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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의 우리세상산재] '직장 내 괴롭힘' 인정받지 못하면 산재도 안될까?

 

윤이나 노무사 | press@newsprime.co.kr | 2023.09.20 15:35:26
[프라임경제] 입사 3년차의 A씨(28), 직장에서 직급으로 불리는 경우가 드물다. 보통 호칭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고 급할 때는 "야, 너" 등의 반말도 서슴치 않는다. 작은 실수에도 사내 메신저로 공개적으로 모욕을 준다. 회식 자리에서 A씨의 뒷담화를 한다는 소리를 다른 동료에게 건너 들은 적이 있고 우연히 5명이 식당에 가도 4명이 같이 앉고 A씨 혼자 앉게 되는 경우가 있다. 상사, 대표에게 이 같은 상황을 말해봐도 적극적인 조치는 커녕 A씨의 행실을 돌아보라는 답변만이 돌아온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그러나 콕콕 찌르는 바늘 같은 고통을 참다 못해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규정이 있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 등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A씨는 우울장애 상병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하는 한편, 고용노동부 관할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다. 

그런데 업무상 질병임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가 열리기 직전, 관할 노동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불인정됐다. 그렇다면 A씨의 우울 장애 또한 산재가 아니게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와 업무상 질병 인정여부는 관할 기관도 다르고 인정 기준도 다르다.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 따라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되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하도록 돼있다.

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근거한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정신질병의 경우, 그 인과관계를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근로자 개인의 건강과 신체기준을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돼있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의 경우,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이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 사건 자체의 강도와 크기 등 객관적 조건뿐만이 아니라 근로자의 주관적 충격의 정도를 고려해 판단해 업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 노동청의 직장 내 괴롭힘 인정여부와 관계없이 업무상 질병임을 인정할 수 있다.

특정 사건에 관한 개인의 감수성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보통 일반인의 입장에서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가 겪은 고통은 현실이고 사라지지 않는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좌절되었다고 해서 산재 신청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윤이나 노무법인 산재 보령지사 대표노무사 / (사)대한진폐재해자보호협회 자문노무사 /충남지역 자살유족원스톱서비스 자문노무사 / 전 노무법인 산재 서울지사 공인노무사 / 전 서남권글로벌센터 외국인근로자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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