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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인사 강행…세계사로 본 인재 논란

'사심(私心)이 사심(死心)' 될 수 있어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3.08.30 15:42:28
[프라임경제] '인재 중용에 사심(私心)이 들어가면 사심(死心)이 될 수 있다.' 고려 망국의 장소 개성 만월대에 새겨진 문구다. 취임 2년 차.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강행이 벌써 11번째다. 인재 등용과 관련한 설화가 쌓이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사로 흥한 자가 있지만, 인사로 망한 자도 많다. 적재 등용에 실패한 사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윤 정권의 화두인 검찰·언론과 관련한 역사적 인재 사건들을 정리해 봤다.

군부 요직에 무너진 경제 '아르헨티나'와 닮은꼴 

윤석열 인사 논란의 출발점은 '검찰'이다. 정권 초기부터 '검찰 편중 인사'라는 평을 받았다.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법무부 △금융감독원 △국민권익위원회 △국가보훈처 등 20여개 기관에 검찰 출신 인사들을 중용했다. 

윤석열 인사 논란의 출발점은 '검찰'이다. 정권 초기부터 '검찰 편중 인사'라는 평을 받았다. ⓒ 연합뉴스


'금융감독원'도 편중 인사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해 6월 이복현 전 서울중앙지검 4차장 검사를 금융감독원장에 내정하면서다. 검사 출신 법조인이 금감원장에 임명된 건 1999년 금감원 출범 이후 처음이었다.

세계사로 볼 때 특정 집단이 국가 권력의 주요 요직을 차지한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실례로 아르헨티나 호르헤 비델라 대통령은 쿠데타 이후 한국의 국가재건최고회의와 유사한 방식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비델라는 행정권·입법권·사법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당시 법관의 80%를 갈아치웠고, 국가의 모든 요직에 군 장교들을 앉혔다.

대통령 재임 이후 세계 5위 선진국이었던 아르헨티나의 빈곤율은 4%에서 38%로 치솟았다. 산업 기반도 붕괴됐다. 이후 아르헨티나의 군부 독재정권이 퇴진하고 1983년 라울 알폰신 대통령의 문민 정권이 '아우스트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경제 회생 프로젝트에 나섰지만 현재까지도 아르헨티나는 신음하고 있다.

튀르키예, 경제는 살렸는데, 말할 권리가…

언론도 윤 정권의 키워드 중 하나다. 가짜 뉴스로 시작된 윤 정권의 언론에 대한 인식은 기존 정권과 색다르다. 여기에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 특별보좌관을 지명하면서 언론단체와 야당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때 벌어진 '방송 장악'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사를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앞장서서 지켜내야 할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적이자 세계적인 평화운동가 페툴라 귈렌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튀르키예 1위 신문사 자만을 탄압하고 언론 억압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역사적으로 정부-언론 관계가 모호하면 언론의 자유 침해는 부수적으로 따른다. 보도 기관은 통제되고, 일반 국민도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권리가 크게 위축된다.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이 그 중 한 명이다. 2003년부터 총리로 재직한 에르도안은 2017년 4월 튀르키예의 정치 권력 구조를 의원내각제에서 5년 중임의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등 강력한 대통령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 사법부까지 아우르는 절대 권한을 거머쥐었다.

에르도안은 총리 취임 이후 빈곤율을 한 자릿수로 낮추고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에르도안의 정적이자 세계적인 평화운동가 페툴라 귈렌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튀르키예 1위 신문사 자만을 탄압하고 언론 억압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불안정하기만 하다.

측근의 정보기관, 진실의 중요성

최근 파열음이 요란했던 김규현 국정원장도 빼놓을 수 없다. 김 원장은 지난 6월 1급 부서장 등 10여 자리에 대한 승진·보직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김 원장 측근인 국정원 직원 A 씨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윤 대통령은 A 씨를 비롯해 8명을 대기발령하는 등 인사를 번복했다. 

사실 이번 인사 파동은 정권교체기 물갈이를 둘러싼 내부 반발을 넘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새 권력 내부의 다툼이라는 관측이 많다.

문제는 지나친 접촉이 망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다. 대표적인 사례가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CIA와 FBI 직원이 지휘해 정보부 요원 5명을 배관공으로 위장해 미국 민주당 캠프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것이 발각되면서 시작됐다.

닉슨 대통령은 정보기관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의 증거를 삭제하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뿐 아니라 정권과 여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진실 규명 노력을 방해했다는 오명을 안고 퇴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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