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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손가락 '한맥' OB맥주의 '고민'

병‧슬로건 등 대대적 리뉴얼 후 '수지' 마케팅 승부처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3.08.30 14:46:02
[프라임경제] 오비맥주가 '한맥' 시장 안착에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제품 리뉴얼을 기점으로 마케팅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영화배우 수지와 LG트윈스의 투수 케이시 켈리 선수를 한맥 광고 모델로 발탁한 이유다. 문제는 업계의 우려다. 브랜드력도 약한 데다 타깃 고객층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테라' 대항마로 출시

한맥은 오비맥주가 2021년 2월 장고 끝에 내놓은 신제품이다. 하이트진로 인기 맥주 '테라'의 대항마다. 병 색깔도 초록색이다.  

한맥은 오비맥주가 2021년 2월 장고 끝에 내놓은 신제품이다. 하이트진로 인기 맥주 '테라'의 대항마다. 사진은 한맥 신규 광고. ⓒ 오비맥주


한맥의 성공을 바라는 오비맥주의 마음은 간절했다. 한맥의 출시 캐치프레이즈는 '라거를 음~米할 시간, 코리안 라거의 탄생'이다. 국내산 햅쌀 사용을 셀링포인트로 삼았다. 시작부터 '쌀 소비 촉진 장려'라는 대의를 내세웠다. 정부와 소비자 둘 다 잡겠다는 의지다.

한맥은 이천공장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제품 혁신을 위한 정비 이후 내놓은 첫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오비맥주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한 설비를 마련하고, 소비자 의견을 즉각 반영한 신제품을 내놓는 데 집중했다. 이에 한맥을 카스 등과 같은 레귤러 브랜드가 아닌 소비자 반응을 살피기 위한 '스팟성 제품'으로 우선 출시했다. 정식 출시 전 맛, 디자인, 특색 등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이에 제품 퀄리티를 높이는 데 매진했다. 상품성과 출시일을 조율하고, 과거 하이트 모델이었던 배우 이병헌까지 기용했다. 경쟁사 모델을 발탁하지 않는다는 불문율까지 깬 셈이다. 

문제는 노력 대비 성과다. 대대적인 투자에도 시장반응은 미적지근했다. 한맥은 당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제대로 된 홍보 활동을 펼치지 못했다. 출시 후 2년이 지났지만 주요 시장조사업체 맥주 브랜드 조사에서도 10위권 밖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한맥이 초기 신제품 효과를 누리지 못하면서 인지도를 쌓지 못하고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한 마케팅 관계자는 "시기적 측면에서 아쉽다. 한맥은 21년도에 출시한 제품인데, 최근 소비자들은 한맥을 신제품으로 아는 사람도 있다"며 "기존 시장 1위 제품인 오비맥주의 카스와 한맥의 갭이 너무 크다. 그만큼의 존재감을 메울 '한 방'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시장에서 메인 브랜드 2개를 갖고 가면 그만큼의 위험 요소가 따른다"며 "정식 출시부터 필생 즉사의 의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게 아니었고, 이병헌을 모델로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장에서 한맥을 단기간에 자리 잡게 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건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 마지막 승부처…'자체 경쟁력' 핵심

이런 상황에서 오비맥주는 한맥에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세컨드 브랜드로 육성해 맥주 시장의 선두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다. 

오비맥주는 지난 3월 '한맥'을 리뉴얼해 새로 출시했다. ⓒ 연합뉴스


오비맥주는 지난 3월 '한맥'을 리뉴얼해 새로 출시했다. 한맥 병과 캔 패키지 상단에 흰색 띠를 둘렀고, 한옥 창문에 많이 활용되는 전통 문양 '기하문'에서 착안한 엠블럼도 넣었다. '대한민국을 더 부드럽게'라는 슬로건도 적용했다. 캔 재질도 매트한 소재로 변경했다. 올여름을 마지막 승부처로 보겠다는 거다.

문제는 양날의 검 같은 마케팅이다. '맥주엔 남자, 소주엔 여자'라는 '공식'처럼 받아들여지던 주류업계의 모델 법칙도 깼다. 바로 수지를 모델로 채용해서다. 주류업계에선 파격적인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여성 모델 기용이라는 시도가 매출로 이어진다면 기존 마케팅 정석이 깨지는 의미가 있지만 자체 브랜드 경쟁력이 없는 상황에는 도박일 수 있다.

해당 광고는 '켈리도 한맥처럼 부드럽게 달라지고 싶다'는 내용의 문구를 담아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켈리를 이용해 한맥을 홍보하겠다는 역발상이다. 하지만 후발주자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오비맥주


LG트윈스의 투수 케이시 켈리 선수를 한맥 광고 모델로 발탁한 점도 마찬가지다. 해당 광고는 '켈리도 한맥처럼 부드럽게 달라지고 싶다'는 내용의 문구를 담아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이트진로의 신제품 켈리를 이용해 한맥을 홍보하겠다는 역발상이다. 하지만 후발주자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케팅 관계자는 "식음료 업계에서는 신제품이 인기를 끈 이후 경쟁사에서 디자인, 마케팅 방법을 따라 하는 미투 브랜드 전략이 흔히 있는 일인데, 여기서 중요한 건 자체 경쟁력"이라며 "선발주자를 따라 관심을 끌 순 있지만, 오히려 위험하다. 방어전에만 급급해 기존 제품에 대한 주목도까지 분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겟층이 가정시장에만 국한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이트진로의 테라는 출시 초기부터 유흥시장이 아닌 일반음식점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했고, 여의도 테슬라 공식이 만들어지면서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오비맥주의 한맥은 일반음식점 마케팅보다 가정용 판촉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차별화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올리려는 여러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시장 고정 관념을 뒤집으려는 시도지만 도리어 제품력 축소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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