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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장군의 숙원 '정관선 예타'…섣부른 축배는 금물

본류 ‘웅상선’에 따라 운명 결정…환승 시 불편, 사업비 증액 등 염두해 둘 필요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3.10.19 20:30:31

부산 기장지역 여러 곳에 흩날리며 '정관선 예타조사'를 알리는 현수막들.ⓒ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지난 달 15일 도시철도 '정관선 예비타당성조사'를 위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첫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국토교통부, 부산시, 기장군 관계자 등이 참여했으며, 이날 사업노선에 대한 질의와 의견 청취, 사업 현장점검 순으로 이루어졌다. 

정관선 구간은 동해선 좌천역에서 시작하고 정관신도시를 경유 월평역까지 약 13㎞에 이른다. 노면전차(Tram)와 15개의 정거장이 설치되며 총사업비는 약 3439억이다. 사업 기간은 올해부터 2029년까지로 계획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전, 현직 군수와 주민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 등 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으로 이제 막 첫 단추를 채웠다.

지역정치권은 벌써 들뜬 분위기다. 여당 국회의원은 윤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새겨 '윤석열 정부와 조기착공 하겠습니다', '정동만이 해냈다! 정관선 시작!' 등을 내걸었다. 옆에 작은 글씨로 '예타조사 대상선정'을 끼워 넣긴 했다. 이 문구가 새겨진 수많은 현수막을 기장 곳곳에 만국기 펄럭이듯 게시하고 주민홍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관선 예타' 겨우 첫 단추…'웅상선' 지류 구간, 환승 전동차 불편

정관선은 총사업비 3조 원에 달하는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웅상선) 구축 사업과 연계된 지선 구간이다. 웅상선은 문 정부 시절이던 2021년에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고시됐고 48,8km 구간을 복선전철로 연결된다. 예타 조사 기간은 12개월가량 예상된다. 이는 3년 전 김두관 의원(더불어민주당·양산 을)의 총선 공약이기도 하다. 

즉 정관선 예타 통과는 4차 국가철도망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웅상선이 선행되어야만 그나마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이다. 

지역 한 인사는 "현수막 내용이 마치 정관선이 확정된 듯 보여 상당히 혼란스럽다"며 "내, 외부적 요인 등 모처럼 잡은 기회를 정치인 치적 쌓기에 이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의 지적대로 설령 예타를 통과해도 복병은 곳곳에 숨어있다. 이와 유사한 '오륙도선'의 경우 기본설계 과정에서 '트램 노선' 지면 아래 매설된 각종 설치물(지장물) 등으로 인해 진행 중이던 사업이 발목 잡힌 처지에 놓였다.

이번에 발표된 정관선은 기존 도로 또는 지상에 건설되는 무가선 트램이다. 반면에 웅상선은 전기를 공급받아 선로 위를 달리는 경전철이 투입된다. 둘은 전혀 별개 차량이다. 두 노선은 각각 선로가 다르다,

따라서 이용객이 환승을 하려면 다시 전동차를 바꿔 타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른다. 또 웅상선 배차 간격에 맞춰 환승 대기 시간이 들쑥날쑥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부전역~울산 태화강역을 잇는 동해남부선에서 보듯 배차 간격은 시간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종전에 계획된 '노포~정관선'은 편리성을 위해 노포까지 환승 없이 직통하는 노선이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지하철로 기장주민들을 외곽 안전지대로 신속하게 대피시킬 수 있는 비상 교통수단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최택용 민주당 기장위원장은 "'정관선'은 지난 총선 출마한 모든 후보자의 핵심공약"이라며, "저는 당시 좌천-정관-노포까지 무환승 단일 노선을 제시하였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지역발전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이미 당 지도부에 협조 요청한 상태다"며 "'정관선'과 더불어 '기장선' 건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부산 기장지역 여러 곳에 내걸린'기장선 추진'을 예고하는 정치 현수막.ⓒ프라임경제

◆트램 구간 하부 '고압선' 이전 시, 사업비 눈덩이…'오륙도선' 표류 원인

이번 기재부에 제출한 ‘정관선’ 트램 사업비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연구개발비에만 700억원 들여 주목받았던 '오륙도 트램'이 암초에 부딪힌 채 제자리에 맴돌고 있다. 기본설계에서 예상보다 사업비가 2배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시행된 국내 첫 트램 실증사업이며 '정관선' 앞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재호 의원에 따르면 "철도는 하부에 지장물이 있으면 안 되는데 트램이 도시철도법에 적용을 받으면서 오륙도선 하부를 지나는 각종 지장물을 다 옮겨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이 때문에 사업비가 470억원에서 906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재부에선 국비가 500억원 이상 투입되기 때문에 사업타당성조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원칙론만 고수한다"며 "중앙정부의 행정이 관행적이며 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너무 없다"라고 비판했다.

'오륙도선'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국내 1호 트램'은 서울 위례선이 될 전망이다. 2025년 개통을 목표로 지난 4월 착공식을 했다. 위례 트램은 신도시를 조성할 때 노선부지를 미리 계획해 비워둬 하부에 지장물이 없다. 사업비도 위례신도시 입주민이 낸 교통분담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정관선은 사정이 다르다. 트램 노선부지를 미리 확보해 두지 않았다면 기존에 깔린 일반도로를 달리게 된다. 현재 기장군 도로 곳곳에는 15만 4000V 특고압 송전선로 등이 묻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 관계자는 "한수원 고리 원전과 한전 측으로부터 교통분담금 지원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 매설물 이전 비용 산출이 더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예비타당성 조사는 경제성평가, 정책성분석, 지역균형발전 측면 등을 평가해 종합평가(AHP) 0.5점 이상을 획득하면 최종 사업이 확정된다. 정관선은 사업 재원의 60%를 국비로 추진된다. 만일 기본설계 과정에서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 정부로부터 재 타당성 조사 요구를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정부가 중앙의 행정 편의 중심적 사고에 벽을 넘기는 어렵다. 부산시와 기장군은 앞서 기재부에 제출한 예타 요구서에 '지장물 이전 비용' 등 엄격한 기준에서 재차 살펴보는 한편 사업비 증액 규모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종복 기장군수는 지난달 15일에 "도시철도는 기장군의 교통불편 해소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숙원사업"이라며 "사업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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