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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로 뚝심 있게…더 미식' 고민 깊어진 하림산업

고물가 상황에 '한 방' 부족…영업 손실 매년 누적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3.08.03 17:48:03
[프라임경제] 하림(136480) 산업의 '더 미식'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웠지만, 소비자 마음을 잡는 한방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가격 대비 보상받을 하림만의 특장점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림산업은 브랜드 론칭 후 만 2년이 되지 않은 시점인 만큼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업계 우려는 커지고 있다. 

비싸고 좋은 식재료, 시장에선 안 통했다

더 미식은 하림 산업이 야심차게 출시한 식품 브랜드다. 2021년 10월15일 '더미식 장인 라면'을 출시하면서 처음 공개됐다. 하림산업의 의지는 프리미엄 브랜드다. 더미식은 △즉석밥 △컵라면 △비빔면 △밀키트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가격은 경쟁사 대비 최대 2~3배 더 비싸다. 올해 3월에는 더미식에 이어 코리안 스트릿푸드 브랜드 '멜팅피스'도 론칭했다. 역시 고품질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이다.

하림(136480) 산업의 '더 미식'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웠지만, 소비자 마음을 잡는 한방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 하림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바라는 하림의 마음은 간절하다. '신선한 식자재로 최고의 식품을 만든다'는 식품 철학을 바탕으로 2018년 전북 익산에 5000억원을 투자해 12만3429㎡(3만6500평) 규모 식품공장 '하림 퍼스트키친'을 세웠다.

하림지주 이사회는 최근 하림산업 유상증자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증자 규모는 300억원이다. 하림산업 지분 100%를 보유한 하림 지주가 전액 부담한다. 하림 지주는 지난 2월에도 300억원을 하림산업 유상증자에 투자했다. 올해만 600억원이 들어간 셈이다.

하지만 이런 대대적인 투자에도 성과는 미적지근하다. 하림산업 영업 손실은 2019년 148억원, 2020년 294억원, 2021년 868억원, 2022년 589억원 등 지속되고 있다. 손실이 누적되면서 작년 말 기준 결손금은 2716억원이 넘어섰다.

식품업계에서는 하림의 고가, 고품질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 더미식 장인 라면은 출시 직후 두 달여간 500만봉 이상의 판매를 올렸다. 그렇지만 현재 시장 점유율은 1% 수준이다. 반짝 선방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올해 3월에는 하림이 제조하고 판매하는 닭가슴살 통조림 햄 '챔'이 들어가는 챔라면'을 선보였다. 문제는 가격이다. 타사 컵라면과 비교해 2배 이상 비싸다. 판매량 증가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즉석밥도 점유율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3월 선보인 더미식 백미밥의 시장 점유율은 5%대 미만이다. 현재 햇반의 점유율은 70%를 넘는다. 당초 하림의 즉석밥 시장 점유율 목표는 10%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보통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는데 하림의 더미식 브랜드는 저조한 수요에 비해 높은 제품 가격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하림의 더미식 브랜드는 가격에 비해 '맛'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낮은 편이다. 고객 수요를 늘리기 위해선 기본적인 맛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수요에 맞는 가격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라면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고급화로 차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2011년 기존 라면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을 내세웠던 '신라면 블랙'도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에 부딪혀 출시 4개월 만에 국내 생산을 중단했다. 전반적인 고물가 상황에서 고가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고집이냐 뚝심이냐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전략이 적자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하림산업은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분위기다. 하림산업은 퍼스트키친 공장에 온라인 물류센터를 건립 중인데, 향후 이곳에 소비자가 주문하면 바로 배달할 수 있는 'D2C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물류 산업에도 본격 진출한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전략이 적자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하림산업은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분위기다. ⓒ 연합뉴스


하림 관계자는 "더 미식 브랜드는 시장에 진출한 지 만 2년이 되지 않았다. 좋은 식자재로 만든 제대로 된 음식이라면 언젠가는 고객들이 알아주실 것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림의 고급화 고집 이유가 마케팅 전략에 있다고 분석한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반적일 때 특정 제품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포지셔닝이라고 하는 특정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강화하거나 변화시키는 전략이 중요하다"며 "당장 단기간에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대폭 일반적인 중저가 제품으로 바꾸는 전략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기업은 어느 정도까지는 기존에 있던 초기 전략을 끌고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이유를 프리미엄 펫 푸드의 성공에서 찾기도 한다. 프리미엄 시장을 타겟으로 2017년 펫 푸드 사업을 시작한 하림은 초기 7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딛고 5년여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2년 하림펫푸드 매출은 366억원, 영업이익은 1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화를 앞세워 펫 푸드 시장에서 성과를 낸 하림이 프리미엄 전략에 대해 확신하게 됐을 것"이라며 "용가리 치킨, 하림 펫푸드 등 하림 특유의 뚝심으로 기존 시장을 뒤집는 성과를 낸 적이 많았다. 하지만 HMR 시장에서도 진심이 통할지, 한낱 고집으로 기억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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