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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중소기업 80% 준비 못해

"시행시기 유예, 정부 지원 강화해야"

김이래 기자 | kir2@newsprime.co.kr | 2023.09.07 13:26:35
[프라임경제] 내년 1월부터 개인사업자나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인 '중소기업'도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적용된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계는 중처법 적용시기를 유예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80%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 연합뉴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한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실태 및 사례조사'에 따르면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80%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준비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곳은 1.2%에 불과했다. 또 50인 미만 중소기업 85.9%가 중처법 유예 연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철저한 준비와 지원 없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돼 사업주가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받으면 사업주 역할이 절대적인 소규모 사업장은 폐업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면서 "소규모 사업장의 생존과 그곳에 몸담은 근로자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고 전했다.

이처럼 중소기업계는 중처법 시행 시기를 놓고 최소 2년 이상 유예기간 연장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지난달 31일, 중소기업중앙회는 50인 미만 사업장 상당수가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준비하지 못한 상황으로 중처법 시행 시기를 유예하고, 정부의 지원 강화를 요청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불과 5개월 후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만, 80%가 여전히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많은 중소기업들이 고물가·고금리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사법리스크를 추가로 감내하느니 아예 문 닫는 게 낫다는 한탄까지 나온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원칙과 안전한 산업현장 구축에는 중소기업계도 같은 마음"이라며 "그럼에도 68만개에 달하는 50인 미만 중소기업 현장에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개별 기업에게 모든 책임을 부과할 것이 아니라 정부도 함께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지난해 기업들이 납부한 산재보험료는 8조3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산재예방을 위해 기업에게 지원된 금액은 1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 위험성평가 어려움 호소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도 중처법과 관련된 '산업안전보건 법령개선에 대한 경영계 의견'을 지난달 28일 노동부에 제출했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중처법의 '위험성평가' 실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 시행시기를 2년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의 위험성 평가 의무화 추진 역시 안착때까지 벌칙도입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험성평가는 중처법 시행령 제4조 제3호에 따라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반기 1회 이상 실시·개선 작업을 점검토록 하는 규정이다.

경총은 "사업장 내 위험성평가 체계 정착·운영 내실화 전까지 산업안전보건법상 벌칙 도입을 재고하고 위험성평가의 범위를 '위험요인 발굴 및 위험성 결정'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근로자의 안전에 대한 관심 부족, 평가 참여에 대한 업무부담 외에 위험성평가 추진 시 근로자의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다"며 "위험성평가 추진 시 근로자의 협력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원·하청 간 역할과 책임 명확화 △근로자의 안전보건 책임 확대 등도 건의하는 한편, 현행 안전보건규칙 중 현장특성이 고려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불합리 규제 20건을 함께 제출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가 줄지 않고 있는 이유는 사업주 의무 중심의 법령체계와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규제에 원인이 있다"며 "정부가 마련 중인 법령 개편안이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실효적인 방안들로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령 개편만큼 중요한 것은 제도의 현장 안착"이라며 "위험성평가제도가 현장의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정착되기 전까지 산안법상 벌칙 도입을 보류하고 내년부터 적용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시행 시기 유예를 정부가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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