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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가사노동자 환경 개선돼야"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이사

“정부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 도입, 일손 부족 통계도 없는 졸속”

김이래 기자 | kir2@newsprime.co.kr | 2023.06.23 15:04:16
[프라임경제] "가사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과 장기적 인력육성 방안이 우선돼야 합니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이사. ⓒ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정부가 저출생 대책 중 하나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 도입을 놓고 여론이 시끄럽다. 값싼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해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고 여성경력단절을 막자는 취지는 좋지만 현장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국가 간 문화차이를 비롯해 언어장벽 등 넘어야 할 장애요소가 한가득 이기 때문이다. 

이에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이사(한국노총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정책을 펼치기 이전에 돌봄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한다"면서 "언어와 문화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은 더 커져 국가 간 분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이사와 일문일답.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에 대해 협회 입장은.

"정부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을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이 협회는 이를 중단하고 논의단계를 걸쳐 체계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첫번째 문제는 '외국 인력이 필요한가'에 대해 이를 설명할 통계자료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인구가 줄어서 내국인 가사도우미를 구할 수 없다면 모르겠지만 이를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는 통계자료가 부족하다. 고용노동부에 어떤 수요자가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는지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는 상황이다.

두 번째로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제조업은 기술을 가르치는 것처럼 아이를 돌보는 베이비시터들은 아이들의 말을 가르치기도 하고,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김치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선행돼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런 교육 프로그램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언어와 문화적 문제는. 

"제조업과 달리 가사도우미들은 가족이 살고 있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이 과정에서 언어와 문화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정책을 펼치기 이전에 돌봄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의 노동환경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오게 되면 "가족 돌봄은 아무나 할수 있는, 싼값에 외국인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길까 우려된다. 더 나아가 문화적 갈등으로 인한 국가 간 분쟁으로 커질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가사도우미 근로자 현황과 환경은.

"그동안 가사도우미들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자체가 없어서 유사한 통계자료만 존재했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가사서비스 종사자수 현황은 20만 명으로 보는데 이 중 10%는 중국 동포들로 추정된다. 가사도우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2021년 '가사근로자법'이 제정,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일 년이 지난 현재 정부에 인증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42곳, 400~500명 정도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전체 종사자수에 비해 매우 적은 수치다. 즉 대다수 가사근로자들은 법의 사가지대에 놓여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가사도우미 근로자의 급여는 시급으로 계산되는데 평균 1만1000원~1만3000원 내외로 형성된다. 하지만 대부분 4대보험을 비롯해 산재고용보험도 적용이 되지 않고 퇴직금도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현장의 고충은 무엇인지.

"올해 한국노총중앙연구원과 유니온의 공동조사 결과한 결과 가사·돌봄노동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명확하지 않은 업무범위(39.5%) △임금수준(24.3%) △휴게시간과 식사시간의 보장(13.8%) △4대보험의 가입(11.2%)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산재보험 적용이 안 되고, 코로나19로 갑자기 일할 곳이 사라져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과 근무 중 물건을 깨뜨리면 본인이 모두 보상해야 하는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또 '여기요', '아줌마'라고 하대조로 부르면서 인격적인 무시를 받기도 하는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하고 싶어 하는 55세 이상 고령자들도 열악한 환경에 2~3년 일을 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급여도 낮은데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건강한 55세 이상 시니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도록 두고 보는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앞장서야한다. 그래도 가사노동자가 부족하다면 그때 외국인을 도입해야하지 않을까."   

-향후 우리나라 가사도우미 근로자환경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가사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과 불안정한 일자리 등이 미스매칭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돌봄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 층의 접근성을 높여 이들이 양질의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이 분야 종사자들은 근로자로서의 권익을 보호받으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게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 가사도우미 노동환경 개선과 장기적 인력육성 계획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 가사서비스를 '보통의 직업'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필요하다. 가사근로자법 활성화와 노동환경 개선을 통해 노동능력, 의사가 있는 중고령층이 직업훈련 확대를 통한 업무 표준화, 서비스질의 제고를 통해 일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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