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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人터뷰] 은평새길 프로젝트 "세검정 주민 반대 격화, 사업 중지해야"

소외된 동네 '교통난‧슬럼화 가속' 명백한 지역 차별 행위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3.09.21 17:31:46

세검정 지역은 낡고 노후화된 빌라들이 즐비해 주거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 종로구 평창동 주민자치위원회


[프라임경제] 오는 2025년 착공을 앞둔 '세검정~구파발 터널(이하 은평새길)' 사업에 있어 종로구 세검정 지역(부암‧구기‧평창‧부암‧신영‧홍지동) 주민들 반발이 심상치 않다. 서울시는 은평구 개발에 의한 인구 증가에 대비한다는 의도지만, 정작 세검정 주민들은 '지역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은평새길 프로젝트는 서울 서북지역 도로망 확충 계획에 따라 은평구 불광동(통일로)~종로구 부암동(자하문로)을 잇는 왕복 4차로(길이 5.76㎞) 도로를 건설하는 민간투자사업이다.

서울시는 해당 사업을 통해 서북부 대규모 개발에 따른 교통량 증가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통일로 차량정체 완화와 함께 △지역균형발전 및 지역간 접근성 개선 △도시 경쟁력 강화 △사회적 비용절감 등을 꾀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은평구민과 사업지 일대 종로구 세검정 지역 주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은평구 통일로 주변은 만성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은 만큼 은평새길 완공시 은평구민 이동은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이와 달리 세검정 주민은 종로 주요 도심 전역에 교통 체증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종로구의회 역시 지난해 9월 '은평새길 건설사업 반대 결의안'을 채택, 관계기관에 제출하면서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본지는 안정모 종로구 평창동 주민자치위원을 만나 현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세검정 지역은 어떤 동네인가.

"일대는 노후도가 90%에 육박하는 대표 노후 주거지다. 다만 청와대 보안 문제와 북한산 경관지구에 속했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고도제한 및 자연경관지구 등 갖은 규제를 피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주택은 물론 도로 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비선호 거주지역으로 전락했다. 경제 타당성조차 전무해 환경 개선 목소리를 자신 있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산 경관을 함께 공유하는 은평‧서대문구는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벗어나 대규모 변화를 통한 선순환을 이뤄내고 있다. 

결국 세검정 일대만 개발을 성사하지 못하면서 대부분 3층 규모 빌라(높이 12m)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이 시급하지만, 강한 규제 때문에 슬럼화만 가속화하고 있다.  

세검정 지역은 심각한 교통 체증을 겪고 있다. ⓒ 종로구 평창동 주민자치위원회


뿐만 아니라 극심한 교통난에도 불구, 대중교통 노선 추가나 지하철 역사 도입을 위한 예타 통과마저 지지부진하다. 이로 인해 불편함을 이기지 못하고 인프라가 확충된 지역으로 이탈하는 주민이 만만치 않다."  

-교통 인프라에 있어 애로사항이 있다면.

"서울 중심 입지가 무색할 정도로 교통 인프라는 처참하다. 인근 지하철은 전무하며, 유일한 버스 노선도 여타 지역과 단순 비교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마을버스도 서울시 정차 규제로 원활한 환승이 어려워 다수가 개인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현재 세검정 지역은 대표적으로 △진흥로 △자하문로 △평창문화로 3개 도로가 교차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도로들은 통일로 정체에 대한 우회도로로 활용되면서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내 진출입로 역시 양방향 속도 제한(30㎞)과 서촌‧경복궁‧통인시장 등 관광지, 과도한 횡단보도 배치 등으로 정체가 극심하다. 특히 광화문에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경우 일대가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하지만 서울시는 포화 상태 도로에 대한 개선 의지 없이 4차선 터널(은평새길) 추가 연결 계획에만 집중하고 있다. 만일 현실화될 경우 일대는 '교통 파멸'에 이를 것이 분명하다." 

-은평새길 사업에 대한 입장은.

"은평새길을 통한 '통일로 정체 분담'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이는 세검정 일대 피해만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서울시로부터 확인받은 계획에 따르면, 은평새길 진출입램프부는 자하문로 하림각 부근으로 표시됐다. 하지만 이곳은 이미 좁은 차로로 인한 '상습 정체구역'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은평새길을 통한 시내 진입을 위해 자하문터널을 통과해야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다. 

더군다나 자하문터널을 통과하더라도 서촌 부근도 동일 이유로 교통난이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세검정 주민은 은평새길 사업 진행에 있어 소음과 진동, 그리고 먼지 등 피해도 감당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하철 음영지역' 세검정 일대 발전을 위해 은평새길이 아닌 신분당선과 강북횡단선 라인 역사 건설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주민들 반응은.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세검정 지역 인근 'GTX-A 환기구' 설치 조건으로 지하철역 신설을 약속하는 등 주민들을 회유했다. 하지만 환기구 설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도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GTX-A 환기구' 건설 현장. ⓒ 종로구 평창동 주민자치위원회


이번 은평새길 사업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하는 서울시에 대한 불만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적은 인구는 곧 적은 유권자를 의미한다. 게다가 2‧3중 건축 규제 슬럼화가 진행된 탓에 세검정 인구는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이런 탓인지 서울시는 현 주민들에 대해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소수에게 큰 피해를 강요하는 모습에 주민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시와 은평구는 종로구 서부(세검정 지역~사직동) 지역 희생만을 강요하는 은평새길 사업을 중지해야 하며,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 구민들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해야 한다. 은평새길을 통해 은평구 인구 증가에 따른 통행량 폭증 완화를 꾀하고 있지만, 정작 기존 자하문터널 교통 체증 악화라는 피해만 가져올 것이다.

더군다나 세검정 지역은 지형적으로 우회할 도로가 없는 만큼 은평새길 사업이 강행될 경우 교통난 해소는 불가하다. 우리는 끝까지 투쟁해 기본권 보호에 앞장설 것이다. 서울시는 주민들이 다년간 겪은 아픔에 대해 인지해야 한다.

오는 26일 평창동주민센터에서 최재형 의원을 비롯한 지역 선출직 공무원 대상 공개 청문회를 실시할 것이다. 해당 청문회를 통해 은평새길 반대와 교통 환경 개선, 규제 완화에 대해 공무원들 업무 진행상황과 계획을 청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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