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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리더를 괴롭히고 있다 (2)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 topia@willtopia.co.kr | 2023.10.24 11:16:08
[프라임경제] 직장 내 괴롭힘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주제이다.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기업활동의 비재무적 지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위해서도 직장내 인권보호와 다양성 존중은 중요한 키워드로 꼽힌다. 

이에 지속가능한 컨택센터 조직문화를 위해서 직장내 괴롭힘 금지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비해야 할지 기획 칼럼으로 총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이번에는 그 두번째 이야기를 시작해 보고자 한다.

(1)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컨택센터에미치는 영향
(2)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을 대하는 조직의 자세
(3)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을 대하는 리더의 자세

어른이 재채기하면 애들은 감기 걸린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 조직이 일시적 사건사고로 여기고 빨리 덮으려고 하면 구성원들은 아예 괴롭힘 징후를 봐도 모른 체한다. 조직이 관심도 없는데다 반가워하지 않을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이다. 그러다 곪아 터져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이상한 지점에서 폭발한다.

토양이 중요하다. 같은 씨앗이라도 토양에 따라 다르게 자란다. 직장내 괴롭힘 사건이 터졌다고 개인만 나무랄 것이 아니라 그런 사건이 일어나는동안 징후를 파악하지 못하고 방관해 왔던 조직문화를 성찰해야 한다. 과중한 업무를 주어 압박하거나, 비합리적인 편애, 끼리끼리 편 만들기, 의견이나 견해 무시하기 등의 문화는 서서히 자리 잡고 하루아침에 바뀌지도 않는다. 토양이 성숙토인지 미성숙토인지는 씨앗이 결정할 수 없다. 

조직의 문화는 개인 몇몇이 만들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의례히 그래왔던 조직문화에서 개인은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신고사례가 나오면 조직은 사건 당사자들 뒤에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야 한다. 가해자건 피해자건 그 토양이었길래 만들어진거다. 가해자인 개인을 문책하고, 신고자를 오피스 빌런이라 비웃으며 유야무야 덮으려 하면 안된다. 여기 세가지를 유념하기를 제안한다

첫째, 일회적 사건사고로 대하지 말고 조직문화를 전환하는 계기로 삼는다. 

센터에서 쥐를 보았다고 하면 불안해서 일이 손에 안 잡힐 것이다. 언제 쥐가 나올지 몰라 좌불안석일 거다. 안전은 생명의 기본 욕구다. 정보사회에서는 신체적 안전만큼 심리적 안전이 중요하다. 

포용적인 환경, 솔직한 분위기, 윤리적 리더를 통해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되는데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공격과 모함, 질투와 편애가 난무한다면 심리적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 생존이 위협받으면 두려움에 떨며 일한다. 두려움으로는 진정성과 사랑을 담은 고객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센터는 역세권에 위치하고 편안한 의자를 설치하고 듀얼 모니터를 두는 것 못지 않게 심리적 안전을 제공해야 한다.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개편하는데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신고된 사례는 누구 때문에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과거를 문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합의하고 약속해 나가야 할지 미래를 디자인하는 기준점이 되어야 한다. 매일 전광판에 올라오는 콜 실적과 콜 품질만큼이나 조직문화와 근무 분위기가 핵심 성과지표로 측정되고 관리해야한다. 최상위 리더부터 관심을 갖고 자원을 투자해야 할 일이다. 

둘째, 투명하게 사실을 공유하고 배워야 할 점을 알린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법규정은 세가지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업무와 관련 있을 것, 적정 범위내 여야 할 것, 적절한 방법이어야 할 것, 이 세가지를 위배했을 때 직장내 괴롭힘으로 간주한다. 말은 쉬운데 현장에서는 판단하기 애매하다. "혼자 밥을 먹게 한 것이냐? 스스로 혼자 밥을 먹은 것이냐?" 부터 "평균적으로 8시간에 마치는 업무를 업무진도가 느려서 못한 건지, 너무 과도하게 업무를 줘서 부당한 압박을 한건지"까지 상황마다 입장에 따라 다르다.

아직 모두가 낯설어서 이 행동이 법에 저촉되는지 피해자도 명확치 않고 가해자도 잘 모른다. 현재 법제 상 판단기준이 명시돼 있지 않고 고용노동부의 가이드 또한 모호한 상황이다. 사법부의  판단 사례도 아직 충분하게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해석이 많다.

우리는 이런 사건들을 통해 배운다. 법이 도입되어 적응하는 과정을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중이다. 모두가 완벽할 수 없다. 이 사건을 통해 배우면 된다. 사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과제로 여겨야 취약점을 드러내고 솔직하게 받아들인다. 미처 몰랐을 수도 있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실수를 허용하는 분위기여야 감추지 않고 인정한다. 이 계기를 통해 상대입장을 이해하는 감수성을 높이고 리더십의 한계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도록 조직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셋째, 리더를 잠정적 가해자가 아니라 조직문화를 만드는 협력자로 대한다.

목표는 달성하되 문제는 안 생기게 해달라는 조직의 이중적 요청이 리더를 내몰고 있다. 사건이 일어나도 리더의 잘못으로 여기고,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도 리더에게 조심하라고 한다. 잠정적 가해자로 내몰린 리더는 위축되거나 저항한다. 요즘 말로 "할 말 하 않(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한다. 구성원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그림자처럼 지낸다.

조직이 리더를 제도의 가해자로 가정하니 바람직한 행동을 해왔던 리더들은 자동적으로 제도의 피해자가 된다. 억울하고 서럽다.위축되고 긴장된다.조심스럽고 두렵다. 이런 분위기는 구성원에게도 그대로 전염된다. 이것은 리더를 앞세워 성과를 이끌어낸 조직에게도 치명적이다.

조직은 이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사건이 일어날 때 비로소 리더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조사하기 보다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리더가 잘 예방하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그동안 당연시했던 행동 중에 상대 입장의 감수성으로 문제시될 수 있는 행동을 찾게 도와줘야 한다. 초기 징후를 알아차리고 문제가 확대되지 않도록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리더에게 지성적 심리적 자원을 제공해야 한다. 조직문화는 리더의 협력으로 구성원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리더에게 힘과 영향력을 회복시켜 주자.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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