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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유커들 오는데" 건대 상권 '남 이야기'

성수·몽촌토성으로 이동…상권 침체 직면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3.08.25 10:39:13
[프라임경제] "가게 3개를 운영 중인데, 2개는 정리하려고요." 

지난 22일 저녁 방문한 서울 건대입구역 인근 양꼬치 거리. 장사가 한창일 9시 경인데도 사장 진창하오(39)씨는 아르바이트생 한 명과 마감 준비에 여념 없었다. 30평 남짓한 매장은 한산했고, 중국 손님 한 팀이 떠난 테이블에만 빈 맥주병이 놓여 있었다. 진 씨는 "원래 아르바이트생 네 명을 썼다. 3년 동안 버텼으면 됐고, 더는 버틸 자신도 없다"며 씁쓸한 표정으로 포스기를 두드렸다.

건대 상권이 과거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유커 관광객들을 비롯한 2030 관심이 성수동, 잠실역 인근 상권으로 쏠리면서다. 사진은 건대 인근 양꼬치 거리. = 김수현 기자


건대 상권이 과거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유커 관광객들을 비롯한 2030 관심이 성수동, 잠실역 인근 상권으로 쏠리면서다. 그동안 코로나19 타격을 받던 자영업자들은 이제 상권 이동에 울상 짓고 있다. 상인들은 "성수, 몽촌토성 등으로 분산효과가 일어났지 오히려 밀집도가 낮아졌다"며 "기대감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 유커는 남 얘기..."중국 유학생들도 빠져나가"

상인들은 '유커'라는 말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지난 11일부터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방한 단체 관광 비자를 허용하면서 6년 5개월 만에 단체 관광객들의 방문이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구매력이 큰 유커 관광객이 한국에 들어오면 상권 활성화가 사드 사태 이전만큼 크게 늘 것으로 기대 중이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해도 건대 상권의 주 소비층은 유커였다. 인근 대규모 컨테이너 쇼핑몰이 문을 열면서 건대를 찾는 이들이 급증한 탓이다. 그러나 근처 신생 상권인 성수동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기존 건대 입구 상권으로의 유입이 줄었다. = 김수현 기자


실제로 몇 년 전만 해도 건대 상권의 주 소비층은 유커였다. 인근 대규모 컨테이너 쇼핑몰이 문을 열면서 건대를 찾는 이들이 급증한 탓이다. 당시 건대입구역은 젊은 유커들의 필수코스 14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그러나 근처 신생 상권인 성수동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기존 건대 입구 상권으로의 유입이 줄었다. 

8년째 양꼬치 거리 인근에서 위스키 바를 운영하는 최창영(54)씨는 "여기 중국분들은 원래 서울에서 공부하거나 일하시는 분들"이라며 "코로나 전만 하더라도 매일 인근 컨테이너 쇼핑몰 앞에 관광버스가 와있었지만, 지금은 순위권에서 멀어졌다. 성수 쪽이 워낙 핫플레이스라 그쪽으로 많이 가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코로나19에 시달린 상인들은 이제 상권 침체에 직면했다. 또 다른 양꼬치 가게에서 식자재를 손질하던 상인 A 씨는 "엔데믹 기대감이 있냐"는 물음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잘 못 찾아오셨다"며 "정치적인 문제로 중국 유학생들도 많이 빠져나갔다. 거리 두기가 풀렸는데도 아직 회복이 아예 안 된 상황"이라고 했다. 

인근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상인 B 씨도 말을 거들며 "(장사가) 안된다. 오히려 성수로 빠져나갔다"며 "관광객이 늘어 손님이 늘 거라는데, 막연한 기대감으로 무언가를 준비하는 건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 공실률‧금리 치솟는데…자영업자 대한 정치권 관심 시들

한국부동산원 중대형 상가 공실률 자료에 따르면 건대입구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4.4%에서 올해 1분기 7.8%까지 급증했다. 코로나로 공실률이 치솟았던 2020년 4분기 공실률 5.5%, 2021년 상반기 공실률 4.7%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2021년 3분기 공실률 2.5%보다는 3배 이상 높다.

건대입구역 인근 번화가. 건대입구 인근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4.4%에서 올해 1분기 7.8%까지 급증했다. = 김수현 기자


엔데믹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영향으로 자영업자에 대한 정치권 관심도 시들하다. 코로나19때 정부가 자영업자를 위해 내놓았던 다양한 정책 방안들은 지지부진하거나 고금리 국면에 따른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례로 오는 9월은 코로나19 기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지원된 코로나19 대출 상환 유예가 종료된다. 정부는 전체 코로나 대출의 92%를 차지하는 만기연장 이용 차주가 2025년 9월까지 만기연장에 나섰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다고 보고 있지만, 고금리 상황에서 만기연장을 통한 금리 재산정 시, 소상공인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시장 판단이다. 

아울러 금융지원 조치가 지난 3년 동안 5차례나 연장을 거듭한 만큼, 가려진 부실 리스크에 대한 위기감도 지적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이 아직 정상적으로 대출 상환할 수 있을 만큼 매출과 수익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경기 악화로 부채가 늘어난 데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자 비용이 대폭 증가했고 전기료·가스료가 인상돼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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