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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아킬레스건' 경고음에도 아랑곳 않는 빚투·영끌족

한국은행 3高 여파에 금리인상 '만지작'…드리워진 빚의 늪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3.10.23 16:11:32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연신 빚투·영끌족에 경고음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정작 아랑곳 않는다. 계층간 이동사다리로 인식되는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열기가 식을 줄 몰라서다. 우리 경제에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란 우려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22년 6월~2023년 7월)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와 6대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키움·메리츠)의 담보 및 신용대출과 주식 융자 신규취급액은 476조938억원에 달했다.

이중 주식을 사들이는 빚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 증권사에서 현금이나 주식을 빌려 매매하는 신용거래 취급액은 2022년 하반기 102조5914억원과 2023년 7월까지 151조2781억원으로 1년간 253조8695억원 증가했다.

주식 대금 결제일까지 시차를 활용해 외상으로 투자하는 미수거래도 39조1561억원에 달했다. 즉 1년 만에 주식으로 흘러간 빚투가 293조원이다.

집을 사는데도 많은 대출이 이뤄졌다. 2022년 하반기 60조7759억원과 2023년 7월까지 101조 694억원으로 1년새 161조8453억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불어났다. 여기에 21조2230억원의 신용대출도 더해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영끌에 183조원이 동원된 셈이다.

문제는 서민 빚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한국은행의 선택지는 기준금리 '인상'과 '동결'뿐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한은 본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대책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날 이 총재는 "지난번 부동산·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완화했던 거시 규제 정책을 먼저 다시 타이트하게 하고, 그래도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잡히지 않으면 그때는 심각하게 금리 상승을 고려할 때"라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 판단하기에는 정책의 시차가 있기에 몇 달 더 두고 보고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는지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세 추이를 주시하되, 빚투가 잡히지 않는다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겠단 얘기다. 당장 금리인상에 대한 한숨은 덜었지만, 안심하기에도 이르다. "금리인하는 꿈에도 꾸지 말라"는 이 총재의 작심 발언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 19일 10월 금융통화위원회의 만장일치 기준금리 동결(3.50%) 이후 기자 간담회에서 "금리가 다시 예전처럼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고 레버리지(차입투자)로 하는 분이 많은데 금융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일침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격차가 사상 최대 2%p로 벌어지면서 마냥 손을 놓고만 있진 못하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한미 금리 역전차는 외국인 자금 이탈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올라갈 일만 남았다. 결국 3고(고유가·고물가·고환율) 여파로 금리인상은 시간문제란 의미다.

특히 청년층이 벌써부터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금리가 인상된다면 국가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기도 전에 빚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20·30세대가 1년간 낸 빚은 2022년 하반기 53조6066억원과 2023년 상반기 80조2027억원으로 133조8093억원이다.

이들은 집을 사는 데 가장 많은 빚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동안 75조4604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고, 8조4888억원의 신용대출을 더했다. 주식 신용거래 46조890억원과 미수거래 3조7709억원으로 빚투를 위한 부채 또한 적지 않았다.

하지만 빨간불은 이미 켜진 상황이다. 빚 상환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연체율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30세대의 연체액은 지난해 3524억원에서 올해 7월 4940억원으로 1416억원 증가했다.

전 연령별로 살펴보면 2022년 하반기 1조1764억원이었던 연체액은 올해 7월 1조7474억원으로 5710억원 불어났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4069억원으로 가장 크게 연체가 발생했다. 주식 신용융자는 779억원 증가했다.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우리 경제가 발목 잡힐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상훈 의원은 "막대한 부채는 국민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짓누르는 큰 부담이 된다"며 "가계준칙과 같이 가구경제의 건전성을 짚어볼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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