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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업소득이 늘어야 농업이 산다"

 

강호동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 press@newsprime.co.kr | 2023.08.01 14:44:07
[프라임경제]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우리 농가는 평균적으로 4615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농가소득이 쌀값 폭락 사태, 소값 하락 등으로 전년 수준인 4776만원과 비교하면 감소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며 5000만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물론, 농가소득의 원천인 농업소득이 늘어 농가의 형편이 나아졌다면, 이처럼 보람이 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농업소득으로 바라보는 소득의 질은 어떠한가? 

작년에 우리 농민들이 본업인 농업활동으로 번 소득은 949만원으로 급감하며 그간 힘겹게 버텨왔던 '1000만원 방어선'마저 무너졌다. 전체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27%에서 21%로 크게 줄었는데, 10년 전 39%(1057만원)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우리 농업이 농업소득이 없는 농가소득에 직면할 날도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평생을 농협인, 농업인으로 살아온 필자의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유다.

천직인 농사만 잘 지어도 소득이 늘어 집안 형편이 나아진다면 그것이 바로 활력이 넘치는 농업이고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농촌일 것이다. 소득의 8할이 농업 이외의 소득으로 채워지는 엄중한 현실을 외면하고, 미래 농업의 희망을 논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농업축소·농촌소멸 위험의 본질은 농업소득이 사라지는 것이며, 그 원인도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복합적이다. 우리 농업은 자유무역협정(FTA) 등 전방위적인 시장개방 압력에 밀려 산업지도에서 사라지는 구조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농업을 내어주고 수출경제를 지원하는 산업전략에 적극 협조해 왔으나, 그로 인한 피해를 온전하게 보상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수혜산업이 피해산업을 지원하는 '무역이득공유제'는 논의 단계에서 좌초되었고, 구속력 없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역시 농업소득 증대와 거리가 멀기는 매한가지다. 애초 10년간 1조원을 조성해 농업을 지원하겠다고 하였으나, 대기업들의 기부 참여가 저조해 6년이 지난 지금도 2000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도·농간 소득격차 문제가 이제는 농·농간 소득격차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농가소득을 보면, 수도권 접근성이 좋거나 관광자원화 입지가 좋은 지역은 높지만, 농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낮다. 구체적으로 △경기도 △강원도 △제주도 등은 이미 5000만원을 훌쩍 넘어섰지만 △충북(4157만원) △전북(4291만원) △경남(4101만원) 등은 평균 소득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농업축소로 인한 소득 공백을 농업 이외의 소득으로 메우지 못하면, 농·농간 소득격차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농가소득의 본질은 농민들이 농업 활동에 전념해 소득을 늘려 소득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농업소득이 늘어야 젊은 세대가 농촌으로 내려가 농업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 경제가 가능해진다. 농업소득 증대로 가는 길이 멀다 해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그동안 농업계의 바람이었던 '농업소득 3000만 원', '농업소득 50%' 등과 같은 구호들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농업소득이 늘어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그 답은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먼저, 농산물 가격 폭락의 주범인 고질적인 수급불균형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 대책과 농협 차원의 노력이 적지 않음에도,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 작물 쏠림으로 인한 시장왜곡 현상은 한해도 거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 

기존의 여러 수급관리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탁상공론에 가깝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문제를 찾아 데이터 기반의 수급관리로 담아낼 수 있는 새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농업소득을 잠식하는 농업경영비 문제 역시 정부와 범농협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영역이다. 농업수입에서 농업경영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13년 67%에서 2022년 73%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정도면 농사를 열심히 지어도 별로 남는 게 없는 셈이다. 

"농협이 있어 농업경영비 부담이 줄어 농업소득이 늘었다"라는 농민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끝으로, 농업소득이 견고해야만 농·농간 소득격차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활력이 넘치는 농업, 살고 싶은 농촌, 함께하는 농협! 그 답이 농업소득에 있다는 의미다.


강호동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프로필] 1963년생 ▲경남 합천▲경북대 ▲농협부산경남유통 이사 ▲농민신문사 이사 ▲전국품목별협의회 회장단 부의장 ▲한국딸기생산자 대표조직 회장 및 자조금 관리위원장 ▲2018년 법무부장관 표창, 2017년 철탑산업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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