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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촌 일손부족, 근본 대책 필요하다

 

강호동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 press@newsprime.co.kr | 2023.08.24 10:39:37
[프라임경제] 농촌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농촌지역에서는 농번기와 수확기에 일손부족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마을에 일할 만한 젊은이를 찾아보기 힘들고 고령의 어르신들만 남았으니 오죽하겠는가. 

심지어는 일손 쟁탈전이 벌어져 잘 지내던 이웃 간에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력부족률을 살펴보면, 작물재배업이 27.3%로 가장 심하고, 축산업(5.3%) 등이 그 뒤를 따른다. 농가의 일손 구하기가 녹록지 않다 보니 일당이 15만 원을 넘어서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제 농촌은 외국인 노동자가 농사를 짓는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농업노동력 부족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현재 3만 명 수준인 외국인 노동자를 6만 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더욱이 외국인 노동 인력이 늘어난다 해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노동력을 공급받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농촌에서 불법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농업노동의 계절적 수요로 인해 농가들이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자제'를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작물재배 농가의 경우 외국인 불법 고용이 무려 90%에 이른다고 한다. 

지속적인 노동이 필요한 축산이나 시설재배와는 달리, 일반 작물재배는 농번기와 수확기에만 일손이 필요해 '고용허가제'를 이용하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3개월 이상의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 '계절근로자제'는 영세한 농가나 일시적으로 노동력이 필요한 농가에게는 무용지물이다. 

미곡종합처리장(RPC), 산지유통센터(APC) 등 농산물을 선별·포장·가공하는 산지유통시설도 일손부족 문제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산지유통시설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게 되면 일손부족에 의한 작업 지연으로 농산물의 출하 및 수급에 어려움이 많아질 우려가 있다. 

산지유통시설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상의 탄력근로제, 특별연장근로제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농촌에서는 불법 단속을 피하려고 쫓고 쫓기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불가피한 불법 고용으로 처벌받는 농업인들도 느는 추세다. 불법체류 노동자는 임금체불구제,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여기에 농촌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업노동을 회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추운 겨울에 외국인 노동자가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다 숨진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다. 

농촌의 현실과 농업노동의 계절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용허가제'나 '계절근로자제'를 보완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즉,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농업부문 고용을 합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농가들이 사설 외국인 인력소개소를 통해 불법체류 노동자를 공급받고 있다. 

그 대안은 일본과 같이 농업부문에 대한 '외국인 노동자 파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농협이 외국인 노동자 파견사업자 지위를 유지하며 노동자를 고용해 농가에 공급한다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근무 여건이 열악한 농업부문에 외국인 노동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숙소, 산재보험, 건강보험, 항공비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농업노동력 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농업인력은행'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농업인력은행'을 통해 농촌인력 수급에 대한 종합계획 수립을 총괄하도록 하고, 전국단위 인력풀(pool)을 운영할 수 있는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농업인력은행'은 농촌인력 수급, 외국인 노동자 공급, 정책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시군 단위 인력중개센터와 연계해 농촌 현장의 노동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영세소농 구조하에서 농업인만의 노력으로는 농촌의 일손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가 적극 나서 농촌의 일손부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프로필] 1963년생▲경남 합천▲전 농협중앙회 이사▲농협부산경남유통 이사▲농민신문사 이사▲전국품목별협의회 회장단 부의장▲한국딸기생산자대표조직 회장 및 자조금 관리위원장▲2018년 법무부장관 표창, 2017년 철탑산업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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