의 한숨이 깊다.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구시대적인 내려찍기로, 밀 가격만 보고 가격 인하를 운운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라면값 인상 적정성 문제가 지적되자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하나하나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며 "이 문제는 소비자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사실상 라면 업계에 가격 인하를 압박했다.

밀 가격이 내린 것은 사실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제 소맥(SRW)의 6월 가격은 톤당 234달러 수준이다. 1년 전인 2022년 6월 371달러와 비교해 36.9% 떨어졌다. 국제 밀 가격은 지난해 11월까지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12월부터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추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대표 서민 먹거리인 라면을 언급해 물가 안정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모든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먼저 국제 밀 가격이 50% 내려간 건 땅에서 재배되고 있는 1차 생산의 가격이다. '가공된 밀가루'가 아니다. 유통 기업들이 구매하는 밀은 낱알로 털고, 정제해 가공된 '밀가루'다. 밀 국제가격과 받을 수 있는 '밀가루'의 가격은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기준선도 모호하다.

다음으로는 역대 밀 가격 평균선이다. 지금의 밀 가격이 추 경제부총리의 발언처럼 '현저히 낮은 수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6월 현재 밀 가격은 톤당 234달러다. 2022년 2월 발발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전의 밀 가격의 평균과 비슷하거나 높다.

2022년 3월 톤당 밀 가격은 475.46달러로 뛰었다. 하지만 바로 직전 해인 2021년 3월은 239.93달러다. 2020년으로 가면 189.50달러. 그 전으로 가면 161.03달러까지 밀 가격은 낮아진다.  

코로나19 유행 감소로 물류비용이 줄어 밀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해도, 밀 평균값을 매겨보면 201달러 수준이다. 6월 현재 234달러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다 해도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끝으로 언급 시기에도 문제가 있다. 기업과 제분소는 밀 구입을 월 단위로 '라면 사듯'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 3~6개월이나 연 단위로 대량 구매한다. 이처럼 시기에 대한 배려 없이 단순히 가격을 내리라는 발언에 업계 고충이 심해지고 있다. 

올해 식품업계는 고환율과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응책을 모색했고, 인수합병과 조직개편, 사업 다각화, 해외시장 진출 등을 통해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무엇보다 라면기업들의 실적이 나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라면부터 잡고 보겠다'는 게 추 경제부총리의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원부자재와 포장지, 인건비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또 한 번 올린 가격을 내리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이자 기재부 장관이 물가 대책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서민경제와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고려한 발언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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