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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일본 톺아보기] 외국인이 뽑은 관광지 10선 ⑦ 히로시마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3.09.25 10:57:14

오타 강변 원폭 돔과 히로시마 시내 풍경. ⓒ Dive-Hiroshima


[프라임경제] 도쿄나 오사카 못지않게 세계적으로 알려진 도시가 혼슈 서남쪽 거의 끝자락에 위치한 '히로시마(広島)'다. 히로시마는 인류 역사 최초 원자폭탄 세례를 받았다.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시 한복판에 떨어진 '리틀보이'로 당일 수만명이 즉사하고, 그 해 연말까지 13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피폭 중심지에 있던 히로시마 물산전시관은 유네스코에 의해 1996년 '원폭 돔'이라는 이름으로 인류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세토내해 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인구 274만 히로시마현은 에도시대부터 일본 철강산업 중심지였다. 

1894년 청일전쟁 당시 일왕이 거주하며 전쟁을 지휘했고, 2차 세계대전 중 육군과 해군 기지로 군수물자를 조달했다. 패전 후에는 축적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제강과 조선, 자동차 산업을 일으켜 세토내해 공업지역 중추 도시로 변신했다. 지금도 서남쪽 구레(呉)시에는 해상자위대 사료관과 기지가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농업과 어업 등 1차 산업이 활발하고, 현민 소득이 전국 중위권을 기록해 '일본 축소판'으로도 불린다. 

현청 소재지가 있는 히로시마시 지리적·경제적 특징을 설명할 때 종종 '3B의 도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노선버스(Bus)·기업 지점(Branch)·다리(Bridge)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오타(太田)강 삼각주를 낀 히로시마시에는 유난히 다리가 많다. 6개 강에 무려 3200여 개 다리가 있다. (2023년 3월 히로시마시 도로과 자료). 이중 △길이 15m가 넘는 것이 794개 △50m 이상 278개 △100m 이상 87개이라는 점에서 가히 '다리 왕국'으로 손색이 없다. 

히로시마현을 소개할 때 현 남동부 '오노미치(尾道)'가 빠지지 않는다. 언덕·문학·영화의 도시로 유명한 오노미치는 '김약국의 딸들'로 알려진 경남 통영시를 떠올리게 한다. 

양 도시는 바닷가 '문학 도시'인 동시에 △인구 12만5000명(오노미치) : 12만1000명 △면적 285㎢ : 240㎢ 규모다. 서로 자매결연이라도 맺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닮은 부분이 많다. 

이곳에 문학 작품 배경과 영화 로케지를 둘러보기 위해 연간 700만명에 달하는 내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온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만화 영화 무대로 자주 등장하며 오노미치를 '5대 성지' 하나로 기리는 젊은 팬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 향토 음식

굴 도테나베. ⓒ 히로시마현 관광과


#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

오코노미야키는 밀가루 반죽에 달걀·채소류·육류·어패류·면 등을 사용해 철판에서 구워내는 요리다. 오사카 스타일이 심심풀이 간식이라면, 히로시마에서는 면과 숙주나물 등을 넣어 주식으로 먹는다. 얇게 구워 만든 밀가루 덮개를 씌워 제공되는 것도 이색적이다. 

# 오노미치 라멘

오노미치시 향토 라면으로 '라멘 왕국' 일본 내에서도 지명도가 높다. 돼지 등 지방 성분을 주재료로 튀긴 민치를 띄운 쇼유(간장 맛) 스프에 납작한 면이 특징이다. 얼핏 외관이 텁텁하고 느끼해 보이지만, 민치에 파 향이 가미돼 감칠맛이 나고 뒤끝이 개운하다. 

# 아나고(갯장어) 덮밥

일본 철도가 개통된 1870년대 후반부터 에키벤(역 도시락)으로 명성을 알리고 있는 대표 향토 음식이다. 부드러운 살과 매콤달콤한 양념 조화가 스테디셀러 비결이다. '세토내해 어부들이 즐겨 먹었다'는 이 요리는 1월과 여름철 장어로 만든 것을 최고로 친다.

# 굴 요리

일본 굴 생산량 60%를 차지하는 히로시마현에는 브랜드 굴 '가키코마치(かき小町)'가 있다. 종묘 방식으로 생산되는 이 굴은 산란기가 없어 항상 크고 튼실하며 영양분이 풍부하다. 생굴·구이·찜·스튜 등 어느 것이나 인기지만, 특히 뚝배기 바닥에 된장을 바르고 버섯과 각종 채소에 굴을 넣고 끓이는 도테나베(土手鍋)가 일품이다. 

# 비슈나베(美酒鍋)

닭고기와 모래집, 돼지고기에 각종 채소와 일본주를 여러 차례 넣어 끓인 전골 요리. 양조장 일꾼들이 공복을 채우기 위해 개발한 요리로 알려졌다. 재료가 끓으면서 알코올 성분이 사라지고, 향기와 단맛이 남아 어린이나 술 못하는 사람도 먹는 데 지장이 없다.

◆ 관광 포인트 

이쓰쿠시마 신사. ⓒ 위키피디아 재팬


# 평화기념공원

히로시마시 중앙부에 약 3만7000평 규모를 가진 공원으로, 세계유산에 등록된 원폭 돔을 비롯해 △당시 참상을 기록한 자료관 △원폭 사망자 위령비 △국제회의장 등이 있다. 1954년 4월 개원됐으며, 전후 완공된 공원 가운데 최초 2007년 국가 명승에 지정됐다. 

# 히로시마성

에도시대 전기 지역 영주였던 모리 데루모토가 수륙교통 요지에 1589년부터 10년에 걸쳐 축성했다. 현재 1945년 원폭으로 파괴된 것을 1958년 복원햇다. 나고야성 및 오카야마성과 함께 '일본 3대 평성'으로 꼽히며 전국 100대 명성에 들어간다. 

# 이쓰쿠시마 신사

'일본 3대 비경' 중 하나인 이쓰쿠시마 해변에 세워진 신사로, 바닷 속 '도리이(신사 입구를 가리키는 문)'가 상징이다. 신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본전·배전·회랑 등 국보 건물 6동과 희귀 경전을 포함한 다수 등록 문화재가 있다. 

# 히로시마 베이 크루즈

'에게해보다 아름답다'는 세토내해와 이쓰쿠시마를 2시간 이상 항해하며 선내 식사를 즐기는 유람선 투어. 이용가격이 다소 비쌀 수 있지만, 가치는 충분하다. 코스 요리가 포함된 런치크루즈 7500엔부터, 프랑스 풀 코스요리가 제공되는 디너 크루즈는 9500엔부터다  

# 혼도오리(本通) 상점가

히로시마와 주변 시코쿠 지역을 포함해 가장 번화한 광역형 상점가로, 직선 600m 구역에 밀집된 200여점포에 하루 10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린다. 히로시마현 각지 특산품을 전시 판매하는 '히로시마 유메프라자'가 유명하다. 

한편, 히로시마시까지 직항편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운항 중단 이후 아직 복원되지 않았다. 현지에서 신칸센을 이용하면 하카타에서 70분(280㎞), 신오사카에서 100분(342㎞) 정도 소요된다. 

인구 118만 히로시마시는 1997년 대구광역시와 자매도시 협정을 맺은 바 있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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