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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채용비리와 공직자의 도덕성 혼란

 

박종선 세종교육원 원장 | pjs530106@gmail.com | 2023.07.18 10:13:18
[프라임경제] 상류가 오염된 강이 제대로 그 기능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어림없는 일이다. 상류가 오염되면 강 전체로 확산돼 생활용수는 물론 공업용수로도 이용하기 어렵다. 어로활동이나 시민의 휴식, 재창조라는 레크리에이션 기능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하루빨리 오염원을 찾아내 근절하는 것만이 강의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길이다. 이는 빠를수록 좋다.

조직의 존립발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채용이나 모집은 인사관리의 출발점이다. 강의 상류와 유사하다. 조직운영의 건전성과 성장발전을 위한 첫걸음이다. 도덕경은 '기자불립(企者不立) 과자불행(跨者不行)'이라 했다. 발꿈치를 들고는 제대로 설 수 없고, 부자연스런 자세로는 오래 걸을 수 없다. 기본에 충실치 못한 조직은 존립의 기반이 취약하기만 하다.

요즘 '엄정 중립 공정 관리'를 운영가치로 삼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채용비리라는 의혹에 휘말려 있다. 헌법기관이고 독립적 운영기관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선거관리 업무를 수행할 직원을 불공정하게 채용했다는 당착 아닌가. 

고위간부 자녀의 특혜채용 의혹이 확산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선관위 자체 조사 결과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선관위 직원의 4촌 이내 친족채용 규모가 21명이다. 많은 언론이 선관위의 독립성과 공정성, 외부 감시기능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의 전수조사,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 그 의혹규명은 물론 법령위반, 불공정 비리 등에 대한 수사의뢰, 관련 법령과 제도 개선 등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이번에는 고질적으로 반복돼 온 공공기관의 부정 채용문제가 근절되고 선관위뿐 아니라 공공부문 전체에 걸쳐 공정채용 문화가 확고히 정착될 수 있는 대책마련을 기대해 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 구직자 10명 가운데 4명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등 공공부문 취업을 원한다. 이처럼 공공기관은 우리사회 청년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이런 공공기관의 모집채용이 공평성과 공정성을 상실하고 비리나 차별적 특혜에 얼룩졌다는 보도는 얼마나 충격적일까. 

청년들은 물론 국민전체가 느끼는 불신감은 가늠하기 매우 어렵다. 불공정·무질서·불신을 키우면서 심지어는 공공기관의 활동과 역할, 사회적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을 한층 더 부풀리게 만든다. 결국 공공기관이 그 구성원을 옳지 못한 방법으로 채용한다는 것은 조직 스스로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발전을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기업윤리는 채용담당 직원들에게 준법과 도덕성을 요구하려면 마땅히 최고 경영진은 그 이상의 준법과 도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가르친다. 잘못된 관례나 행동에 대해 직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엄격한 잣대가 적용됨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고 경영진이 준법과 도덕성에 대한 감각이 둔화되거나, 불법과 비도덕성의 경계에서 혼란을 겪기 시작할 경우 직원들에게는 이것이 불법과 비도덕성의 경계를 넘게 하는 신호가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물론 어떤 최고 경영진도 공식적인 지시를 할 때 불법과 비도덕적인 사항을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명시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도 암시를 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게 마련이다. 문제발생시 책임회피를 위해 의도적으로 애매모호한 영역으로 지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채용담당 직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물론 의심이 들면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이런 애매모호한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을 때 직원들은 조직과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다시 한 번 숙고한 후 업무행위 의사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의 팀은 누구인가, 내 조직의 아이덴티티(Identity)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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