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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하이트진로 '윈저 작전' 실패한다면?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3.10.19 12:47:40
[프라임경제] 하이트진로가 스카치위스키 브랜드 '윈저글로벌' 지분 전량 인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윈저글로벌은 기존 디아지오코리아에서 분사한 윈저 사업부다. 하이트진로가 윈저를 인수하는데 성공한다면 소주와 맥주 시장과 함께 급성장하는 위스키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양주와는 참 악연이다' 정도로, 그러면서도 '인수전의 시간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년 창사 100주년을 앞둔 하이트진로는 윈저 인수를 통해 종합주류기업로 도약한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특히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의 인수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하이트진로가 전사적으로 이번 인수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이트진로의 윈저 인수를 두고 투자업계와 주류업계에서도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투자업계는 먼저 하이트진로가 윈저의 '진정 매수자'인지를 판단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윈저의 몸값은 2000억원 규모로, 하이트진로는 인수 가격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하이트진로가 2000억원 보다 낮은 가격으로 인수 타진을 시작했는데, 다른 잠정 매수자들이 등장하면서 윈저 몸값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의 윈저 인수설에 대해 여러 매체에서 기사가 나가고 나서 윈저글로벌에 또 다른 잠정 매수자의 문의가 들어왔다"며 "인수가 늦어질수록 컨소시엄 등을 구성한 잠정 매수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거론되는 2000억원 규모의 인수가격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매도자 측이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매수자를 섭외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경쟁구도가 치열할수록 가격 흥정을 붙이기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구매 의사가 없는 자가 경매장에 투입돼 전략적으로 경쟁 레이스를 펼치며 가격을 올리는 것처럼. 

하이트진로가 아닌 다른 매수자가 사실상 내정돼 있는데 하이트진로가 일부러 인수설을 흘려 상황을 떠보는 것처럼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매도자 측과 해외시장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윈저 쪽에서는 하이트진로와 실제로는 확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게 없는데 뭔가 인수 타진이 척척 진행되는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고 있어 윈저가 의아해 하는 측면도 있다"며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매도자 쪽에겐 불쾌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계속 올라간다면 하이트진로는 어떤 입장을 선택할까. 어느 시점에서 하이트진로가 '인수 보류' 뉘앙스를 풍길 수도 있다. 가격 협상력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실제로 포기 의사의 표시일 수도 있다. 

안팎으로 자금 조달 이슈가 떠오르면 '승자의 저주' 덫을 피해야 한다는 우려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윈저 인수와 관련해 공정위의 결심 심사 이슈도 넘어야 할 산이자 부담이다.        

더군다나 하이트진로 성적표는 1~2분기에 이어 3분기 역시 그다지 좋지 않을 전망이다. 하이트진로의 야심작 맥주 '켈리'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공격적 마케팅으로 비용이 급증한 탓에 수익성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3분기 하이트진로의 예상 실적은 매출액은 1년 전에 비해 3.1% 오른 6779억원인데 반해 영업이익은 32.1% 급감한 387억원 수준이다. 

이렇듯 하이트진로서는 앞으로도 감안해야 할 '맥주 이슈'가 많은 상황이다. 

맥락을 좀 달리해서, 하이트진로가 '일감몰아주기' 등 오너리스크와 그동안 실패를 거듭했던 위스키 사업 재추진을 통해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해 윈저 인수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지지부진했던 주가가 '윈저 인수설' 기사 한 꼭지가 나온 직후 곧바로 오름세로 돌아선 것도 하이트진로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분위기 전환 요소였을 것이다. 

하이트진로의 윈저 인수를 놓고 투자업계와 주류업계의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지금 분위기는 '딜의 키'가 매도자 방향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윈저를 둘러싼 '진정‧잠정' 매수자의 선택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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