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서민 무시' 오명…한국은행, 설립 목적 잊지 말기를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3.10.16 16:18:36
[프라임경제] 정부와 여당이 '서민고통'을 이유로 중앙은행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중앙은행의 올바른 결정이 국민에게 고통을 준다는 역설이다. 이같은 온갖 참견에도 한국은행은 묵묵히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는게 기자의 생각이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대상 국감 화두는 '가계부채 책임' 공방이었다. 야당은 급증한 가계부채에 대해 정부 책임론을 주장했다. 중앙은행은 긴축 기조를 보이지만, 정작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즉 정부와 중앙은행이 엇박자를 걷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야당은 정부가 개입해 발생한 '정책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정부 들어 기준금리가 2배 이상 올랐음에도 주택담보대출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은행에서 (가계대출) 규제가 완화될 경우 증가세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을 늘리는 정책을 펼쳤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가 많으니 줄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본원칙인 만큼 공감하지만 그 과정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는 계속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국제기구도 권고하는 사안"이라고 방어했다. 

해명에도 불구, 질타가 쏟아지자 김 위원장은 "한국은행(대출규제 필요성 주장)은 서민을 고민하지 않는다"며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서민이 어떻게 될지 조금은 고민할 수도 있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야당 의원들이 한국은행 경고를 비판의 근거로 활용하자 나온 발언이다.

김 위원장이 궁지에 몰리자 여당의 지원사격도 이어졌다. 오후 재개된 국정감사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에 대한 평균 금리가 이미 7%대까지 진입한 현시점에서 정부 개입을 우려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미국 금리와 한국은행 권리 이런게 아니고, 방법을 금융위원회에서 못 찾으면 우리 국회와 같이 협력해 찾아야 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책임 공방이 느닷없이 금리 책임론으로 넘어간 셈이다. 고금리에 따른 정부 정책이 필요하단 취지겠지만, 해당 발언은 자칫 정부와 여당이 통화정책에 개입하겠다는 내용으로도 풀이된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정부나 국회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독립적인 기관이다. 이는 현행법에도 명시돼 있다. 한국은행법 제3조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은 자율적으로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행 자주성 역시 존중돼야 한다.

한국은행 설립 목적은 통화신용정책을 통한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이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정부 경제정책과 조화는 물가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9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그런데 회의가 일주일 남은 가운데 이같은 국감에서의 질문과 답변은 정부와 여당이 압박을 넣은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의 바람과 달리 기준금리 인상 이유가 산적하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사상 최대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배경은 차고 넘친다. 

여기에 한·미 금리 역전차는 최악을 치닫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남겨둔 상황이다. 총선이 끝나고 나중에야 미국의 금리를 쫓는다면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망설이는 배경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맞물려 활력을 잃은 한국 경제가 더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한수 한수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이 우리 경제에 골든타임일 수도 있다.

주변 참견에도 한국은행은 본연의 설립 목적을 다시 되뇌고 묵묵히 정도(正道)를 걸어야 할 때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