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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범죄로 얼룩진 대구은행, 버리지 못하는 금융당국

 

이유진 기자 | lyj@newsprime.co.kr | 2023.10.13 13:32:46
[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윤석열 정권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정책 때문인지 각종 범죄혐의로 얼룩진 DGB대구은행(이하 대구은행)을 과감히 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번 국정감사조차 '시중은행 전환 심사'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음에도 "고려한다"는 추상적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국민 불신에 기름을 붓고 있다.

현 정권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윤 대통령이 올해 초 은행권 과점 체제를 지적한 이후 급물살을 탔다. 

물론 시중은행 전환은 법적 절차에 따라 각종 요건과 함께 엄격한 심사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현행 은행법 제8조에 따르면 시중은행 인가를 위해선 최소자본금 요건(1000억원)과 지배구조 요건(산업자본 보유 한도 4%·동일인 은행 보유 한도 10%)이 충족돼야 한다. 

대구은행은 이런 은행법에 따른 요건들을 충족한 지방은행이라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금융당국 역시 지난 7월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은행권 경쟁 촉진 등을 이유로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런 훈훈한 분위기도 잠시. 이후 대구은행은 각종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서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에 발목을 잡히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실적 달성을 위해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 계좌(1000여개)를 임의로 추가 개설했다. 더욱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긴급 검사 착수 이전까지 해당 사안을 보고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일명 '상품권깡'을 통해 30억원 규모 비자금 조성, 채용 비리 등 각종 불법행위가 연달아 밝혀졌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캄보디아 현지 법인 개설을 위해 현지 공무원들에게 로비 자금을 건넨 혐의로 국내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대구은행이 각종 범죄혐의로 신뢰가 추락했음에도 불구, 금융당국은 여전히 대구은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대구은행과 관련해 지난 11일 실시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중은행) 전환은 법에서 정해진 여러 가지를 봐야할 게 있다"라며 "사업계획 타당성이나 (기관)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을 봐야 하는데 심사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구은행을 향한 경고성 발언으로 비춰질 순 있다. 하지만, 사실상 '고려 사안'일뿐 확실한 답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금융당국이 대구은행을 손절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대구은행은 실질적으로 바닥에 떨어진 금융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 국정감사에서 비춰진 금융당국 태도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난과 함께 시중은행 전환 '억지 강행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각종 범죄혐의로 얼룩진 대구은행의 전반적 개혁 없이 시중은행 역할을 맡기는 게 진정 국민들을 위한 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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