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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격 인하 압박 효과에 소비자 체감 "글쎄"

외식 물가 고공행진 여전…기업 부담만 가중 비판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3.07.12 09:13:00
[프라임경제] 국제 밀 가격 하락에 따른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인하 압박에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렸지만 정작 소비자 체감률은 낮다는 지적이다. 외식 물가가 여전한 데다, 파급 효과도 일시적일 수 있어 소비자들의 고금리·고물가로 고통받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 식품기업, 잇따른 백기 투항

지난달 농심은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대표 스테디셀러 제품 가격을 내렸다. 소매점 기준 1000원에 판매되던 신라면 한 봉지의 가격을 9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400원으로 인하한 것. 삼양식품도 12개 대표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했다. 오뚜기도 15개 제품에 대해 평균 5%, 팔도는 11개 라면 제품을 평균 5.1% 내렸다. 롯데웰푸드는 과자 3종 가격을 100원 인하했고, 해태제과는 아이비 오리지널 제품 가격을 10% 내렸다.

국제 밀 가격 하락에 따른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 인하 압박에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렸지만 정작 소비자 체감률은 낮다는 지적이다. ⓒ 연합뉴스


파리바게뜨와 SPC삼립, 뚜레쥬르도 정부의 압박에 두 손을 들었다. 이달 초부터 파리바게뜨는 10종에 대해 100~200원, SPC삼립은 30개 품목에 대해 평균 5% 가격을 인하했다. 뚜레쥬르는 15종 제품 가격을 이달 내 평균 5.2%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가격 인하에 이어 인상 계획도 철회되고 있다. 풀무원샘물은 생수 출고가를 지난 3월 5% 올리려다가 동결하는 입장으로 바꿨다. CJ제일제당도 같은 달 고추장과 조미료 제품의 편의점 출고가를 최대 11% 인상하려다 계획을 백지화했다. 

편의점‧마트 업계도 '물가 안정'을 키워드로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같은 내용의 행사라도 '물가 안정'이라는 측면을 강조한 행사가 늘고 있다"며 "정부 압박이 큰 영향을 준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 효과는 미비…기업 어려움 커져

문제는 여전히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가 높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오른 111.12(2020년=100)을 기록했다.

지난달 전국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하면서 전체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식 물가가 전체 물가를 상회하는 추세는 2021년 6월부터 2년이 넘는다. 먹거리와 관련해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는 '체감 물가'가 그대로라는 이야기다.

반면 유통업계 실적 타격은 예상보다 크다. 농심은 공급받는 밀 가격 하락으로 연간 80억원을 절약했지만, 이번 신라면·새우깡 가격 인하로 매출이 200억원 줄었다. 12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농심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600억원 가량이다. 이번 가격 인하로 1분기의 영업이익이 사라진 셈이다.

라면 매출이 작은 팔도도 뼈아프다. 팔도의 지난해 연간 라면류 매출은 2500억원 정도다. 다른 라면 업체보다 약소한 데다, 영업이익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인건비, 물류비 등 기타 비용은 오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 등쌀에 못 이겨 인하를 결정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추후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기업의 영업 손실로 인한 가격 반작용이 예상되면서 이번 정부 가격 인하 효과가 일시적인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거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먹거리 물가를 안정화한 것처럼 보여도 자유시장경제 시스템하에서 영원히 통제할 수는 없다"며 "통제가 풀리고 기업이 마음대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점에 가면, 지금의 손실을 만회할 정도까지 가격을 다시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최근 호주나 캐나다의 경우 소비자 물가 상승 폭이 커지자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며 "물가가 튀면 한국은행도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하지 못하고 고금리를 유지하게 될 것이고, 결국 소비자로서는 다시 고금리·고물가로 고통받는 기간이 길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경제계 관계자는 "라면만 봐도 전체 가공식품 중 1000분의 2.7 정도"라며 "신라면 가격 50원 인하는 전 국민에게 1인당 연간 388원의 혜택을 준다. 결국 상징적인 효과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소비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 가격인데, 계획에 없던 마이너스 수익은 '긴축 경영'으로 대응하게 돼 있다. 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좋은 현상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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