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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차산업혁명, 농촌의 새로운 희망으로

 

강호동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 press@newsprime.co.kr | 2023.08.09 11:04:51
[프라임경제] 우리 농촌의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총체적 '위기'라 할 수 있다. 농가 인구는 연간 3.7%씩 감소하고 있으며, 고령화율도 이미 50%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농촌지역 89개 시군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데, 사실상 대부분의 농촌이 소멸 위험에 직면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도·농간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근로자 대비 농가소득은 1995년만 해도 96%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는데, 2021년에는 62%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농·농간 소득격차 문제가 농정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농촌의 생활 인프라 역시 크게 개선된 게 없다. 

종합병원의 1%만이 농촌에 있을 정도로 보건의료 환경이 열악하고, 평균 배차시간 간격도 2시간으로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2030세대가 농촌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고 농촌을 등지려 하는 이유일 것이다.

정책당국이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농촌을 둘러싼 정책 환경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농업생산이 국내총생산(GDP)의 1.5%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농업을 한계 산업이나 지원만 해야 하는 귀찮은 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팽배하다. 

농업과 농촌이 가지는 중요성과 파괴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식량안보니 공익적 기능이니 하는 개념적 접근을 차치하더라도, 농업·농촌은 식품산업, 물류, 관광 등 부가가치 창출과 고용 있는 혁신 성장이 가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제는 농촌을 지원해야 한다는 소극적인 관점을 넘어 미래 사회의 중심에 농촌을 올려놓고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미래학자들은 AI 혁명, 장수혁명, 기후위기를 지칭하는 3대 패러다임 변화가 미래 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35년에는 평균수명이 140세에 이르는 장수사회가 되고, 65세 인구가 25%를 넘어서게 된다고 한다. 이 경우 노인문제 해소와 건강의료 서비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기술 혁신으로 전국이 30분 생활권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지방과 도시의 경계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매개로 산업간 연결이 보편화되면서 이종 산업간 경계도 무너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농업 역시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농촌의 자원과 문화가 새롭게 평가받고, 이를 기반으로 농업이 새로운 서비스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농촌에는 농업이라는 산업 이외에도 깨끗한 자연환경, 문화유산, 저렴한 토지공간, 관광자원 등 도시민이 갈망하는 많은 자원이 존재한다. 미래 사회에서는 도시민들이 이러한 시간적, 공간적 자원을 이용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도시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노인, 주택, 일자리 등의 문제를 농촌 공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대안 마련도 가능해진다. 

또한, 새로운 농촌산업의 틀 안에 휴먼서비스, 감성서비스, 자연서비스, 건강서비스, 케어서비스, 여행서비스 등의 신사업을 담아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농촌을 바라보며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농업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농업에 대한 접근도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될 필요가 있다.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래의 수요 증가를 예측하고 이에 적합한 사업을 개발하고 준비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4차산업혁명 기술을 농업의 생산·유통에 적용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스마트팜에 종사하는 인력뿐만 아니라, 설비, 제어계측, 빅데이터 응용 분야 등 다양한 신산업 일자리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농업과 농촌자원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스마트농업, 청년농장, 체류형 가족농원, 생산·유통 스타트업 육성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촘촘한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농촌지역의 자생적인 노력만으로 성취하기 어렵다. 정부 역시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민 복지증진을 위해 농촌자원을 활용하겠다는 철학을 가져야만 가능해진다.
지금의 시계로 보면, 미래 농촌에 대한 투자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는 10~20년 후에는 가장 저렴한 투자가 될 것이다. 지금부터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하겠다.


강호동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프로필] 1963년생 ▲경남 합천▲경북대 ▲농협부산경남유통 이사 ▲농민신문사 이사 ▲전국품목별협의회 회장단 부의장 ▲한국딸기생산자 대표조직 회장 및 자조금 관리위원장 ▲2018년 법무부장관 표창, 2017년 철탑산업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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