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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폐플라스틱 재활용' 진심인 SK, 울산ARC 가보니

'1조8000억원 투입' 세계 최초 재활용 복합단지 조성…3대 '화학적 재활용' 한 곳서

울산=조택영 기자 | cty@newsprime.co.kr | 2023.09.18 14:24:35
[프라임경제] "오늘 왜 굳이 이런 곳에..." 이는 지난 13일 울산 남구에 위치한 SK 울산콤플렉스(CLX) 내 공사 현장에 도착한 기자들이 꺼낸 말이다. 현장에 들어서자 땅 때문에 버스는 심하게 흔들렸고, 대형 굴삭기와 덤프트럭 소리가 가득했다.

그러나 현장 브리핑을 준비한 SK지오센트릭 관계자들의 설명은 기자단의 의문을 말끔히 털어내기에 충분했다. 이들이 짓고자 하는 것은 세계 최초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복합단지인 '울산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ARC를 구축해 석유화학 신사업을 선도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활용 방법이 없어 매립·소각하던 쓰레기가 미래에너지 자원으로 거듭나며 탄소감축은 물론 쓰레기 문제 해결도 가능할 전망이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 남구 SK이노베이션(096770) 정유화학 복합단지 울산CLX 내 21만5000㎡ 부지에 울산ARC를 세운다. 국제규격 축구장 22개 넓이와 맞먹는 크기로 총 1조8000억원이 투입되며, 오는 10월 착공 예정이다. 상업 가동은 2025년 말이 목표다.

지난 13일 울산 남구 SK지오센트릭 울산ARC 부지에서 관계자가 2025년 준공할 세계 첫 폐플라스틱 재활용 복합공장인 울산ARC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울산CLX에서 기자단 현장 방문 행사를 열고 울산ARC 추진 계획 등을 설명했다. 기자단이 현장에 방문했을 때 땅을 반반하게 고르는 정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울산ARC가 본격 가동되면 매년 500㎖ 생수병(약 15g) 213억개에 달하는 폐플라스틱 32만톤이 재활용된다. SK지오센트릭은 이곳에서 처리한 폐플라스틱을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원유(열분해유) 등으로 재활용할 계획이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첫 삽을 뜨기 전이지만 대부분의 원료를 확보했고, 글로벌 고객사의 선주문도 이어지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폐플라스틱을 다시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물리적(기계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이다. 

울산 ARC 개요도. = 조택영 기자


폐플라스틱을 단순 분쇄·세척하는 물리적 재활용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른 제품을 만드는 것을 말하는데, 공정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또 투명 페트(PET)병 등 제한된 재질만 재활용이 가능하며, 불순물이 섞여 있으면 재활용이 어렵다.

반면 화학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의 △오염도 △성상 △색상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플라스틱을 세척하고 같은 색상끼리 모아야 했던 물리적 재활용의 단점을 극복하고,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고부가 기술로 꼽힌다.

반복적인 재활용에도 플라스틱의 물성이 그대로 유지되는 장점 때문에 물리적 재활용의 단점을 보완하는 한 차원 높은 재활용 수단으로 각광받는 추세다.

국제기구들도 화학적 재활용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바젤협약은 '폐플라스틱 기술지침서'를 채택, 화학적 재활용에 대한 가이드를 마련하는 등 이를 유효한 재활용 수단으로 인정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울산ARC에서 선보이는 플라스틱 재활용 방법은 화학적 재활용이다"라며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인 열분해,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추출, 해중합을 한 곳에서 구현하는 복합 재활용단지는 울산ARC가 세계 최초다"라고 설명했다.

열분해 공정을 통해 생산된 열분해유. = 조택영 기자


이어 "하나의 클러스터로 구축해 운영 설비나 시스템의 실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라며 "글로벌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서의 상징적인 역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SK지오센트릭은 3대 기술 중에서도 열분해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자체 개발 중인 후처리 기술을 통해 열분해로 얻은 열분해유의 품질과 활용도를 모두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열분해유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비닐·라면봉지 등을 녹인 기름으로, 기존에는 여러 부산물이 들어있어 품질이 다소 낮은 경유나 보일러 연료로만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SK지오센트릭의 후처리 공정을 거쳐 부산물을 제거한 열분해유는 석유화학제품 원료로 쓸 수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이를 위해 열분해유 후처리 기술을 독자 개발하고, 대전 유성구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 실증설비(Scale-up pilot Plant)를 갖췄다. 선행연구를 거친 실증설비는 추후 울산ARC 열분해 공장과 함께 지어진다.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것은 단순 소각에 비해 탄소 저감 효과도 크다고 한다.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에 따르면 열분해 방식의 재활용은 플라스틱 소각 대비 최대 61.5%의 탄소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지오센트릭이 조성 중인 울산ARC 부지. = 조택영 기자


플라스틱 쓰레기 1톤을 열분해유로 재활용할 경우, 소각할 때보다 탄소 배출량을 최대 2.7톤가량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규제를 도입하면서 시장 전망이 밝은 상태다. 유럽연합(EU)은 플라스틱 포장재에 재활용 소재를 30% 이상 반드시 쓰도록 법제화했고,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 재생 원료를 2030년까지 50% 이상 사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UNEP에 따르면 2040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의 양은 약 1억톤에 이를 전망이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가 2050년 6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린 '2023 울산포럼'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후변화 때문에 탄소 감축은 가장 시급한 문제다"라며 "생태계 보호를 위해 플라스틱을 앞으로 100% 재생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끌고 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울산ARC로)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라며 "그룹 내 계열사를 모두 합친 그린, 에너지 전환 관련 투자가 울산에만 8조원 규모로 예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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